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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생’ 말뿐인 지역 공공기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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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11.07 16:21
  • 기자명 By. 충청신문

국감은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국감 과정에서 드러난 것 가운데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게 하나둘이 아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지역에 이전해 자리 잡고 지역을 대표한다는 공공기관들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구매에 지극히 인색하다는 사실이다. 입만 열면 ‘지역 상생’을 말하지만 실은 가능하면 지역과 연관을 맺고 싶지 않다는 뜻이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

민주평화당 김종회 의원이 내놓은 ‘2017년 공공기관별 지역 농산물 구매 실적’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333개 공공기관 가운데 지역 농산물을 구입한 기관은 122개에 불과했다. 3곳 중 2곳은 아예 외면했고, 1곳만 구매했다는 얘기다. 전체 구매 금액이 139억 원에 불과할 만큼 농민들에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충청권만 보자. 충청권 전체 공공기관 72곳 가운데 지역 농산물을 구입한 곳은 33개에 불과했다. 46% 수준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천의 국립생태원, 천안의 독립기념관, 세종시 한국교통연구원, 대전의 한국수자원공사 등 39개 기관은 구매실적이 ‘0’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조폐공사, 국방과학연구소 게다가 충남대병원도 포함됐다. 이런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하겠나.

공공기관별 구매실적을 보면 충북대병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생명공학연구원, 서부발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33개 기관이 모두 16억 2900만 원을 구입했으며, 이 가운데 충북대병원이 7억 42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최근 이전한 공기업은 그렇다 치자. 수십 년 이상 지역에 뿌리를 내린 기업이 지역 농산물 구매에 아예 눈감고 있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공공기관은 농산물직거래법에 따라 마땅히 지역 농산물을 구매하게 돼 있다. 그럼에도 이토록 외면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역 무시’ 내지는 ‘지역 패싱’이 만연하고 있는 사례라 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지역 농산물을 반드시 구매하라는 법은 없다. 지역적으로 또는 계절에 따라 구매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구매 규모나 단가에 차이가 커 하는 수 없이 외지에서 구매하는 것도 크게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입만 열면 상생하겠다거나 지역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외쳐온 공공기관의 행태치고는 참 너무하다.

지역 농산물 이용촉진 등을 위해 이른바 ‘농산물직거래법’이 시행에 들어간 게 지난 2016년 일이다. 이 법률 제16조는 공공기관의 장은 지역농산물 구매실적을 매 회계연도가 끝난 후 3개월 이내에 농림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기획재정부는 지역농산물 구매실적과 구매촉진 활동성과 등을 공공기관 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상황은 이토록 초라하다. 시행 2년이 되도록 실적이 미미한 걸 보면 있으나마나한 조항으로 전락한 건 아닌 지 묻게 한다.

지역 농산물 홀대 사례에서 보듯이 공공기관들은 가능하면 지역과 연관을 맺기 싫어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지역 인재 채용만 해도 매년 국감 때마다 숱하게 지적을 받았음에도, 계속 미적대면서 아직까지 정부 권고안 35% 밑바닥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품새다. 모양만 갖추고 폼을 잡고 있는 꼴이다. 이들 공공기관은 청사만 지역에 두고 마음은 수도권을 향하고 있으니 지역 상생이란 말조차 부끄럽다.

억지춘향으로 없는 일을 만들어 주라는 것도 아니고 기왕에 먹는 먹거리를 지역 농산물로 사주는 게 뭐가 어려운지 묻고 싶은 따름이다. 공공기관의 도를 넘은 지역 무시 행태는 바로 잡아야 한다. 농산물 구매 실적 등을 평가할 수 있다는 규정이 명문화돼 있음에도 있는지 없는지 느슨하게 적용하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 지역기여도를 치밀하게 계량화해 기관장 인사 및 기관 평가와 연계하지 않으면 공공기관의 구태를 바로 잡을 수 없다. 현행 임의규정인 평가 조항을 법률로 명문화해 실행력을 높이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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