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장진웅 기자 = 대전시의회가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간담회를 앞두고 진퇴양난의 모습이다.
집행부 거수기란 오명을 떨쳐낼 기회라는 분위기부터 집행부와의 관계를 배제할 수 없다는 기류까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집행부 수장과 인사청문간담회에 나서는 의원 전부가 같은 당 즉 '식구'라는 점 때문인데, 간담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분위기다.
9일 시의회에 따르면 복지환경위원회는 10일 인사청문간담회를 열고 설동승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내정자에 대한 검증에 나선다.
이사장으로서 자격을 묻는 것인데, 내정 발표가 난 뒤부터 시의회가 궁지에 몰리는 분위기다.
시가 시설관리공단 출신의 설동승 내정자를 공개한 뒤 공단 노조를 비롯한 시 산하 노조 협의체에서 단체로 임명 반대를 요구했다.
설 내정자가 재직 당시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이루지 못했다는 게 주요 이유다.
간담회를 주관하는 시의회 복환위 위원들과 면담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종호 복환위 위원장은 간담회를 하루 앞둔 이날 "시민들이 (간담회 결과에 대해 ) 의아스럽다고 느끼지 않게 철저히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같은 당이라고 해서 오해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예고했다.
노조 측에서 요구하는 임명 반대에 대해서 이 위원장은 "설명을 충분히 들었다. 참고할 게 있으면 하겠다"면서 "(간담회에) 노조위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노조 측에 반대하는) 다른 증인도 채택했다"고 소개했다.
시의회는 이번 간담회가 집행부에 대한 실질적인 첫 번째 견제·감시 활동이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매번 간담회 때마다 시의회는 집행부의 '이중대', '거수기'란 오명을 받아왔다.
선거 결과 시장과 시의원 모두 같은 당 일색인 상황에서 시장이 내정한 인사를 시의회가 거부하기란 특별한 결격 사유가 나오지 않는 이상 어렵기 때문이다.
당 구성이 비슷했던 지난 7대 시의회선 간담회를 모두 7번 열어 1번을 제외하고 모두 '적격' 보고서가 나왔다.
논란이 있었던 후보자들도 꽤 있었지만, 간담회 내용과는 별개로 결과 보고서는 '낙점'이었던 셈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간담회가 열리기 전부터 각종 구설이 난무하는 설 내정자에겐 시의회로선 거수기란 오명을 면피할 수 있는 좋은 대상인 셈이다.
한 시의원은 "직원들을 대표하는 노조에서 반대하는 내정자를 무리해가면서 적격으로 판단할 이유가 없다"면서 "간담회는 객관적으로 진행하겠지만, 명분이 있는 만큼 이번에야말로 거수기 논란에서 벗어날 때"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볼 게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노조에서 주장하는 반대 이유가 객관성이 떨어지기에 이를 간담회 내정자에 대한 주요 검증 내용으로 삼는다면, 시의회가 역량 미달이라는 비판만 받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또 집행부와 시의회가 출범 초기에 불필요한 각을 세울 필요가 있겠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단순한 트집 잡기나 신상털기가 아닌 객관적 자료와 분석에 따라 검증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노조의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감정적으로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간담회가 험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 관계자는 "시장과 시의원 모두(22명 중 21명) 더불어민주당인 상황에서 서로 협조할 건 해야 하는데, 집행부의 첫 번째 산하 공기업 인사에 빗장을 걸기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복환위는 이번 간담회 결과 보고서를 오는 12일 채택해 집행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허태정 시장은 이 결과 보고서를 참고해 설 내정자에 임명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