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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인사(人事)로 만사휴의(萬事休矣)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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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8.30 16:24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상균다트기획 대표·전 대전예술의전당 홍보팀장
김상균다트기획 대표·전 대전예술의전당 홍보팀장

전문화재단 대표이사 공모가 진행 중이다. 며칠 전 서류 접수 마감 결과, 대전 관내 인사 7명, 관외 인사 8명이 출사표를 던졌다고 한다.

이런 자리가 있을 때마다 우리는 하마평을 접한다. ‘하마평(下馬評)’이란 관리에 임명될 후보자나 인사이동에 대하여 세상에 떠도는 소문이나 평판을 뜻하는 말로서 관리가 말(馬)에서 내려 관청에 들어가면 관리를 태우고 온 마부들이 상전에 대해 이러저러한 평을 했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때로는 그 자리에 적합한 인물로서 경력과 능력을 인정받아 하마평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도 적지 않다. 

그 자리에 욕심이 있는 누군가가 순수한 하마평에 오를 수 있는 대상자를 견제하기 위하여 마타도어로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시키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일부 기자들은 확실치 않게 떠도는 이야기를 받아 적어 기사화시키며 의무를 다한다. 하지만 증명되지 않은 ‘카더라’ 통신은 자격이 충분한 후보대상자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우리는 아직 그런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시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모 씨는 소위 캠프에서 민다더라, 모 문화예술 단체장으로 정리됐다더라, 중앙당에서 내려온다더라하는 수많은 말들이 들려온다.

필자는 이렇게 떠돌아다니는 말들을 오히려 믿지 않지만 그러한 소문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면 대중은 기정사실화한다. 또한 공모 결과가 여러 소문 중의 하나와 일치한다면 아무리 공정한 공모 절차를 시행했더라도 인사권자는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고, 합격 당사자의 소신 있는 경영에도 원동력을 잃는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대전문화재단의 경우 측근인사, 코드인사의 실패 사례는 전임 두 대표로 끝나야 한다. 이들 대표는 각각 1년 반씩도 다 못 채우고 강제로 물러나듯 했고, 현재 그 자리는 6개월째 공석이다.

문화재단은 대전 문화예술의 컨트롤 타워이며, 대표는 그 최고 지휘관이다. 우리는 어떤 대표를 원하는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솔직히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봐야 한다.

먼저, 현 대전문화재단의 내부 조직이 심각하게 망가진 상태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리더가 있었어도 리더십은 부재했고, 팀장급 이상의 중간리더들이 많아도 역량 있고 책임감 있는 리더는 몇 안 된다고 한다. 따라서 일반 직원들에게는 믿고 따르고자 하는 팔로우십이 결여되었고, 나아가 자기들끼리도 서로 헐뜯고 싸우는 반목이 계속된다고 한다. 당연히 대민 서비스 기관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직원 사기와 직장 분위기가 땅바닥이다. 고객, 즉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을 만족시키기는커녕 스스로도 견디기 힘들 지경이 아닐까.

이러한 조직 상태를 비교적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어서인지 모든 언론사들은 현재의 대전문화재단의 상황에서 신임 대표이사는 조직관리 능력이 최우선되어야 한다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의견을 일제히 기사화했다. 조직 경영 역량이 입증된 사람으로 하여금 하루빨리 조직을 장악하고 혁신하게 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필자 또한 그 말에 적극 공감하며 절대 지지한다.

사실 문화재단의 대표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깊이를 이해하며 전문성이 풍부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 더 우선되어야 한다.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기본으로 하여 시민들의 생활문화까지 깊이 있게 옹호하고 장려하는 것이 문화재단 최고의 미션이기에 경험이 많은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문화예술 현장에 한 장의 명함을 내밀고 있다고 해서 문화예술정책과 지원행정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치명적인 오판이 될 수 있다. 임명권자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그런 사람이 임용된다면 그게 바로 코드인사이다.
지난 두 대표이사가 그랬지 아니한가. 현재는 당장 급한 불을 끄고 조직의 신뢰와 위상을 되찾을 수 있는 강력한 조직 장악력과 추진력을 소유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 첫째다. 아울러 문화에 대한 식견과 예술 전문성에서도 탁월한 사람이어야만 한다. 그래야 재단을 재단답게 회생시킬 수 있다.

길게 보아야 한다. 문화는 혁명이 없고 예술은 단기간에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다.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3년, 5년, 10년, 그 이상을 내다볼 수 있는 안목과 전략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사실 문화정책은 100년 대계라 하는 교육정책보다도 호흡이 더 긴 정책이다. 예술가이기 이전에 경영자이고, 그냥 경영자가 아니라 예술경영자인 것이 문화재단 대표이다. 

긴 호흡의 문화정책을 이해하며 정착시키고자 인내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 나라에는 문화재단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는 진정한 전문가가 드물다. 진정으로 개인의 영예를 추구하지 않고 헌신할 수 있는 그런 대표이사를 기대한다.

김상균 다트기획 대표·전 대전예술의전당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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