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목요세평]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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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1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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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백제문화원장
김정호백제문화원장

남자는 세 번 운다고 한다. 태어날 때 운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운다. 나라가 망했을 때 운다. 어린애들이 “사내놈이 눈물을 보이면 안 돼. 계집애처럼 질질 짜지마”하면, 신기하게도 울음을 뚝 그친다. 우리의 남자들은 그렇게 자랐다. 눈물은 여자의 것이라는 차별 개념이 도드라졌다. 허구 보이코드(boby code)다. 근거도 없고, 속담 같지도 않다. 그런데도 귀에 익어 참 거시기하다. 평생 세 번만 운 남자는 없다.


아시안게임에서 남북단일팀이 메달을 따고 부둥켜안고 운다. 금강산 이산가족은 눈물로 상봉하고 눈물로 헤어진다. 카톡에 눈물 이모티콘을 보내고, 눈물 나게 웃는 이모티콘으로 답장을 한다. 


눈물은 무엇인가? 눈물은 생리학적으로 보면 눈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되는 체액이다. 이물질과 박테리아 감염을 막아준다. 눈을 깨끗하게 하고, 촉촉하게 한다. 늘 조금씩 나와 눈을 축이거나 이물질을 씻어낸다. 그러다가 넘치면 흘러내릴 뿐이다.


눈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반사적인 눈물과 정서에 의한 눈물이 그것이다. 눈에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최루탄, 양파의 증기 등으로 자극을 받으면 눈물이 나온다. 강한 빛이 눈에 들어올 때나 매운 음식이 입안을 자극시킬 때 눈물이 나온다. 하품을 할 때, 통증이 극심할 때 눈물이 흐른다. 인간은 정서적 이유로 울음을 우는 경우에도 눈물을 흘린다. 모든 감정의 끝은 눈물이다. 슬픔뿐만 아니라 기쁨, 분노 등의 감정도 눈물을 유발한다. 


인간만이 눈물을 흘리는 건 아니다. 모든 포유류는 눈을 보호하기 위해 눈물을 분비한다. 눈을 가진 모든 동물은 기본적으로 눈물샘을 갖고 있다. 사람만 감정의 변화에 의해 눈물을 흘리는 것도 아니다. 도살장으로 향하는 소의 눈물, 헤어지는 반려견의 눈물을 목격한 보고는 많다. 


눈물은 왜 짠가? 눈물에는 단백질, 지질, 염분이 포함되어 있다. 체내에 들어 있는 식염성분 나트륨 때문에 짭짤하다. 슬픔의 눈물은 짜고, 기쁨의 눈물은 단 것이 아니다. 어느 시인의 글을 읽고 많은 사람이 눈물 맛을 보았다.


식물인간이 된 어머니가 산소 호흡기를 거두기 전 자식들의 외침에 눈물을 흘리더라는 임종 이야기는 가슴을 찡하게 한다. 


우리 민족은 한이 많고, 눈물이 많다. 촉루낙시 민루락(燭淚落時 民淚落)이라. 백성들의 눈물, 착한 위정자는 백성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노력했다.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이 날에 목 놓아 우노라. 동포여! 동포여! 나라가 망하는 치욕에 목 놓아 울었다. 일제강점기 ‘눈물 젖은 두만강’은 지금도 애창곡이다. 강물도 달밤이면 목메어 우는데, 그리운 내 님이여 그리운 내 님이여~.


우리 눈물은 가족중심으로 근대화를 이루었다. 가족을 위해, 가족의 이름으로 온 삶을 눈물로 적셨다. 요즘은 바뀌었다. 눈물이 없는 아이들이 많다. 조국은커녕 가족이나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울지 않는다. 


눈물이 흐른 뺨에는 눈물자국이 생긴다. 흐르는 눈물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흐르지 않는 눈물이다. 자국도 남지 않는 무수한 눈물들은 어디에 고일 것인가.


눈물은 울음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울지 않는 것이 없다.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것은 운다. 귀뚜라미, 기러기도 울고 뱃고동, 문풍지도 운다. 산도 바다도 울고, 땅도 하늘도 운다. 울음에는 눈물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보석 이름에 눈물이 많다. 눈이 없어 눈물을 흘릴 수 없는 자연물에도 눈물을 붙인다.


눈물은 때때로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다. 배우는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명배우는 원할 때 안약을 쓰지 않고 눈물을 흘릴 수 있다. 눈물 짜내기가 있다. 눈물은 즙(汁)이 아니다. 지금 우리 세태는 악어들의 눈물이 눈물바다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눈물은 투명하다. 그러나 피눈물도 있다.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사회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눈물에는 온도가 있다. 눈물은 차갑다. 그러나 뜨거운 눈물도 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자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 가난해서, 배가 고파서 울며 빵을 먹어 본 적 있느냐는 서양식 명언이다. 


방탄소년단은 피와 땀과 눈물을 묶어 노래했다. “내 피땀눈물 다 가져가.” 


슬프거나 기쁘거나 흘리는 눈물은 정신건강에 좋다고 한다. 마음껏 목 놓아 울어본 적이 있는가. 자주 울자. 눈물은 인간을 인간이게 만들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도 눈물을 보이지 않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눈물은 나약함의 상징이 아니다. 눈물은 포기가 아니다. 삶의 강력한 욕구다. 부활의 상징이다. 눈물 속에서 사랑이 싹트고, 생명이 자란다. 그래서 눈물은 기립박수를 받는다. 


평생 세 번만 운 남자는 없다. 끊기는 것인가. 결혼 아니 하고 나이 들어가는 청춘들을 본다. 자식 낳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자식들을 본다.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김정호 백제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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