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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모두가 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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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11.05 16:54
  • 기자명 By. 충청신문
한기연시인. 평생교육강사
한기연시인. 평생교육강사

특수반 수업을 가면 유난히 호들갑스럽게 반기는 아이가 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그들과 수업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곧 있으면 학교 울타리를 나오게 될 그들이 사회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살아갈지가 염려되어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아이와 시사적인 언어를 사용하면서 부정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는 어찌 보면 너무나 똑똑해서 정상범주를 벗어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작년부터 1년 반 넘게 만나 얼굴을 익힌 탓인지 늘 졸던 아이는 올해는 첫 수업부터 열심히 참여했다. 말로 긴 대화를 나누지는 못하지만 짧은 대화와 몸짓, 표정으로 서로에게 호감을 표시한다. 

지난 해 서울 강서특수학교 설립을 두고 장애부모가 무릎까지 꿇으며,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뉴스를 관심 있게 봤다. 2013년도부터 일부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수년 간 갈등을 빚어왔다. 전쟁과 같았을 시간과 아픔을 남긴 그 일은 지난 달 합의가 되었다. 그러나 특수시설 설립에 대한 조건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시설 설립이라는 대가가 있었다. 특수학교를 짓는데 지역주민들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대책으로 합의한 것에 대해 장애부모의 반대가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내년 9월 건립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특수학교는 공통교육과정 적용이 어려운 장애학생들을 위한 학교로 기본교육과정을 적용해 초등부터 중등, 고등, 그리고 전공과까지 학습하는 곳이다. 그런데 특수학교를 혐오시설이나 기피시설로 여겨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경우가 있다. ‘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는 식의 님비와 선호시설을 유치하려는 핌피의 지역이기주의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대통령은 지난달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대책발표 및 초청간담회'에서 “장애인도 차별 배제되지 않고 비(非)장애인들과 생활하며 행복할 수 있는 포용국가를 만들겠다"고 하셨다. 특수학교 시설을 두고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은 여러 곳에서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정부의 노력과 사회의 관심으로 장애부모의 아픈 마음을 살펴 볼 수 있는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초등학교 때 공예를 가르쳤던 아이들을 고등학교에서 다시 만났다. 나를 알아보고 활짝 웃으며 인사한다. 손으로 만드는 조작능력이나 인지능력이 월등히 나아졌음을 눈앞에서 마주했다. 부모의 관심과 지속적인 교육의 힘을 보는 듯 했다. 수업을 하면서 나도 선생님으로 예우를 받는다는 느낌을 그 곳에서 알았다. 일주일간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상처받았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다. 분노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도 있지만, 교육적인 치료를 받으면서 완화되는 경우도 있다. 

누구에게나 교육의 기회는 평등하다. 일반학생들과 다르고 그들보다 느리고 더디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은 불합리하다. 특수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제 몫을 다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교사의 역할도 크지만,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응원은 가장 큰 지원군이다. 더 이상 특수학교가 기피해야할 시설이 아니라 지역에 함께 해야 할 공존의 공간임으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기분 좋게 수업을 마치고 오는데 라디오에서 동요가 흘러 나왔다. 오랫동안 들어 왔던 노래처럼 익숙하게 마음에 꽂혔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류형선 작사, 작곡에 ‘모두 다 꽃이야’라는 국악동요였다. 노랫말이 아름다웠다.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온 몸으로 훈기가 전해지며 아이들 모습이 떠올랐다. 이름 모를 풀꽃도 정원에 아름답게 피어 있는 장미도 그리고 다양한 모습으로 세상을 보고 웃는 너희들 모두가 꽃이야.

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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