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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과유불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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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7.18 15:24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정호 백제문화원장
김정호 백제문화원장

누구나 마음속에 표제어를 지니고 산다. 심훈(心訓)이랄까, 나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을 새긴다.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

넘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사랑도 애정도 그렇다. 과도한 애정이 상대방을 힘들 게 만들거나, 지나친 관심이 부담을 주어 오히려 사이를 멀어지게 한다.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은 불안정하다. 빗나가거나 삐뚤어지기 십상이다. 아무리 유용한 기능을 하는 세균이라도 한 종류의 균이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위험하다. 

‘계영배’라는 술잔이 있다. 술을 70% 이상 채우면, 밑으로 흘러버린다. 잔이 넘치는 것을 다스린 것이다. 말도 그렇다. 말이 많으면,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말은 입 안에 머금고 있을 때는 자기 통제가 가능하지만, 입 밖으로 나오면 부메랑처럼 말이 되레 나를 통제하기 마련이다. 

중용, 절제는 실천하기 어렵다. 오버(over)하고, 부끄럼을 모른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은 많을수록 좋다는 뜻이다. 많은 것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보약도 그렇다. 과식, 과다복용, 과체중, 과보호, 과잉충성이 좋을 리 없다. 고기가 없어서 못 먹던 세대, 지금은 건강장수를 위해 채소를 먹는다. 물질은 풍부해졌는데 정신은 피폐해진다. 강퍅하다. 모질다.

분노가 넘쳐난다. 분노조절 장애가 늘고 있다. 감정이 격앙되어 목소리가 커지고 흥분하고, 과격한 신체행위를 동반한다. 주먹을 꽉 쥐거나, 책상이나 벽을 주먹으로 치거나, 집기를 걷어차거나, 자해를 하기도 한다. 

가톨릭 교리에 7죄가 있다.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식탐, 색욕을 꼽고 있다. 반대 개념은 겸손, 친절, 인내, 근면, 자선, 절제, 순결이다. 분노는 인내와 대칭이다. 

분노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회 부조리에 대한 저항, 정의는 그 안에 분노를 지닌다. 논개라는 시에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 깊고’라는 명구가 나온다.

인간은 가정생활은 물론 학교, 직장, 각종 조직 등 사회활동을 하면서 살아간다. 직장상사를 4가지로 빗댄 유형이 있다. 똑부형(똑똑하고 부지런한), 똑게형(똑똑하고 게으른), 멍부형(멍청하고 부지런한), 멍게형(멍청하고 게으른). 직원들은 똑게형을 선호하고, 멍부형을 싫어한다고 한다. 게으름 부리면서 아랫사람 신뢰하는 사람이, 아무 것도 없으면서 부지런한 쪽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머리 나쁜데 부지런한 상사를 만나면 곤혹스럽다. 일은 힘든데 막상 성과는 없다. 위로는 예스맨이지만, 아래로는 까라면 까라는 지시를 내린다. 최악의 유형이, 의외로 많다. 수직과 수평을 아우르는 유능한 상사는 이상형이지만, 드물다. 재미있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답은 없다. 상황마다 개인마다 호·불호가 다르다. 모든 것은 상대적 평가일 뿐이다. 

오른손잡이는 왼손잡이의 고통을 모른다. 세상 모든 물건은 오른손잡이용이다. 유전적인 요인도 중요하지만, 후천적인 영향도 중요하다. 일방적인 것은 없다. 정의도 마찬가지다. 가진 자의 정의와 가지지 못한 자의 정의는 충돌한다. 고부갈등, 노사갈등, 세대갈등, 남녀갈등, 좌우갈등이 지나치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 났다. 대통령이 공약사항을 지키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사과했다. 속도조절이라고는 하나, 씁쓸하다. 시장 밖으로 밀려난 저숙련 노동자들을 보면서, 안타깝다. 임금 인상이 내수를 살리고 경제를 성장시켜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은 꿈인가.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모두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나이를 먹은 늙은이는 자기가 두 번 다시 젊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창창한 젊은이는 자기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잊고 산다.

과공비례(過恭非禮)다. 지나치게 공손하면 오히려 예의에 벗어난다. 정직함이란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하며, 있으면 있다 하고 없으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무엇인가가 되고 싶어 한다. 적당한 욕심은 몸과 마음에 필요하다. 다만, 넘치면 독이 된다. 지나친 면이 있는 사람과 부족한 면이 있는 사람 중 누가 더 나은가? 동서양 철학의 기저에는 무욕(無慾)이 공통적으로 깔려 있다. 도덕률은 자신을 지켜 모두에게 이르는 길을 제시하고 있음이다. 비울 수 있을까? 멈출 수 있을까?

착각의 시대다. 이치에 대한 착각, 자신에 대한 착각, 타인에 대한 착각, 사물에 대한 착각이 걷잡을 수 없다. 이해와 배려가 부족함이다.

과유불급을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과도하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지나침을 지나치게 경계하는 지나침이다. 

쉬운 우리말이 있다. ‘적당히’가 그것이다. 그러나 살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적당히’ ‘알아서’다. 적당히 벌고, 적당히 게으르고, 적당히 멍청하고, 적당히 소금도 설탕도 알아서….

오늘도 세상은 과유불급, 과공비례, 다다익선이 들끓고 있다. 너무 한다. 적당히 해라. 진짜! 불변의 진리는 없다. 올 여름 낮이고 밤이고 이리 더운 건 누구 탓인가?

김정호 백제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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