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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정분권 쏙 빠진 ‘자치분권 종합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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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9.12 17:26
  • 기자명 By. 충청신문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종합계획이 11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됐다. ‘우리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이라는 비전 아래 6대 추진전략과 33대 과제로 구성됐다. 이르면 내년부터 주민이 지방정부를 거치지 않고 조례 제·개정안과 폐지안을 지방의회에 제출할 수 있게 된다. 현행 8대 2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도 지방소득세·지방소비세 비율을 늘려 6대 4로 조정된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선언했던 문재인 정부의 실질적인 분권 로드맵이다.

그러나 자치분권 종합계획의 내용은 기대보다는 실망과 우려가 앞선다. 주민참여 확대, 지방재정 확충 등 등 큰 틀의 방향만 선언적으로 나열돼 있을 뿐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 실행계획은 거의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대통령 주재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행정안전부가 보고한 ‘자치분권 로드맵’에서 진전된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표적인 것이 자치분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재정분권 분야다. 현재 8대 2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장기적으로는 6대 4 수준까지 개선하겠다는 목표 아래 소득·소비과세 중심으로 지방세를 확충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그동안 발표된 내용과 다를 바가 없다. 국세의 지방세 전환 등 재정분권 구체안은 당초 올 2월 발표 예정이었다가 부처 간 이견으로 미뤄졌는데 이번 종합계획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재정분권을 통한 재정자립은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핵심이다. 빈약한 재정으로는 풀뿌리민주주의의 뿌리를 내릴 수도, 꽃피울 수도 없다.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지 20년을 훨씬 넘긴 지금이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시간이 흘렀으면 자치제가 자리를 잡을 법도 한데 오히려 갈수록 후퇴한다. 그 중심에는 부실한 재정이 자리하고 있다. 전국의 자치단체가 디폴트 위기를 거론하며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부실화된 지방재정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자치단체들은 국가 세입의 20%에 불과한 지방세 비중을 높이고, 지방소비세를 인상시켜줄 것을 요구한다. 견고한 재정 없이 건강한 자치제의 정착은 힘든 만큼 개선해야 한다. 물론 돌아볼 일이 있다. 세금 새는 구멍이 곳곳에 숭숭 뚫려 있다. 선거마다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고, 단체장들의 비리도 끊이질 않는다. 부도덕한 리더십에 무책임한 포퓰리즘이 맞물리니 지방재정은 건강하기 힘들다.

게다가 우리 재정은 인구구조 변화, 저성장 기조, 복지 지출의 급격한 증가 등 과거 경험해 보지 못했던 질적 구조적 변화에 직면해 있다. 정부가 진정 지방재정 악화를 걱정한다면 국세와 지방세 비율 조정을 비롯한 다양한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의 미봉책에 불과하다. 

대선 공약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을 강조해 온 문재인 정부다. 그러나 이번 종합계획은 ‘연방제 수준’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아예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이라는 표현조차 사라졌다. 이러고도 문재인 정부가 자치분권을 국정 운영의 기본방향으로 삼는다 할 수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외려 후퇴한 것 아닌가. 자치분권 로드맵 마련 이후 11개월이나 지났고, 올해 초에는 독립된 자치분권위원회까지 출범했다. 그런데도 이 정도 수준의 종합계획밖에 내놓지 못한다면 정부는 그간 무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진정한 자치분권은 중앙이 독점하고 있는 권한과 돈을 지방으로 돌려놓는 것에서 출발한다. 정부는 자치분권 각 분야의 실행계획을 조속히 마련해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특히 국세의 지방세 이양 방안 등 재정분권을 획기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구체안을 하루라도 빨리 확정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문 대통령이 국민 앞에 약속한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분권을 이뤄 모든 국민과 지역이 고루 잘 사는 대한민국을 실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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