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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상사는 이야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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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7.17 15:47
  • 기자명 By. 충청신문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기차를 처음 타 본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언니 오빠가 공부하고 있는 K시를 가면서였다. 집 앞에서 K시까지 가는 직통 버스가 있어 늘 버스를 이용했다. 그런데 한번은 K시를 가다가 멀미를 심하게 해서 토하는 바람에 옆 사람 옷을 망친 적이 있었다. 그 후로 엄마는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40분 이동해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 하고 나를 데리고 갈 때는 기차를 탔다. 

완행열차는 좌석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라서 먼저 타서 자리를 잡는 사람이 임자였다. 엄마는 나를 앉힐 생각으로 일찍 출발해 미리 줄을 섰다가 자리를 잡아주셨다. 간이역을 다 들려서 가면 아침에 출발해도 점심때가 되어야 도착하고는 했는데, 간이역에 설 때마다 오르내리는 사람들과 풍경을 구경하는 것이 여간 재미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차를 타고 싶은 생각에 방학 때 마다 언니들에게 가겠다고 엄마를 졸랐다. 나에게 기차란 추억이고 낭만이고 여유로움이었다. 거기에 엄마가 가신 후로는 그리움까지 더해진 것이 기차여행이다.

어른이 된 후로는 기차를 탈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 학기에 KTX를 타고 강의를 간 덕분에 일주일에 한 번씩 기차를 탔다. 예전의 완행열차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속도다. 시속 200km이상을 달리니 자동차로 2시간 30분을 갈 거리를 50분이면 도착한다. 이번 학기에는 기차 덕분에 행복한 한 학기를 보냈다. 창가에 스치는 풍경으로 계절의 변화를 볼 수 있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타임머신을 타고 사색을 즐길 수도 있어 좋았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좋은 기차여행도 옆 사람에 의해 불쾌할 때가 있다. 

한번은 창가 쪽 내 좌석에 어떤 남자분이 앉아 있었다. 내 좌석이라 했더니 옆자리에 그냥 앉으라고 말도 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불쾌하지만 참고 앉았는데 이번에는 팔걸이에 팔을 올리고 반쯤은 내 쪽으로 넘어오고 다리도 벌려 내 쪽으로 침범을 하고도 아무렇지도 않는 듯 태연했다. 불쾌했지만 아침이라 몸을 웅크리고 참았는데 조금 있다 역무원이 와서 표 검사를 하니 입석을 가진 사람이었다. 역무원이 데리고 나갔는데 잠시 후 다시 왔다. 내가 창가 내 자리로 가서 옆 자석에 가방을 놓았는데 가방을 치워달란다. 쳐다보니 아까 자기가 앉지 않았느냐고 한다. 딴청을 피웠더니 다른 빈자리로 가서 앉았다. 

매너가 좋은 사람은 어디서든 환영을 받는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에게 예절교육을 시키는 것은 남들에게 좋지 않는 인상을 주어 인격까지 평가받게 하지 않기 위해서다. 어느 부모도 마찬가지겠지만 나 또한 아이들을 키울 때 밖에 나가면 늘 우아하게 행동하라고 가르쳤다. 그 덕에 아이 별명이 ‘우아미’가 되었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곧 그 사람의 내면이다. 그래서 보여 지는 것과 속마음은 같다고 생각한다.

지난주 읽었던 책의 내용이 생각난다, 어느 대기업 사장이 다년간 신입사원들을 보고 내린 결론이 있다고 했다. 매너가 좋은 젊은이들이 일도 잘하고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었다. 매너가 능력보다 우위였던 셈이다. 타인에게 배려 없이 행동하는 사람은 그 어디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지만, 매너가 좋은 사람에게 우리는 당연히 호감을 갖는다.

우리나라 속담에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무서운 말이 있다. 어릴 때부터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예의를 지키는 에티켓 교육의 필요성을 대변하는 속담이다. 우리는 사람들을 만날 때 말에서, 행동에서 금방 그 사람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러기에 사람을 만나면 5초안에 상대방의 이미지가 결정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타인을 만나면 자신을 각인시키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여러 가지 호감가게 하는 행동들을 습득한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이나 언어는 하지 않는 예절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다음 학기도 기차를 탈 것 같다. 기차에서의 사색 50분, 나의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기다려진다.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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