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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상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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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9.11 16:05
  • 기자명 By. 충청신문
변정순음성수필문학회 회장
변정순음성수필문학회 회장

장독대에서 서성인다. 

된장을 푸러 나왔다가 항아리 옆에 진노랑상사화가 핀 것을 보았다. 하나의 꽃줄기에 여섯 개의 주름진 꽃잎과 꽃술, 한 개의 암술이 꽃잎보다 길게 나와 있어 매력적이다. 분홍 상사화보다도 더 깨끗하고 몹시 우아한 모습이다. 잎이 필 때는 꽃이, 꽃이 필 때는 잎이 사라지니 잎과 꽃이 한 번도 만나질 못하는 꽃 이름은 상사화. 견우와 직녀는 칠월칠석, 일 년에 한 번은 만난다는데 상사화는 서로 생각만 하고 사는 그리움의 꽃이라니 참 가련하기 짝이 없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애틋한 사랑을 해보았을 듯싶다. 사랑하는 마음은 삶의 에너지로 몸과 정서에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하루 종일 별다른 이유 없이 웃고, 노래를 들을 때도, 시를 읽고 로맨틱 영화를 볼 때도 자신을 위한 것처럼 느꼈을 것이고 그 사람의 안부도 궁금했을 것이다. 

이성은 서로 그리워하고 필요로 하여 찾아다니지만 생각의 차이로 헤어지는 아픔도 겪고 그러면서 후회하고 또 그리워하며 산다.‘그리움.’ 어떤 이를 좋아하거나 곁에 두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애타는 마음이다. 요즘 아이들은 이성 친구 사귀는 것을 무척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이성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여자 친구가 없으면 또 남자친구가 없다는 것은 자신이 뭔가 매력이 없어서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좀 놀랍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은 아주 자연스런 일이다. 우리도 좋아하는 사람은 늘 생각하게 되고, 보고 싶어지고 그러다 삶에도 관여하고 싶어지지 않는가. 대상에 따라 감정이 다르겠지만 집착으로 느낄 수도 있고 그리움이 희망과 같은 좋은 의미로 다가 올수도 있다. 누구를 그리워 할 줄 아는 마음,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할 줄 아는 마음, 모두가 소중한 마음이다.

“몇 굽이 돌고돌아 사랑님을 보았을까 새벽안개 이슬 되어 알알이 맺혔구나. 한 올 한 올 타는 가슴 어디에 둘까 그리운 맘 사랑에 졌네. 아 아아 아 아 아아 아 안타까운 내 님이여. 저 구름에 몸을 실어 둥실 둥실 띄워볼까 저 바람은 내 맘 알까 먹물 같은 이내 심정 사랑님은 아시려나”

크고 작은 장독을 다독거리며 김용임의 사랑님을 불러본다. 노래는 장르를 불문하고 듣는 것도 좋아하고 부르는 것도 좋아한다. 요즘 인기 있는 트로트인데 노랫말이 계속 입에서 맴돌고 있다. 그 사랑님은 어디에 있을까. 내 가슴은 왜 이리 먹먹한지 모르겠다. 며칠 전 동료인 그녀가 대장암 치료를 받다 아이 셋을 남겨놓고 먼 길로 떠나 버린 탓일까. 이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며 살고 있지만 그와의 소중한 인연도 바람처럼 왔다 사라졌다. 그녀를 보내고 허기진 마음을 달래려 눈을 감고 그의 이름을 불러본다. 얌전한 하얀 얼굴이 떠올려지며 겸손했던 그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간직하련다. 

붉노랑상사화는 이상스레 호화롭다. 

그가 왔다 간 자리에 피어난 걸까. 연노랑 바탕에 붉은 빛을 띠니 마치 황금으로 치장한듯하다. 저리 우아한 황금 꽃도 보이지 않는 잎에게 애절한 마음을 지금 나처럼 전하고 있을까. 사무치게 그리워한다고.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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