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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제4회 평화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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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8.26 16:05
  • 기자명 By. 충청신문
박종용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박종용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올 여름은 전국이 펄펄 끓었다. 찜통더위였다. 한증막이 따로 없었다. 8월 1일에 강원도 홍천의 기온이 41도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창 무덥던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우리 학교 축구부 학생들과 함께, 주최측으로부터 체제비와 교통수단 외에 통역사까지 제공받으며, 중국 선양(沈阳)에서 열린 제4회 평화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 다녀왔다. 

중국 선양에는, 2014년 8월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한국청소년연맹 대전 지역 인솔단장 자격으로 다녀온 적이 있다. 중국 코야문화탐방단과 함께 선양에서 장춘(長春)을 거쳐 하얼빈(哈爾濱)까지 버스로 이동했다가 되돌아오는 코스였다. 당시 선양에서는 요녕성박물관과 서탑거리만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살짝 구경한 기억이 있다.

하여튼 한때 고구려 영토였던 선양을 두 번째 방문하여, 우리 학교 축구 선수 13명과 함께 7일간 머물렀다. 첫째 날에는 호텔에서 머물고, 둘째 날에는 선양고궁(沈阳故宫) 관람 후 개회식에 참여했다. 16개국 202개팀이 모였다. 셋째 날부터는 예선 경기가 열렸다. 초등학교 6학년부에는, 우리 학교를 비롯하여 6개 국가에서 25개 팀이 참여했다. 

우리 학교는, 사흘간 열린 5경기에서 4승 1무의 성적으로, D조 1위를 차지했다. 23득점에 4실점하였으니 기록도 좋았다. 8강전에서 C조 2위를 차지한 중국팀을 만났다. 우리가 먼저 선취점을 올리며 기세를 올렸다. 홈그라운드의 이점(利點)이 있는 중국 팀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전후반 2:2 무승부로 끝났으나, 승부차기 끝에 패배하였다.

우리 학생들은, 못내 아쉬워하면서도, 상대팀 응원단과 심판진을 향해 뛰어갔다. 정중하게 인사했다. 멋졌다. 학생들은, 귀국하는 길에,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지하철을 타고 다녀온 장씨사부(張氏帥府), 선물 사러 갔던 월마트, 양꼬치를 먹었던 야시장, 간식을 위해 들렀던 피자헛과 맥도널드 가게, 양껏 먹었던 훠궈(hot pot)까지 즐거웠던 시간을 공유하느라 바빴다.

나는, 재잘거리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잠시 회상에 젖었다. 2016년 3월, 대전화정초등학교에 공모교장으로 부임했을 때, 축구 선수는 달랑 6학년 4명뿐이었다. 축구부 감독도 새로 바뀌었다. 일반 학생들로 엔트리를 채워 겨우 대회에 출전했다. 대회는 주로 주말에 열렸다. 나도 부지런히 따라다녔다. 우리는 패배를 밥 먹듯이 했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대전법동초 교장으로 재직할 때, 농구부 활성화를 위해 학년별 농구대회를 개최했던 것처럼, 학년별 축구대회로 축구 붐을 조성했다. 김영식 축구 감독님은 열정을 다하여 선수들을 지도했다. 그렇게 맨 땅에 헤딩으로 시작했던 축구부가, 2년이 지난 지금에는 15명의 선수로 채워졌다. 작년 12월에는, 축구장 규격에 미달하지만, 아담한 잔디구장도 갖췄다. 

대전시교육청은 훈련비와 훈련 장비를 제공해 주었다. 한시적이지만 축구 코치도 두 번이나 추가로 배정해 주었다. 가뭄에 단비였다. 장학사님들은 수시로 방문하여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대전광역시축구협회 김명진 회장님은, 학교에 장학금과 지원금을 보내주었고, 우리 선수들에게 푸짐한 식사도 제공했다. 게임 전에 상대팀과 교환할 수 있도록 페넌트(pennant)도 제작해 주었다. 

대전시 국제교류센터의 도움도 잊을 수 없다. 우리가 중국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귀국할 때까지 행·재정적 편의를 제공해 주었다. 중국 현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국제교류 전문가이신 추교원 운영실장님과 중국어에 능통한 송주희 매니저님이 동행하지 않았더라면 어찌했을까,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우리 선수들을 내 가족처럼 돌봐 주시는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이형록 학생의 아버님은 선수들 지도하느라 바쁜 축구 감독님의 공백을 메워줬다. 매번 12개나 되는 축구공과 얼음상자를 경기장까지 날랐다. 학생들의 사진을 단체카톡방에 탑재하며, 한국에 있는 학부모님들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심양시 인민대외우호협회 전정순 경제합작부장님은, 나를 초대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중국 학교와 ‘교류의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약속했다. 

11일 새벽 2시, 중국의 군사 훈련 관계로 비행기가 3시간 연착(延着)하여, 다소 늦게 학교에 도착했다. 마중 나온 학부모님들 속에서 장순석 교감 선생님과 이영진 교무부장님의 모습이 보였다. 이럴까 봐 연락하지 않았건만, 미안하고 고맙고 반가웠다. 버스에서 내리는 자녀를 품에 안으며, 환하게 웃는 학부모님들을 뵈니, 그동안 쌓였던 긴장이 싹 풀렸다.

박종용 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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