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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봉학골에서 더위를 식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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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7.24 15:35
  • 기자명 By. 충청신문
변정순음성수필문학회 회장
변정순음성수필문학회 회장

여름이 해마다 더워진다. 그야말로 폭염지옥이다. 한 낮에 햇볕이라도 쬐이면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고 밤에도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쏘이지 않고서는 잠을 잘 수가 없다. 잠을 자도 토끼잠을 잔다. 

에어컨 바람도 좋지만 이렇게 더울 때는 시원한 여름계곡을 찾아 풍덩 들어가고픈 마음에 휴일아침, 봉학골 산림욕장을 찾았다. 봉학골은 백학이 짝을 이뤄 나는 형상이라고 하여 봉학골이란 이름이 붙여졌고 옛 부터 봉학산 계곡으로 바위와 울창한 산림이 어우러져 있어 자연경관이 아주 뛰어난 곳이라 하였다. 

충북자연환경 100선의 명소다. 네이버검색을 하면 ‘음성에서 가볼만한 곳’ 첫 번째로 올라있다. 전에는 어른들이 음식을 마구 해먹고 즐겼던 천렵장소인 이곳을 지방자치단체가 관선에서 민선군수로 접어들면서 지역주민들에게 다양한 산림 휴식공간을 조성하여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정서함양에 기여하고자 조성하였다. 

벌써 자연 발생 유원지에서 삼림욕장으로 개발 된지 20년이 넘었다. 무료로 개방하니 피서 철이 되면 지금은 지역인보다 외지사람들이 더 많이 이용하는 휴식 공간이 된 것 같다. 맨발 숲길을 지나 봉학골 입구에 들어서면 백호가 ‘으르렁’ 반겨주고 거북이, 개구리, 소, 말, 원숭이, 강아지, 메뚜기, 장수하늘소와 같은 곤충과 동물들로 조각공원이 아기자기 꾸며져 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오줌 싸는 아이가 키를 쓰고 뭔가를 들고 서있는 모습인데 그것은 어릴 적 아이가 오줌을 싸면 그릇을 들고 소금 얻어 오라고 집집마다 보냈던 풍습이다. 이런 행동을 하면 자신이 창피함을 느껴 더 이상 오줌을 싸지 않을 거란 뜻에서다. 

몇 발자국 지나 즐비해 서있는 시화에 멈춰 서서 잠시 정서와 감정을 느끼며 맞장구치는 순간 느닷없이 공이 내 앞에 날아들었다. 바로 앞 잔디밭에서 어른과 아이가 축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정겨워 보였고 더위를 즐기는 부자지간이지 싶었다. 내 몸도 벌써 땀에 범벅이 되어 자연학습원아래 평지 같은 계곡에서 쉬기로 했다. 찬기가 그대로 인 물속에 발을 담그고 초록 단풍나무숲사이로 하늘을 보았다. 그리고 먼먼 고향 여름으로 달려갔다. 

어린 시절의 여름은 더워도 좋고 장마가 져도 좋아라고 뛰어놀았다. 집 앞 개울에는 장마가 지면 물이 불어나서 길가로 흘러넘쳤다. 거친 물살을 보기만 해도 섬뜩한데 동네꼬마들은 몰려다니며 신발을 양손에 들고 첨벙대며 신나했다. 그러다 손에 든 신발을 놓쳐 떠내려 보내기 일쑤고 신발 잡으러 쫓아가다 보면 위험한 상황에 이르러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개울물이 잠잠하고 맑아지면 그곳에서 등목도 하고 멱도 감았다. 

동네에 어쩌다 아이스깨끼장사가 오는 날이면 그의 뒷 꽁무니를 쫒아 다녔다. 그러면 아저씨는 집안에 있는 비료포대나 마늘을 뚝 떼어가지고 오라고 하였고 마늘과 바꿔먹던 아이스깨끼는 어릴 적 먹던 참외수박에 비하랴. 꿀맛이었다. 그런 맛이 어디에 또 있을까. 한여름 풍경이었고 그러다 밤이 되면 멍석에 누워 별을 세었다. 모깃불로 연기를 피운 쑥내를 맡고 어머니의 감자 긁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던 여름밤, 꿈같은 여름밤은 지나갔다.

고향의 꿈을 다시 꾸는 동안 물에 담갔던 발이 얼음장처럼 차갑다. 초록나무들의 숨소리, 차가운 계곡물소리, 벌레 소리, 새소리 이 모든 자연의 참소리가 어린 시절 아련한 추억을 몰고 와 마치 자연인이 된 듯 가슴이 설렌다. 숲은 지친마음을 진정시키고 정화시키기에는 최상의 쉼터다. 맑은 물에 발을 한참이나 담가서 그런지 마음도 맑아지고 생각도 맑아진 느낌이다. 

지금도 캠핑장이며 원두막과 계곡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삼림욕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이 공짜로 주는 것만 받아 잘 사용하다 가면 좋을 것 같다. 봉학골 숲속을 거닐며 맑은 물과 공기와 피톤치드를 전신으로 마시는 것은 올여름 미친 더위를 식히는 최고의 피서인 것 같다. 이참에 조기 위에 있는 야생화 꽃밭도 구경해야지. 범부채도 피었을 것이고 꼬리진달래, 솔나리, 참나리, 하늘말라리, 보랏빛 비비추가 유혹하고 있을 거야. 

그래, 더위는 어지간히 식혔으니 이제 일어나 볼까.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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