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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아빠 제비와 오버랩되는 스포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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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7.29 16:07
  • 기자명 By. 충청신문
박종용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박종용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지난 22일 일요일, 그날도 전국적으로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이 그나마 무릉도원이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던 중에 우연히 ‘TV 동물농장’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강원도 정선의 한 슈퍼마켓이, 7마리 제비 가족 덕분에, 연일 사람들로 북적대고, 매상도 듬뿍 올린다는 이야기였다.

슈퍼마켓 안에 둥지를 튼 엄마와 아빠 제비는, 5마리의 새끼 제비를 먹여 살리기 위해, 번갈아 가며 먹이를 날랐다. 어느 날, 엄마 제비가, 둥지를 빼앗기 위해 외부에서 침입한 제비와 싸우다, 힘이 부쳐 목숨을 잃었다. 아빠 제비는 홀로 먹이를 잡아 새끼들을 부양해야 했다. 

아빠 제비는, 새끼 제비들이 성장하며, 먹이 주는 방법을 달리했다. 새끼에게 바로 먹이를 주지 않고, 둥지 밖에 있다가, 새끼가 날갯짓으로 다가오면, 그제야 먹이를 주었다. 아빠 제비는, 먹이를 미끼로, 거리를 조금씩 멀리하며, 새끼 제비들이 이소(離巢)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단계를 밟아가는 모습이 신기하고 멋졌다.

아빠 제비의 모습을 지켜보며, 불현듯 작년부터 우리 학교에서 스포츠강사로 근무하는 조원석 선생님을 떠올렸다. 노래방에 가면, 노래를 잘하는 사람과 노래의 맛을 잘 살리는 사람이 있듯이, 호날두나 추신수처럼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다른 사람이 운동을 잘할 수 있도록 지도력이 뛰어난 사람이 있다. 

필자는 체육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행복한 학교를 조성하는데, 운동의 역할이 크다고 여겨, 적극 권장하고 있다. 시쳇말로, 아이들에게는, 활발하고 적극적인 양의 기운을 가리키는 양기(陽氣)가, 발바닥에 있다고 한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꿈틀거리거나, 몇 걸음 되는 거리도 내달리는 아이들을 보면 얼핏 수긍이 간다. 

그런 아이들이,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분위기나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은 학교장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학년별 달리기왕이나 학년별 축구대회를 개최하여 학교장상을 수여하고, 대전법동초 교장으로 재직할 때에 학년별 농구대회와 학교장배 수영대회를 개최한 것도 그렇다. 재능 있는 엘리트 선수 발굴은 덤이다.

그 밖에도 학생들의 기초 체력 향상과 올바른 인성 함양을 위해, 학생들이 흥미에 알맞은 종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드민턴을 비롯하여 족구·넷볼(netball)·줄넘기·방송댄스… 등등, 여러 종목의 학교스포츠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오랜 전통의 남자 엘리트 축구부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멋진 무대와 유능한 배우가 있더라도, 감독의 역량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작년에 우리 학교 스포츠강사로 부임한 조원석 선생님은 아이들의 재능을 잘 살리는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부임한 후 자신의 특기(농구)와 여학생 신체 조건을 고려하여 넷볼부를 조직했다. 

넷볼(netball)은, 농구와 흡사하며, 한 팀에 7명이 참여하는데, 공을 드리볼하거나 서로 몸끼리 부딪히면 안 된다. 격렬하지 않으면서도 순발력과 민첩성을 기를 수 있어 여학생들에게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넷볼을 지도한 경험이 없다며, 동영상과 연수를 통해, 경기 방법을 익혔다. 

그에게서 넷볼을 배운 여학생들은, 동부교육장배와 대전광역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넷볼 대회에 처음 출전하여 덜컥 우승했다. 금년 6월에는 ‘청소년 생활체육 넷볼 대회’에 중등부로 출전해 언니들과 겨루어 우승했다. 7월에는 동부교육장배 넷볼 대회에서 98점을 얻고 1점만 실점하며 작년에 이어 2연패했다. 

여름방학 중에도 넷볼 연습을 하는 여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체육관 밖까지 들린다. 어느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건만, 5~6학년 여학생 54명 중에서 무려 24명이 넷볼을 배우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회에 출전할 엔트리 마감 시한이 되면, 누구를 출전시킬 것인가 행복한 고민을 한다.

필자는, 대회 우승보다, 왜 넷볼을 배우려는 여학생들이 자꾸만 늘어나는지 그게 궁금했다. 교과 시간에 체육 수업을 함께 진행하는 몇몇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그만의 비결을 들을 수 있었다. 선생님들께서는, 그가 수업 시간에 쉽고 친절하게 가르치고, 불편부당(不偏不黨)하게 규칙을 적용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그의 비법은, 학생들이 흥미를 느껴 스스로 자신의 잠재력을 발전시키고, 최상의 능력에 도달할 수 있도록 단계적인 지도를 하는 것이었다. 그에게서, 새끼 제비들이 힘찬 날갯짓을 할 수 있도록, 둥지를 떠날 수 있도록, 단계별로 돕던 아빠 제비의 모습이 자꾸만 오버랩된다.

 

박종용 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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