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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더운 여름은 곧 지나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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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8.07 16:26
  • 기자명 By. 충청신문
변정순음성수필문학회 회장
변정순음성수필문학회 회장

연일 계속되는 더위가 장난이 아니다. 마당에 핀 비비추와 에키네시아 꽃잎도 축축 늘어져 있다. 여름 꽃으로 한창 끝 발을 날리고 있을 텐데 너무 더워 이 녀석들도 견디기 힘든지 이파리는 타들어가고 있다. 주위에 노루오줌 같은 야생화는 물 주는 것을 며칠 거르니 잎이 말라붙어 꽃도 못 펴고 죽고 말았다. 집안에 있는 식물이라서 잘 자랄 줄 알았더니 그렇게 딱하게 되었다. 

요즘같이 심각한 날씨가 어디 식물한테만 못되게 굴까. 요 며칠 고양이가 밤마다 마당에 떼로 와서 아기울음소리를 낸다. 낮에는 어디에서 살다가 한 밤중이면 창문 아래서 괴이하게 울어대는지 무섭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여 밖으로 나가서 살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단 강아지 사료와 물을 들고 나가보았다. 들 고양이들은 내 기척을 듣고 벌써 저만치 도망을 갔다. 그중 한 놈은 나와 마주친지 꽤 오랜 날이 지나서 인지 금방 알아차리곤 내가 들고 간 사료를 받아먹었다. 이 녀석은 집 고양이가 다 된듯했다. 다른 고양이들도 집안으로 들어왔으면 물 한 모금이라도 먹고 가면 좋았을 것을 도망치는 들 고양이들이 안쓰러웠다. 배고파서? 물이 먹고 싶어서 온 걸까? 아침이면 그릇에 담아놓은 사료와 물이 다 없어지길 바라면서 놓고 들어왔다. 날마다 폭염으로 산 계곡의 물도 마르니 고라니 같은 짐승들도 마을로 더 많이 내려와 농작물을 먹어댄다고 한다. 이래저래 걱정이다.

너무 더워서 내 몸도 유지하기 위한 온도를 훨씬 넘어버려서 열이 나고 어지러움으로 며칠 고생을 했지만 곧 회복되었다. 올해 여름더위는 일회성이 아닌 지구 온난화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정부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소리 높여 말하고 있고 우리 음성에서도 무더위쉼터 운영과 도로에 살수차를 운행하고, 시내에 그늘막 설치와 독거노인들을 보살피고 가축들 질병예방대책과 농작물 스프링클러 등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모두 함께 나서서 불볕더위를 식히며 잘 살아 갈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으니 마음도 시원해진다.

며칠 전 단재연수원 북부센터에서 연수를 받고 나와 보니 충주 조정경기장에서 호수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메인무대에서는 가수들이 시원스레 노래를 부르고 있었지만 진행요원들만 왔다갔다 할 뿐 의자에 앉아서 구경하는 관객은 없었다. 너무 넓어서 그늘막을 치기가 어려웠던 모양 같다. 늦은 오후 시간이라 그늘막이 있어도 숨이 탁 막힐 정도의 더위를 안고 구경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그 나마 한쪽에는 물놀이장을 만들어 아이들과 어른이 섞여 물놀이를 하고 있어서 시원함을 느꼈지만 감질났다. 임시로 꾸며놓은 시장에 들어가니 후끈한 바람이 불어 걸어 다니기조차 힘들어서 얼른 자두 한 바구니를 사들고 카페로 이동을 하였다. 이열치열이라고 따뜻한 자몽차와 레몬차를 주문하였다. 차가 나오니 “카페에서 차를 마실 때는 일회용은 당연히 안 되는 것인데 테이크아웃 컵에 담아 주냐”고 같이 간 동료가 따져 물으니 오늘 손님이 많아서라고 주인은 변명을 하였다.

이 더위에 뜨거운 차도 모자라서 카페 안에서도 일회용을 쓰냐고 얄미운 손님으로부터 충고를 들은 여사장은 기분이 좋지 않았겠지만 앞으로 이 카페에서는 일회용 컵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로 했다. 저마다 시원한 아이스커피에 플라스틱 빨대를 꽂고 마셔대는 일회용품들, 커피는 일회용 컵에 타서 마셔야 제 맛이 난다며 매일매일 사용하는 종이컵, 이것을 불에 태우면 얼마나 많은 환경호르몬과 해로운 물질이 나와서 환경을 파괴할까. 그동안 쉽게 편하게 사용하다보니 환경을 얼마나 오염시켰을까싶었다. 

우리가 환경을 생각하고 걱정하는 일은 오늘내일 일도 아니건만 당장 끊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매일매일 더워서 살인지옥이라고 투정하며 내일은 오늘보다 더 높은 온도로 신기록을 경신할지 날마다 날씨 뉴스에 귀 기울이며 반성하고 있다. 여름이면 더운 것이 당연한 것이고 덥지 않아도 재앙인데 올해는 너무 더운 여름이다보니 종이컵을 사용하는 일, 작은 것부터 각성을 하게 된다. 

자연을 망치는 것도 사람이고 자연재해가 와서 자연을 복구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사람이다. 올 여름처럼 비상사태가 다시 오기 전에 자연을 아끼며 풀 한 포기에도 애정과 사랑을 갖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 에너지 절약 같은 작은 실천이라도 꾸준히 해 나간다면 우리가 사는 자연이 훨씬 좋아질 것 이라고 믿는다. 그리하면 동물들도 우리와 함께 잘 살 수 있겠지.

더운 여름이 가기 전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고고한 보랏빛 비비추에게도 물을 자주 뿌려줘야겠다. 비비추가 피고 지는 동안 더운 여름은 지나가겠지.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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