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충청포럼] 충남의 정체성과 대표 정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8.09.06 17:15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노신호서대 인문융합대학 교수
이노신호서대 인문융합대학 교수

지인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얘기를 수도 없이 들어왔다. “충청도는 정체성이 모호하다.” “거쳐 가는 곳이다.” 그럼 나는 속으로 반문했었다. “요즘같이 교통통신이 발달한 시대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잘 살면 되지 무슨 충청도의 정체성이 필요하지?” “국토의 크기가 미국의 한 주보다도 작으면서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런데 그런 얘기가 지겹도록 반복되니 그 말들에 담긴 의미를 여러 가지로 생각하게 되었다. 우선 첫 번째가 “아,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우선 충청도 사람으로 보는 것이 현실이구나.” 사실상 숙명적인 의미이다. 두 번째가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충청도에 대하여 어떤 인상과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서 그런 얘기를 할까?” “그리고 충청도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는 있을까?” “그럼 나는 충청도를 잘 알고 있나?” 위의 두 가지 언급 ‘모호한 정체성’ ‘거쳐 가는 곳’을 계속 들어왔던 덕분에 이것들 말고도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약 8년 동안 미국에서 유학하면서 그 어떤 미국인이나 외국인도 나를 충청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미국인도 영국인도 독일인도 프랑스인도 아랍인이나 인도인도 나를 심지어 대한민국 사람도 아닌 몽골리안 계통의 아시아인으로 보았다. 몽골리안 계통의 아시아인! 여기에는 일본인, 중국인, 싱가포르인들도 모두 함께 포함되었다. 사실 나는 90년대 중반부터 미국에 체류하면서 2000년대 중반 귀국할 때까지 진짜 몽골인들은 단 한명도 본 적이 없다. 

이처럼 여러 서양 외국인들 속에서 나는 충청도 출신도 대한민국 국민도 아닌 아시아인 또는 동아시아인으로 분류되었다.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에서 온 학생들과 통째로 하나로 묶였다. 따라서 나의 일거수일투족은 서양 동료들의 시선에서는 한 명의 아시아인이 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철없던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 이런 환경 속에서 살다가 귀국하였다. 그리고 고향인 천안에 정착하여 이제는 충청도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미국에서 살면서 느낀 점은 기독교는 종교의 차원을 넘어서 시민들 의식과 일상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으며, 또한 미국의 문화적 가치관과 생활규범을 설정하는 기준이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더 나아가서 기독교적 가치관을 중시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세우는 골격이 되었다. 물론 50개의 주마다 차이는 분명히 있다. 내가 살았던 펜실베이니아주는 다른 주에 비하여 전통적으로 개방적 색채가 더 강했다. 하지만 그것도 전반적으로 기독교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 고유의 정체성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충청도, 특히 충남을 백제문화권이라 불러왔다. 백제의 첫 도읍인 위례성터가 있는 천안을 비롯하여 백제 수백 년 도읍인 공주와 부여가 있다. 또한 황해를 내해로 삼아 중국 및 일본과 활발한 국제교류를 하며 화려하고 세련된 문화유산들을 남긴 백제의 역사적 흔적들이 충남 곳곳에 남아있다. 

충남은 또한 민족 사랑의 본향이다.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수많은 애국자들과 독립투사들이 배출된 곳이 바로 충남이다. 천안의 김시민 장군과 아산의 이순신 장군을 비롯하여 일제강점기 최익현, 유관순, 윤봉길, 한용운, 김좌진, 이상재, 서재필, 홍범식, 조병옥 등 어둠 속에 있던 우리 민족 근대사에 환한 등불이 되어준 위인들이 수없이 많다. 특히 천안의 이동녕 선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김구 선생도 이승만 전 대통령도 모두 이동녕 선생을 존경하며 함께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탄생에 힘을 쏟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런 위대한 정신적 유산들이 있음에도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 것 같다. 제대로 효과적으로 알려지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마치 귀한 옥구슬이 충남의 이곳저곳에 널려 있음에도 제대로 꿰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런 “정체성이 모호하다” “그냥 지나가는 곳”과 같이 약간은 비하성의 말들을 듣는 것이 아닌가 풀이된다. 

공주, 부여와 같이 충남의 남부를 중심으로 하는 백제문화유적과 천안 아산을 비롯하여 충남도 전체에 퍼져있는 애국지사들의 발자취를 함께 잘 융합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한 노력을 통하여 충남 고유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정립해야만 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문화와 역사를 선도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정신체계를 수립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 충남의 정신과 미래 역사가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그런 각오와 믿음을 가지고 최선의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이노신 호서대 인문융합대학 교수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