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충청포럼 ] 오페라와 공공 공연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8.10.25 17:13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상균다트기획 대표·전 대전예술의전당 홍보팀장
김상균다트기획 대표·전 대전예술의전당 홍보팀장

모든 분야에서 한 해에 일구었던 결과를 내보이는 듯 많은 행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렇게 많아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각종 축제가 열리고 있고 공연과 전시 등도 마찬가지이다.

공연계는 좀 변화가 있는 편이다. 과거에는 상반기에 비해서 가을 시즌에 공연이 집중되었고 1월과 2월, 7월과 8월에는 비수기라 불릴 정도로 공연이 많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비수기와 성수기가 따로 없다.

다만 대전예술의전당(이하 ‘전당’)이 무대점검을 하는 상·하반기 각 3주 동안에만 잠시 쉬어가는 분위기일 뿐이다. 그만큼 공연이 많다보니 공연장을 대관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공연자들이 많기도 하다.
오페라 시즌이 시작됐다.

전당이 개관 15주년을 기념하여 자체 제작한 오페라 푸치니作 ‘라 보엠’이 24일부터 27일까지 전당 아트홀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어서 다음달 11월 8일부터 11일까지는 대전오페라단이 제작한 오페라 푸치니作 ‘토스카’가 한밭대학교 아트홀 무대에 오르고 12월 12일부터 15일까지는 리소르젠떼오페라단이 제작하는 오페라 현제명作 ‘춘향전’이 역시 한밭대학교 아트홀 무대에서 공연된다.

그랜드오페라가 한 달에 한 편씩 무대에 오른다는 자체가 애호가들한테는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페라는 문학, 시각, 음악, 무용, 연극 등의 예술 장르가 이상적으로 혼합된 종합예술로써 중세시대까지 기원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음악에 있어서도 독창과 중창, 합창, 오케스트라 등이 망라된 작품이기에 참여인원도 많고 제작비 또한 크다. 예산부분에 있어서는 19세기 후반에 탄생된 상업예술인 뮤지컬에 비할 수가 없지만 참여인원에 있어서는 오페라가 더 크다 할 수 있다. 200여명 이상이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작품에 따라 300명이 넘는 인원이 움직이기도 한다.

따라서 공연장의 컨디션에 따라 작품의 사이즈와 수준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막의 오페라 무대와 300여명의 출연진과 스태프들이 원활히 움직이고 연출가의 의도가 잘 반영되어진 작품이 탄생되려면 공연장 환경이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각색되어진 소극장 작품이라든가 환경과 예산에 맞게 축소하여 제작 공연되어지는 작품들도 많지만 말이다.

안타깝게도 올 해 대전에서 공연되는 세 편의 그랜드오페라 중 두 편은 중부 이남권 최고의 시스템이라고 하는 전당 무대에서 만날 수 없다.

오직 한 편. 전당이 개관 15주년을 맞아 자체 제작한 오페라 ‘라 보엠’만이 최상의 컨디션인 공연장 무대에 오른다. 이유는 전당 대관이 과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라 지역의 민간오페라단이 대관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전에 대관신청 일자를 놓쳐서 그렇다고 하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제작기간과 공연기간이 긴 대형 작품들이 정기대관을 통해 대관을 하기는 쉽지 않다.

오페라를 4일 동안 공연하기에는 대략 7~8일 동안 공연장을 사용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미 대부분의 공연이 확정된 이후에 공고되는 수시대관을 통해 대관을 하기는 불가능하고, 정기대관에서도 역시 불가능에 가깝다. 정기대관 공고 시에도 장기로 비어있는 날짜가 대관가능일로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무용평론가 장광열씨는 “국가의 지원을 받는 공공 공연장이 너도나도 뒤질세라 수입 뮤지컬 장기대관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공동기획’, ‘공동주최’란 용어로, 예술가들과 예술단체들의 대관공연을 통한 이속 챙기기 등 공공 공연장의 운용은 한마디로 위험수위를 넘어섰다”고 하며 예술가들은 “공공 공연장들마저 노골적으로 돈벌이에 나섰다”는 말로 불편한 심기를 토로하고 있다.

전당은 대표적인 공공 공연장이다. 극장 행정가들은 공공 공연장에 있어 “적자(赤字)”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고 “재정자립도”라고만 한다. 그만큼 공공성이 우선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오페라 이야기로 돌아오자. 종합예술인 오페라는 공공성이 있는 순수예술이다. 티켓을 팔아 제작비를 충당해야하는 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 예술가들의 행위에 방점이 있기에 정부는 민간 오페라단들에게 제작비를 일부 지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 공연장에서 오페라를 공연할 수 없는 민간오페라단의 입장이 더 안쓰럽다.

전당에는 두 개의 공연장이 있다. 1546석의 아트홀과 651석 앙상블홀. 그랜드오페라와 대형뮤지컬은 모두 큰 공연장인 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올 한 해 동안 아트홀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는 전당 자체제작 오페라 딱 한 편인 반면에 대형뮤지컬은 총 여덟 편이다.

사용가능한 날짜가 없다는 것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겠지만 이에 대한 대책과 공공성의 회복은 어떻게 강구해야하나 곱씹어본다. 올해는 지역음악인들이 사제를 털어 오페라를 제작하기 시작한 지 만 30년이 되는 해이고 대전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간오페라단은 세 개다. 그리고 아직 시립오페라단도 없다.

김상균 다트기획 대표·전 대전예술의전당 홍보팀장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