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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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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9.02 16:46
  • 기자명 By. 충청신문
허영희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허영희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경북 의성 군위는 친정 아버지의 고향이자 친가 쪽 선산이 있는 곳이다. 친정집 식구들은 해마다 추선 전 9~10월이 되면 조상님 묘소에 벌초작업을 하러 가는데 우리 형제들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랑 함께 다녔다. 그리고 묘소로 가기 전 좁다란 들길이 이어지는 야산으로 접어들면 크고 붉은 실한 대추가 길가에 주렁주렁 달려있어 본의 아니게 늘 각자 한 웅큼씩 서리를 하게 된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70년 전에 친할아버지께서 심어 놓으신 귀한 것이라 항상 감사하는 맘으로 대하라고 하신다. 

대추는 노화 방지와 빈혈 그리고 냉증 등 여성에게 특히 탁월한 식품이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 옛날부터 중국에서는 하루에 대추 3알을 먹으면 늙지 않는다는 말도 있는데 양귀비도 대추로 그 아름다움을 유지하였다고도 한다. 

몇 년전 친한 수녀님으로부터 대추를 한 상자 선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전에 먹어보았던 대추보다 훨씬 달고 수분 함량이 높았다. 사실 대추에 대한 선입견이 확 달라지게 하는 맛이었고 이 궁금증을 그냥 넘길 수가 없어 인터넷으로 대추의 정확한 효능을 검색 해본 적이 있다. 

대략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대추에는 비타민C(생대추에 62mg%)의 함량이 과일 중에 높은 편이고 비타민B2 함량도 일반 과일보다 높다고 한다. 생대추의 당 함유량은 20~30%에 달하고 건대추는 55~60%에 달하여 사탕수수보다 당 함량이 더 높다. 게다가 비타민 P 성분이 있어서 인체의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혈압도 내려주며 또한 신체를 건강하게 하고 특히 심혈관계통 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어릴 때 우리집 마당 입구에는 오래된 대추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그 대추는 왜 그리 더디게 익는지. 급한 마음에 설익은 대추 몇 톨을 따 먹다가 엄마에게 혼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추석 때 제사상에 올리고 나서 먹어야하는데 내가 항상 먼저 시식하였으니 결과는 뻔하였다. 감히 조상님 드실 음식을 기집애가 탐하였으니.
삐쳐있는 내가 안쓰럽게 보이셨는지 그때마다 친정 아버지께서는 말려놓은 대추랑 산에서 주워온 여럿 밤톨을 모아서 웃옷 소매 주머니에 꾹 밀어 넣어주셨다. 그리고는 늘 똑 같은 말씀을 하신다. “맘 풀어, 그렇다고 엄마 미워하면 안돼.” 가재는 게편이라고 하더니, 은근히 아버지는 엄마 편이셨다. 

옛날 어느 나무꾼이 산에서 나무를 하다 신선 둘이 바둑을 두는 장면을 보았다. 나무꾼은 호기심에 신선들 곁에서 바둑 구경을 하였는데 한 신선이 조그맣고 빨간 열매를 주길래 받아 먹었다. 나무꾼은 그 열매를 먹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배고픔도 잊은 채 바둑구경을 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생각되어 나무꾼은 서둘러 마을로 내려왔는데, 이상하게도 나무꾼이 살던 집은 온데 간데 없고 부모님이랑 본인 가족들도 없고 마을이 완전 바뀌어 있었다. 수소문 끝에 나무꾼은 나무꾼이 살았던 때보다 200년이나 더 지난 후에 마을로 내려왔고 신선을 만나 바둑구경을 하면서 신선이 준 대추를 먹고서 200년이나 지나도 늙지도 않고 신선처럼 세월을 보낸 것을 알게 되었다.

느릿느릿 핀다고 해서 ‘양반나무’라는 별칭까지 있는 대추나무는 충북 보은에서 많이 재배된다고 하는데, 뭔가 설득력이 있다. 특히 재질이 단단하여 떡메나 달구지, 장롱 재료로 많이 쓰인다고 하는데 고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께서는 부러진 대추나무에 옻칠을 해서 늘 지니고 다니셨다. 그 시절 그놈의 대추나무는 왜 그리 단단한지, 3학년 전교생이 360명 정도가 되었는데 성능이 늘 변함없었고 부러지지도 않았었다. 

대추나무는 보통 물에 뜨는데, 벼락 맞은 대추나무는 물에 가라앉는 것이 특징이라 한다. 속설에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도장을 새겨서 쓰면 행운이 온다고 해서 다른 도장가격보다 좀더 비싼 값을 지니고 있다.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졸업식 때 담임 선생님께서는 졸업선물로 대추나무 도장을 동기 64명 전체에게 나누어 주셨는데 나의 인감도장으로 아직까지 잘 보관하고 있다. 올해는 가뭄 탓에 대추가 아주 맛있게 잘 익었다고 친정아버지께서 말씀하시는데 본래 아버지 고향의 명물은 마늘이었는데 지금은 대추로 유명세를 누리는 것 같다.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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