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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전 어린이재활병원 유치, 반갑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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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7.30 16:02
  • 기자명 By. 충청신문

뇌성마비와 청각장애를 가진 김 군(12)의 어머니 오 씨(47)의 하루는 오로지 아들의 치료 일정으로 차 있다. 오 씨는 매일 장애인복지관 두세 곳을 돌며 아들이 재활치료를 받도록 돕는다. 한곳에서 받으려면 재활병원에 입원해야 하지만 1, 2년씩 대기해야 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오 씨는 “복지관 치료 역시 새벽부터 줄서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 어린이를 둔 부모들은 자녀의 재활치료를 받느라 이토록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국내 병원들은 장애 어린이 재활치료실을 거의 운영하지 않는다. 재활치료의 수가가 낮아 병원 운영에 어려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장애 어린이의 재활치료를 전담하는 공공 어린이재활병원이 대전에 건립되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보건복지부는 26일 국내 첫 공공 어린이재활병원을 대전에 짓기로 했다. 관저동 인근에 재활의학과 등 진료과에 60병상 규모의 병원을 2020년까지 짓는다.

대전 유치는 시민과 시, 정치권이 힘을 모은 결실이어서 더 값지다. 중증장애 아동 건우 아빠이자 비영리단체 ‘토닥토닥’ 김동석 대표의 수년간에 걸친 절박한 호소는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의 당위성을 확산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전에 건립을 약속할 때까지만 해도 대전 입지는 당연시 됐었다.

하지만 복지부가 형평성 문제를 들어 전국 공모로 바꾸면서 유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돌변했다. 여기서 대전시와 정치권의 공조가 빛을 발했다. 허태정 시장은 지난 25일 복지부 선정심사위원회에 직접 참석해 심사위원들을 상대로 대전 유치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박범계 민주당 대전시장위원장은 대통령 공약화는 물론 국정과제에 포함시키고, 보건복지부 사업으로 추진되는 전 과정에 힘을 썼다.

무엇보다 장애아 가족들을 중심으로 한 ‘대전 어린이재활병원 시민추진모임’이 이번 재활병원 유치에 가장 든든한 힘이었음은 물론이다.

어린이재활병원 유치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지만 개원해 운영하기까지는 과제가 적지 않다. 먼저 입원시 규모가 60병상에 불과해 권역별 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역의 중증장애 어린이를 치료하고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대전시에 등록된 18세 미만 장애아동은 2847명, 이중 중증장애아동이 1520명이다. 세종, 충남·북, 전북 등 중부권을 포함하면 1만3000명이 넘는다.

게다가 전체 사업비 267억 원 중 국비 지원은 78억 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적자가 빤히 보이는 운영비 지원 계획이 불투명한 것도 문제다. 재활치료에는 돈이 많이 든다. 한해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운영비 적자를 대전시가 떠안아야 할 판이다. 또한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중증장애 어린이들을 위한 병원학교 설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공성이 생명인 어린이재활병원임에도 공공성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00병상 이상에 장애아를 위한 교육시스템까지 겸비한 공공 어린이재활병원을 요구했던 장애아 부모들의 기대엔 못 미치는 수준이다.

허태정 시장은 “대전 어린이재활병원은 우선 60병상으로 마련되겠지만 앞으로 토지이용계획 변경 등을 통한 증축 여지를 남겨 놓았다. 재정 적자 문제와 관련해선 아직 복지부와 제대로 된 협의를 하지 못했다. 협의를 통해 국가 지원을 최대한 늘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활병원이 제대로 건립되고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시가 역량을 모아주길 기대한다.

중앙정부는 어린이재활병원과 같은 공공의료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어린이를 위한 치료 환경은 영리만 추구해서는 조성될 수 없다. 운영 일정 부분 투자적 경비로 생각하고 감수할 몫이다. 어린이가 미래의 기둥이라면 그 투자는 아깝지 않다. 또한 기업과 시민들도 기부 등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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