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윤희 작가 - "소녀는 피안을 찾아 끊임없이 여행한다"
[인터뷰] 이윤희 작가 - "소녀는 피안을 찾아 끊임없이 여행한다"
  • 정완영 기자 waneyoung@dailycc.net
  • 승인 2018.09.1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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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미술관 2018 아트랩대전⑤ 이윤희의 'Shy afternoon'

'피안의 밤'을 설명하고 있는 이윤희 작가.(사진=정완영 기자)
'피안의 밤'을 설명하고 있는 이윤희 작가.(사진=정완영 기자)
아트랩 대전(ARTLAB DAEJEON)은 이응노미술관의 새로운 프로젝트로 지난해 이어 올해 오완석, 이선희, 권영성, 이재석, 이윤희, 이상균 등 6명의 작가를 뽑아 5월부터 10월까지 전시공간을 마련해 준다. 회화, 조소, 사진, 영상, 미디어 퍼포먼스 등 시각예술분야에 실험적인 작업에 열정있는 작가들을 지원한다. 젊고 창의적인 작가들에게 예술인으로서 경력에 발판이 될 것이다. 앞으로 전시를 시작하는 6명의 작가를 만나 작품세계를 들었다.<편집자주>

[충청신문=대전] 정완영 기자 = 전시장 입구는 70년대 극장에 들어갈 때 문을 열면 앞을 가로막던 검은 장막이 드리워져 있다.

이윤희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시작하면서 박물관 같은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문을 막아 박물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중앙에 하나, 그 너머로 하나, 왼쪽 정면에 부조 여러 개를 모아 놓은 작품 등 세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 작품들을 모두 연관을 가지고 있다.

이 작가는 홍익대학교에서 도예·유리로 학사 학위를 받고, 동 대학원에서 도예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7년 홍콩과 서울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같은 해 서울 플랫폼 엘(Platform-L)과 대전 예술가의 집에서 단체전을 가졌다.

이윤희는 세라믹을 재료로 입체 작업을 하는데, 그의 작업은 다양한 문학, 신화 및 종교적 알레고리와 동·서양 도자기법, 전통적 요소와 현대적 요소의 양가적인 특징들을 한 번에 담고 있다.

특히 이윤희는 하나의 작품 안에서도 다양한 종교적 요소를 사용하는데, 이는 특정 종교의 색채를 드러내기 위해서라기보다 작품에 풍부한 서사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2018 아트랩대전에 전시된 'Shy Afternoon'(2018)은 크게 하단부의 곰 머리모양 형태, 중앙부의 청자 형태, 상단부의 동물을 타고 있는 소녀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단부와 상단부에 사용된 금색 안료을 입히는 기법은 러스터(Luster)로, 오래 전 유럽에서 도기 제작에 사용되었던 기법이다.

여기에 저화도에서 굽는 상회용 안료를 사용해 색채를 내고, 4~5회에 걸쳐 가마에 소성하는 세심한 방식으로 작품이 완성된다.

반면 중앙부에는 동양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청자 기법이 사용되어, 전반적인 작품 제작에 동·서양의 기법이 혼용되었음을 바로 알 수 있다.

이윤희는 낮과 밤의 시간이 동일한 기간, 즉 상징적으로는 저승과 이승의 경계가 무너지는 곳을 ‘피안’이라고 봤다.

남미의 오랜 전통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가톨릭에서 이 날을 기념해 11월 2일을 위령의 날로 지내고 있다.

이 작가는 "이제까지 추구해 온 작품의 세계는 한 소녀가 '피안', 즉 안식처를 향해 끊임없이 여행을 떠나는 연작"이라고 말했다.

작품 속 소녀는 해가 뜨는 곳에서 해가 지는 곳으로 넘어가는 여정을 시작하는데, 이윤희는 이러한 전체적인 작품의 모티브를 단테의 '신곡' 및 외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 1798-1863)의 ‘단테의 배’(1822)에서 따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들라크루아의 작품이 전체 서사를 포괄한다면 그는 자신의 시선으로 이를 재해석하고 각 서사에 순서를 부여해, 이 작품이 대서사의 첫 번째임을 분명히 하고자 했다.

이 작품에서 상단부의 소녀는 그리스·로마 신화 속 그리핀을 연상시키는 동물을 타고 있는데, 이 동물의 머리에는 해태 마스크가 올려져있어 동서양 문화의 혼합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다.

고전적인 모티브에서 가져온 상단부의 소녀상과는 상반되게 하단부의 곰돌이 모양은 키치함을 강조하는데, 이는 어린 시절의 취미를 성인이 되어서도 유지하는 현대 사회의 키덜트(kidult)족을 떠올리게 한다.

'Shy Afternoon'뿐만 아니라 근작인 '피안의 밤'(2018)에서도 동양의 감로탱화에서 영향을 받은 지옥의 형태와 '단테의 배'의 배 모티브가 등장한다..

이처럼 이윤희의 작품에는 동양과 서양의 도예제작 기법, 유럽의 신화와 동양의 종교적 모티브, 고전적 요소와 현대적 요소가 다양하게 섞여있다.

그는 이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혼성성을 시각적으로 나타낼 뿐만 아니라, 단일한 개념으로 정의할 수 없는 세상의 원리와 이치를 나타내고자 했다.

하나의 결론을 내리지 않는 이 같은 양가성을 통해 관람자들에게는 스스로 무한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며,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했다.

작가는 "금속으로도 작품을 해 봤지만 흙은 가소성이 좋아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할 수 있어 흙을 빚고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윤희 작가의 전시는 9월 26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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