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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이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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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10.15 16:18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혜숙수필가
이혜숙수필가

차마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왜 저들이 하는 행동에 부끄러움은 왜 내 몫이어야 하나. 무엇이 그들을 타락을 끝으로 내몰았을까. 텔레비전을 보는 내내 화가 나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

부모형제와 연을 끊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빡빡머리로 먹물 옷을 입었을 텐데. 무슨 벼슬이라도 하려했을까. 모든 것 버리고 오직 한 가지. 불도를 이루기 위해 출가 했을 텐데. 처음 가진 마음은 어디로 가고 그 잘난 직책에 연연한단 말인가.

점점 양분된 종단의 승려들이 목소리가 하늘을 울린다. 총무원장이란 직책을 맡았으면 더욱 정진해서 승려들의 모범이 되어도 시원찮을 판에 은처자가 있다 하고 유전자검사를 하고 재산 축척이란 말도 나온다. 사실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소문이 났다면 일단 모든 불찰은 본인에게 있는 것이다.

깨끗해도 말이 많은 직책일진데 안 좋은 소문으로 도배되었다면 무조건 모든 것에 손을 떼고 조용히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정진할 일이다. 자리에 연연하다가 온 국민 앞에 민낯을 보여주고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퇴출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참으로 얼굴을 들 수 없을 만큼 창피한 일이다.

요즘처럼 내가 불자라는 사실이 부끄러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오래전부터 주지자리를 놓고 서로 싸우던 모습이 생각났다. 욕심도 버리고 출가했을 텐데 무엇이 그들에게 자리다툼을 하게 했을까. 

승려대회란 이름으로 패가 나뉘어져 서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로가 옳다고 말하지만 불법을 공부하고 따르는 내 입장에서 보면 둘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리를 차지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용맹정진해서 큰 스님이 된다면 세속의 일에 관여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들이 흠모하며 가르침을 받고자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다.

지금도 산중에서 깨달음을 얻고자 수많은 승려들이 자신을 버리고 오로지 참구하고 또 참구하고 있을 것이다. 그분들의 정진이 불교계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출가할 때의 초심을 어디다 두고 불교의 정법을 버리고 감투에 연연하는 저 행태들은 정말 이뭣고.

요즘은 사찰을 찾는 것도 부담스럽다. 아직까지 어리석음에 벗어나지 못하고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에 휘둘리는 나도 분별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생이라 어쩔 수 없다.

아침이면 경과 선사의 발원문을 독송한다. 내 모양을 보는 이나 내 이름을 듣는 이는 보리마음 내길 바란 아산 혜연선사의 발원문을 읽으며 모두에게 예쁜 마음과 아름다운 말로 대하려 노력한다. 비록 제대로 지켜지진 못하더라도 아침마다 경을 읽으며 바르게 살아야지 다짐한다. 

저녁엔 아침에 먹은 마음이 생각대로 되지 못한 것에 대해 참회를 한다. 불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것이 부끄럽고 어리석어 매일매일 참회한다. 알면서 지은 죄와 모르고 지은 죄에 대한 참회를 하며 바르게 살려고 발버둥 친다. 속세의 중생인 나도 불법을 공부하고 율법을 지키려 노력한다.

그런데 왜 그러는 건가. 보이는 게 다는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불교계의 요즘 모습은 보이는 게 다인 것 같다. 위정자, 기업가, 종교계, 모두가 말세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사회는 어지럽고 인간성을 점점 말살되어 간다. 

진정한 지도자가 없기 때문일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이다. 어른이라고 아이를 타이를 수도 없다. 충고는 잔소리요 어른은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기에 어른들의 말에 아이들은 주먹으로 응수한다. 

요즘은 종교계도 시끄럽다. 미투(me too)가 확산되는 가운데 신부가 수녀에게 추태를 부렸다는 뉴스가 나오더니 어느 교회에선 세습목사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성직자는 사회의 지도자다. 종교계의 어른들이 꼭 필요한 시기인데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누가 그들을 인생의 스승으로 생각하겠는가. 

나라를 구하고 민생의 어려움을 함께했던 옛 선사들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맴돈다. 자기 자식을 살해한 사람의 자식을 입양해 키운 어느 목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손수 보여준 그분에 대한 존경은 시간이 지나도 내 가슴속에 남아 있다. 그분들처럼 진정 중생을 아끼고 사랑하는 분은 어디에 있을까. 간절히 갈구하면 뜻이 이루어진다는데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분이 나타나 한마디로 모든 것을 잠재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어지러워진 세상에서 누가 나를 바로 세워 주리오. 법등명 자등명이라. 법을 스승으로 삼고 스스로 불을 밝혀야 하나. 오늘도 하루를 참회하며 이 땅의 기운이 고요해지길 바라본다.

이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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