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장진웅 기자 = 민선7기 대전시 첫 산하 공기업 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간담회가 '증인 신문 간담회'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간담회 대상인 내정자보다 관련 증인들에게 질의가 쏟아져서다. 내정자가 기관장으로 적격한지를 판단해야 하지만, 증인을 상대로 감정 섞인 질의응답만 오가면서 본 취지에 벗어났다는 평가다.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는 10일 복환위 회의실에서 설동승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간담회를 열고 검증에 나섰다.
그런데 복환위 위원들은 내정자보단 관련 증인에 대한 신문에 더 매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회의 초반 위원 2명이 설 내정자에게 경영 방향 등에 대해 20여분 묻는듯 하더니, 김기문 공단 노조위원장이 증인으로 등장하면서 간담회 방향이 바뀌었다.
김 위원장은 설 내정자의 임명 반대와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위원들은 김 위원장에게 그 이유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김 위원장은 "설 내정자에 사퇴를 촉구한 이유는 아주 명확하다. 내정자에 대해선 검증 절차는 끝난다. 저희가 17년간 같이 근무하면서 직원 대다수가 반대하는 게 검증 절차의 확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가장 큰 리더십 덕목은 소통과 화합이다. (설 내정자가) 소통과 화합이 부족하다는 직원 대다수의 의견"이라면서 "개인적인 사감은 없다"고 덧붙였다.
또 김 위원장은 "25년 가까이 조직 생활하고 있는데, 좋은 나쁜 상사가 있다. 나쁜 상사는 밑에 직원들에게 닦달하고 책임을 전가하고 윗사람한테 잘하는 상사, 여기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설 내정자를 사실상 나쁜 상사로 규정했다.
이후 몇몇 위원들이 설 내정자에게 추가 질문을 한 것도 잠시, 이번엔 설 내정자의 임명에 찬성하는 공단 직원이 증인으로 세워졌다.
공단 무지개복지센터에서 근무 중인 조훈 씨는 공단 게시판에 설 내정자 임명을 찬성하는 글을 올리면서 공식 지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위원들은 이번엔 조 씨에게 임명 찬성 이유를 물었다.
조 씨는 "어느 조직이건 반대가 없는 조직은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 그 목소리를 제가 냈다"고 답했다.
이어 조 씨는 "무지개복지센터가 (자체)감사 받았는데, 내정자(당시 감사실장)에게 호된 호통을 받았다"면서 "당시는 서운하기도 했고 신입직원이기 때문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후에 시 사무감사와 종합감사에서 무사히 잘 넘어갈 수 있었다"고 내정자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조 씨는 "제가 지금까지 8년 동안 장애인들과 생산하고 생활하는데 한 명도 내정자 외에는 홍보와 판매를 촉진했던 경우가 없었다"면서 설 내정자의 업무 역량을 추켜세웠다.
복환위는 이날 오전 회의 대부분을 증인과의 질의 응답으로 사용했다.
간담회에 있었던 한 참석자는 "간담회 대상이 증인들이었는지 헷갈릴 정도였다"면서 "정작 내정자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은 찾아볼 수 없고 증인들과 핑퐁게임을 하는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설 내정자의 임명에 대해 찬반 의견이 갈린 증인들을 상대로 너무 많은 시간을 쓰다보니 정작 내정자에 대한 검증에는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게 한다.
청문회 결과도 객관적 분석과 평가를 통해서가 아닌 증인들의 주장과 감정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시의회 복한위는 이날 간담회 결과 보고서를 오는 12일 채택해 집행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결과 보고서는 적격과 부적격 가운데 선택한다. 부적격을 채택한다고 해도 법정 효력은 없다.
앞서 설 내정자는 정책 소견에서 이사장 취임 시 경영 혁신을 통한 업무 효율화, 최소의 비용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진 공기업, 안전 사고 제로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