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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진일보(進一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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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10.10 16:53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정호백제문화원장
김정호백제문화원장

나는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들리는 게 습관이 되었다. 소변 때문이다. 휴게소 화장실 소변기 앞에는 기발한 문구가 걸려 있다. ‘아름다운 사람이 머문 자리는 아름답습니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죠!’ ‘저를 깨끗이 사용해 주신다면, 오늘 본 것을 평생 비밀로 하겠습니다.

소변기 바닥에는 ‘파리’ 그림이 새겨져 있다, 정조준. 한 발 가까이. 넛지(Nudgy) 효과까지 응용되었다.

인체 구성은 70% 이상이 수분이다. 땀, 소변, 대변 등으로 약 하루에 2~3리터의 수분을 배출한다. 소변은 신장에서 만들어져 수뇨관과 방광을 거쳐 요도를 통해 몸 밖으로 나오는 담황색의 투명한 액체다. 성인은 보통 1회에 0.2~0.4리터, 하루에 0.7~3.0리터 정도를 배출한다. 콩팥이라는 여과장치를 통해서 나오기 때문에 의외로 깨끗한 상태다. 갓 나온 소변은 무균상태라 튀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체외로 배출되는 순간 세균이 꼬인다. 독특한 지린내가 난다. 90%가 물이고 10%가 요산, 아미노산, 무기염류인데 아미노산 등에 세균이 삽시간에 꼬인다. 그래서 튀기지 말아야 한다. 화장실을 갔다 오면 귀찮아도 꼭 손을 씻어야 한다.

날씨가 쌀쌀해지니 자주 오줌이 마렵다. 기온이 낮아지면 땀으로 나가는 수분의 양이 줄어드는 탓이다. 오줌의 양이 많은 다뇨증, 시도 때도 없이 마려운 빈뇨증이 나타난다. 요의를 느껴 화장실에 갔으나 소변이 안 나오면 민망하다. 재채기를 할 때 찔끔 나오면 당황스럽다. 긴장하면 더 마렵다. 공포에 질리면 오줌을 지린다. 

이뇨작용을 촉진하는 대표적인 물질은 술, 커피, 차다. 취객은 길거리 노상방뇨가 다반사다. 전봇대에 다리를 들고 영역표시를 하는 강아지다. 

소변 때문에 낭패를 겪은 경험은 누구나 있다. 화장실이 없는 장소에 가기를 꺼리는 사람도 있다. 관광버스가 갓길에 정차하여 집단 야외 방뇨하는 진풍경은 익살스럽다. 그래도 우리나라 화장실 문화는 매우 잘 되어 있다. 개방화장실, 공중화장실, 이동화장실은 수준급이다.

소변은 금기어였다. 어른들은 소피보러 간다고 에둘러 말한다. 작은집 갔다 온다고도 한다. 유아들은 쉬한다고 한다. 쉬~ 쉬야~.

오줌 꿈, 선유몽(旋流夢) 설화가 재미있다. 삼국유사 문희 매몽(賣夢) 설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보희가 서악에 올라 오줌을 누니 서라벌에 가득 찼다. 이튿날 아침 꿈 이야기를 하니, 아우 문희가 비단 치마 한 벌을 주고 그 꿈을 사들였다.” 신라 김유신의 둘째누이 문희가 언니 보희로부터 꿈을 사서 그 영험으로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왕비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소변은 꿈에서 주로 소망, 성취, 재물을 의미한다고 한다. 해몽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지만, 긍정적 에너지로 바꿀 수는 있다는 생각이다. 

여성을 앉아서 오줌 누는 동물로 폄하해 왔다. 자세를 가지고 성차별로 비약하는 논리가 참으로 아둔하다. 여성도 서서 오줌을 눌 수 있다고 항변한다,. 백화점이나 마트 같은 다중이용시설에는 여자화장실에 작은 남자 소변기가 있다. 이는 엄마 따라 온 남자 어린아이들을 위한 것이다. 남자들도 어릴 적에는 엄마 따라 여탕에 가고 여자 화장실에 갔다. 남자 화장실에는 소변기가 있고 여자 화장실에는 소변기가 없다고 우쭐대지 마라. 집에서도 그러 하냐? 튀겼다고 구박 받는다. 유럽에는 남녀화장실 구분이 없어지는 추세다. 남자들도 동일하게 좌변기애 앉아서 소변을 보아야 한다. 양성평등, 여성 우위의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

오줌 자체는 더러운 것이 아니다. 소변은 농작물의 생산성을 높인다. 오줌 성분 추출물은 혈전증의 특효약이다. 건강검진 소변검사는 기본이다. 종이컵에 받아 내밀는 게 자연스럽다. 운동선수들에게는 도핑(doping) 테스트를 한다.
어려워 하지 말자. 마려우면 누고, 누고 나면 시원하다. 콸콸 오줌을 눌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인가! 이불에 지도를 그리며 우리는 성장했다. 오줌싸개는 부끄러움이 아니다. 네덜란드 브뤼셀의 ‘오줌싸개 소년’ 분수는 세계적 명물이다.

몇몇 정책들은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언 발에 오줌을 누어 봤자 효력이 별로 없다. 임시변통은 될지 모르나 그 효력이 오래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더 나빠진다. 정치인들의 행태는 ‘제발에 오줌 누기’다. 자기가 한 짓이 자기를 모욕하는 결과가 된다. 

어린아이는 기저귀를 벗고 똥오줌을 가려야 밖으로 나간다. 요즘 세태를 보면 어른들이 거꾸로 똥오줌을 못 가린다. 사리분별을 못한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인체 구성 성분이 불균형을 초래한다. 방안에서 오줌을 받아내던 요강은 문화재가 되었다. 복분자(覆盆子)는 이름만 남았다.

에티켓은 규칙이다. 매너는 예의다. 에티켓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매너는 지키면 좋은 타인에 대한 배려다. 굳이 에티켓과 매너를 구분할 필요는 없다. 

오늘도 소변기 앞에 선다. 한 걸음 앞으로 한걸음 앞으로, 그 적극성이 당신의 인생을 바꿉니다. 노화된 이 땅의 오줌싸개들아, “진일보(進一步)!”

김정호 백제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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