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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도토리묵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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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10.15 23:50
  • 기자명 By. 충청신문
올해는 도토리가 풍년이라고 한다. 도토리묵을 쑤었다고 먹으러 오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갓 썰어낸 묵에 간장을 얹어 먹으면 쌉쌀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오래도록 물리지 않는다. 배가 불러서 허리띠를 풀고 먹을 정도로 올 가을은 도토리묵에 빠져 지내고 있다.

어릴 적 친구들과 상수리나무 도토리로 구슬치기를 하던 생각이 난다. 도토리를 감싸고 있던 깍정이는 소꿉놀이를 할 때 그릇으로 썼다. 간장종지 같이 생겨서 흙을 담기에 아주 적당했다. 도토리는 주워서 반찬으로 하고 깍정이는 그릇으로 쓰며 놀았던 것이다.

그러나 먹기만 했지 정작 줍지는 않았다. 그 때문에 도토리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어떤 게 도토리고 상수리는 또 어떻게 생긴 것인지 몰라 도토리묵을 먹으면서 지인과 계속 실랑이를 벌였다. 이름은 숱하게 들어왔지만 떡갈나무와 도토리나무에 대해서조차 확실히 아는 게 없으니 뚜렷한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푸짐하게 먹고 집에 돌아와 도토리에 관한 자료를 뒤져보았다. 아이들이 어릴 때 본 도토리에 관한 책을 찾아보았다. 이상배 선생님이 쓴 ‘도토리나무 육형제’라는 책이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그래 맞아, 맞아 긍정하며 저녁내 고개를 끄덕였다.

도토리의 종류는 신갈나무와 떡갈나무 도토리, 갈참나무와 졸참나무도토리, 그리고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 도토리 등 여섯 가지다. 친구와 그 중 어떤 도토리로 쑤어야 맛있는 지를 이야기 했는데 지금 보니 우리 모두가 틀렸다. 선생님의 책에서는 열매가 가장 작은 졸참나무 도토리가 떫은 맛이 덜하고 한다. 그래서 날 것으로 먹을 수 있는 건 물론이고 묵을 만들면 제일 맛나서 ‘꿀밤나무’라고 부른다는 데, 정작 그 이름을 몰라 실랑이를 벌였다는 게 부끄럽다.

갈참나무 도토리는 알이 작은 편이며 팽이 모양이고, 떡갈나무 도토리는 알이 굵은 편이며 겉면을 덮고 있는 비늘조각이 밖으로 젖혀져 있다. 그 외에 신갈나무 도토리는 알이 둥글고 도토리 집은 납작한 종지 모양이고, 굴참나무 도토리는 알이 둥글고 큰 편이며 꼭지가 없다. 졸참나무 도토리는 도토리 중에서 알이 가장 작고 상수리나무 도토리는 알이 크고 도토리 집은 열매의 절반쯤까지 덮여 있다.

임진왜란 때 선조가 궁을 버리고 피난길에 올랐는데 전쟁 중이라 먹을 것이 변변찮아 임금님 밥상에 가난한 백성들이 먹었던 도토리묵을 올렸다고 한다. 그 후 ‘수라상에 올라가는 도토리나무’라는 뜻으로 상수리나무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천연기념물이 된 굴참나무, 잎이 가장 큰 떡갈나무, 도토리가 가장 많이 열리는 신갈나무, 단풍이 아름다운 갈참나무, 열매가 작아서 졸이 된 졸참나무 등등, 이상배 선생님의 책을 읽다 보니 우리나라 도처의 숲 속은 물론 온갖 나무의 생태를 알고 싶은 마음이 불현듯 일어난다.

신통하게도 들판을 보고 열매를 열린다는 도토리나무가 오늘 따라 친근해진다. 곡식이 풍년이면 도토리는 덜 열리고 반대일 때는 오히려 많이 달려 구황식품 역할을 톡톡히 했던 도토리가 이제는 오리지널 웰빙식품으로까지 등장했으니 배고플 때 먹던 음식이야말로 진정한 건강식이었다.

다음 주에는 지인이 도토리가루로 전을 부쳐 먹자는 연락을 해 왔다. 다분히 쓴 맛인데도 먹을 만한 데서 쓰디 쓴 삶도 용납할 여지가 있음을 본다. 살면서 쓴 맛에 익숙해지는 바람에 더욱 좋아하게 된 도토리, 벌써부터 독특한 그 맛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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