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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아이스 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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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8.05 16:43
  • 기자명 By. 충청신문
허영희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허영희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아이스 께끼 또는 막대 아이스크림(ice pole or ice stick) 그리고 아이스바는 아이스크림이 단단하게 얼려져서 막대에 끼워져 있는 아이스크림의 종류 중 하나이며, 감미료, 향료, 색소 등을 섞은 액상을 냉동관에 넣고, 가운데에 가는 막대기를 꽂아서 얼린 빙과이다(출처: 위키 백과). 프랭크 에퍼슨 역시 우연찮게 저녁 때 만들었던 음료가 그 다음날 가보니 애초에 음료를 젖기 위해 담가둔 나무막대와 함께 얼어있는 모습을 발견하고서는 아이스 캔디라는 이름을 붙였고 지금은 이 더운 여름 날 많은 이들의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어릴적 우리들은 이 아이스바를 ‘아이스 께끼’라고 불렀었고 통팥이 더덕 더덕 붙어있는 나무 꼬챙이에 낀 그 아이스께끼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참으로 좋아 하였었다.

땀이 삐질삐질 쏟아지는 여름날 “아이스 께~끼” 소리가 동네에 울려 퍼지면 사각형 아이스께끼 통을 멘 총각이 어김없이 나타났었다. 그때 그 총각은 지금 시대의 빌보드 챠트 1위를 달리는 방탄만큼이나 우리들에게는 인기가 많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에 내 동네 친구들 중에는 장래 희망이 ‘아이스께끼 총각’이라고 말한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는 동네에 아이스께끼 총각이 나타나면 그 총각 곁에 꼭 붙어 다니면서 “달고 시원한 아이스 께~끼”라며 똑같이 흉내를 내곤 하였었다. 

형제가 5명이라 엄마는 아이스께끼를 꼭 한 개씩만 사주셨고, 그 맛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입안에 오래 머물고 있으면 더욱 빨리 사라지는 아이스께끼…. 늘 나는 아쉬웠다. 그래서 한번은 아이스께끼를 실컷 먹고 싶어서 엄마 몰래 이모 신발이랑 바꾸어 먹기로 하고 동생이랑 작전을 짰다. 평소에 이모 발 냄새가 유독 심하여 우리집 강아지는 이모가 신발을 벗어놓으면 다른 사람의 신발에는 관심이 없는데 그저 이모 신발만 물고 도망가 아무데나 내다 버리곤 하였었다. 이보다 더 확실한 알리바이를 만들 수 있을까?

지금은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이지만 내가 살던 그 시절에는 여름이 되어야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여름 간식 아이스께끼. 그날 저녁 찬 것을 너무 많이 먹은 탓에 나랑 내동생은 배탈이 났고 죄없은 우리집 강아지는 더운날 이모에게 갖은 고초를 당하였었다. 화가 난 이모는 솥에 물 끊인다고 야단법석이었는데 엄마가 사과를 하고 새 구두값을 이모에게 선물하면서 우리집 강아지는 목숨을 구하였었다. 나는 내 나이 12세때 먹었던 그 시절 그 아이스께끼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중 중국에서는 겨울에 얼음을 채취해서 보관했다가 여름에 얼음을 갈아서 각종 과일과 함께 섞어 먹으면서 더위를 이겨내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또한 한국에서도 겨울에 얼음을 채취해서 보관했다가 여름에 꺼내 먹었다는 기록들이 있는데 대략 얼음을 보관하였던 석빙고에 관한 내용들이다. 그 당시 조선시대 왕실과 지위가 있는 관리들은 여름에 사용할 얼음을 채취해서 따로 보관하였었는데 그 흔적이 지금의 서울의 동빙고동이나 서빙고동의 마을 이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단순한 더위가 아닌 자연재해라고 할 정도로 무더운 2018년 올해 여름 무더위, 서울 낮 기온이 39도까지 치솟을 정도이니 당연히 ‘서프리카’라고 해도 이견이 없을 정도이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찜통 같은 무더위의 원인은 티벳 고기압의 확장 때문이라고 한다. 인터넷으로 그 사연을 알아본 바, 티벳에 쌓여있는 눈이 거울처럼 반사 역할을 하는데 눈이 적게 내리면서 지면이 이전보다 뜨거워진 것이 폭염의 원인이라고 한다. 어쨌든 올 여름은 너무 덥고 나만의 시원한 공간을 찾아, 잠시라도 이 고통을 잊어 버리고 싶었다. 

7월부터 현재까지 영화관만 계속 들락거리고 있는데 태어나서 영화관 티켓으로 10만원을 넘겨보긴 처음이다. 그리고 지금은 영화제목이랑 주인공이 엉겨서 기억이 명료하지 않다. 아마도 이러한 난감한 상황은 살인적인 더위 탓 일까?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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