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소상공인들이 ‘불복종’을 선언하는 등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지자 정부가 빠르게 대책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3일 중기부 출범 1주년을 기념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단언컨대 통상적인 최저임금 인상분 외 추가 부담에 대해선 정부가 반드시 지원해 그 부담을 덜어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안정자금, 근로장려세제 확대, 카드수수료·임대료 인하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근로장려세제 확대 등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중소기업이 받을 충격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특히 영세자영업 가운데 대표적 업종인 편의점은 인건비 비중이 비교적 높아 올해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충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입으로 폐업이 속출하고 실업자 및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기에 몰려 있다는 편의점 점주들의 호소를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편의점을 비롯한 영세자영업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의 원인은 전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만 있지 않다. 편의점의 수익구조에서 인건비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맞지만 그것만이 전부라고 말할 수 없다. 편의점 등 영세자영업의 어려움은 오히려 과도한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수수료와 불합리한 가맹점 계약 등 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측면이 더 크다는 건 안다.
또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소는 임금을 올려주고 싶어도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나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으로 여력이 없어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기중앙회의 조사 결과, 제조업체의 63%가 최저임금 인상 등 원가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공정하게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데서도 그 실상이 드러난다.
따라서 중소기업과 영세업소의 당장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대책과 함께 대기업과 중소기업, 프랜차이즈 업체와 가맹점 간의 공정거래 등 중·장기적인 경제 민주화 플랜을 수립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런 근본대책 없이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
돌아봐야 할 곳은 또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받는 것은 도시의 소상인·영세업자만이 아니다. 농어업도 그 여파가 강하게 미치고 있다. 인건비 비중이 높고 저임금 노동력에 의존하는 농어업 특성을 볼 때, 인건비 상승은 곧바로 폐업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의 인상은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쓰는 과수·축산, 양식·연근해어업 등의 업종에 ‘쓰나미’와 같은 충격파로 다가온다. 지난해 월 145만원이면 가능했던 외국인 노동자 임금이 올해 169만원으로 올랐고, 내년에는 월 187만원으로 오른다.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월급만 주는 것이 아니라 숙식까지 제공해야 해 그 부담이 훨씬 크다. 농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이 고용주에게 숙식을 제공받고 있는데, 40~50만원의 숙식비는 최저임금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농어촌은 최저임금에 숙식비를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소상공인 못잖게 농어촌에 깃든 먹구름도 걷어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의결된 최저임금 시급을 월급(주 40시간, 월 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174만5150원이 된다. 가족 수 2, 3명인 노동자 가구의 월 평균 생계비(296만∼343만 원)에 한참 미달하는 금액이다. 따라서 이 정도의 인상 폭은 당연하며, 오히려 미흡한 감이 있다.
소상공인, 영세업자와 마찬가지로 농어업인들도 폐업할 지, 계속 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 농어업의 한 축이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최저임금 인상 후속대책에 집중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소상공인, 영세업체뿐 아니라 농어업인까지 폭 넓게 살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