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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잊지는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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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11.13 16:00
  • 기자명 By. 충청신문
강희진음성예총 부회장
강희진음성예총 부회장

초청장이 하나 왔다. ‘어재연 장군 기념사업회 현판식’ 초청장으로 거기에는 초상화까지 그려져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모습이었다. 생각을 더듬어 보니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첫 화에 신미양요의 이야기가 나왔다. 처절한 전쟁의 영상이 머리에 남았고 그 전쟁으로 인해 관심을 가졌던 이름이 어재연이다. 그런데 그 분이 음성과 어떤 인연이 있어 기념사업회를 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현판식에 참석했다가 그 여느 기념식과 사뭇 다른 분위기에 숙연해졌다. 

설립 취지를 이야기 하러 온 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어재연 장군의 후손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지 마이크를 놓지 못하였다. 신미양요 때 얼마나 장렬하게 싸우셨는지, 어릴 때 얼마나 기개가 있었는지 열변을 토했다. 다음 진행이 어려운 사회자가 두 번을 제지 했는데도 5분만 5분만 양해를 구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재연 장군이 태어난 곳은 옛 충주 현에 속했던 음성군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행정구역 개편으로 경기도 이천 시에 편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어재연 장군의 묘는 음성군에, 생가는 이천 시로 나뉘게 되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다가 음성군에서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땅이 수용돼 그 돈으로 기념사업회를 만들었다는 취지를 듣고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사실 나라를 위해 초개처럼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다. 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어재연 장군의 일화를 소개했는데 어릴 때부터 그런 기개가 있었으니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 일화가 재미있다. 어재연 장군이 장가를 들려고 말을 타고 처갓집으로 갔는데 가난하다는 이유로 장인 될 사람한테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장군은 그 집 앞에서 타고 갔던 말의 엉덩이를 치자 말이 집안으로 들어가 날뛰었고 그 광경을 구경하러 온 동네 사람들에게 소동을 일으킨 사정을 설명하고 딸을 주실 분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한 분이 그 기개에 반해서 자신의 딸과 결혼을 시켰고 그 마을에서 장가를 들고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때 나이가 14살이었단다.

‘미스터 션샤인’의 인기 때문이었는지 내가 보고 있는 시사 잡지 역사이야기에서 어재연 장군의 이야기를 다룬 글이 실렸다. 그 글을 읽으며 어재연 장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신미양요는 우리가 다 알고 있듯이 미국이 통상을 요구하며 대동강에 배를 정박했다. 조선이 응하지 않자 돌아가지 않고 백성들에게 횡포를 부리자 평양 관민들이 배에 불을 지른 사건이 제너럴셔먼호 사건이다. 몇 년 후 미국이 이를 계기로 신미양요를 일으켰다. 우리나라 군인들은 약 350명이 숨졌고 미국 군인은 단 3명만이 전사했다고 한다. 이 전쟁에서 지휘했던 사람이 어재연 장군이다. 

총과 포로 잘 무장하고 훈련받은 미군과 창과 칼로 여기저기서 모인 정렬되지 않은 우리 군대와는 처음부터 게임이 되지 않는 싸움이었다. 어재연 장군은 광성진에 모인 병사들에게 부채를 꺼내두고 거기에 이름을 적게 했다. 전투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라는 뜻이었고 어재연 장군을 비롯한 대부분의 군인들이 전사했다. 군인들은 창과 칼이 부러지자 흙까지 던지면서 싸웠고 미군은 결국 더 이상의 전쟁을 포기하고 물러갔다고 한다.

그들의 이름이 써진 부채도 수(帥)자 기도 모두 승자의 것이 되어 미국으로 가져갔다. 그 전쟁이 어떻게 일어나게 되고 그때의 우리나라 통치자의 마인드는 어쨌는지를 논하기 전에 광성진 전투에서 장렬하게 숨진 약 350명의 군인들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런 조상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어서 산업단지로 수용되어 보상 받은 적잖은 땅값을 나누어 갖지 않고 어재연 장군의 기념사업회에 쓰기로 했다니 그 자손들도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같은 어려운 시대에 물질의 유혹을 끊어내기란 싶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그 기념사업회가 어떤 일들을 할지 주목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겨울에 문턱에 서 있지만 오늘은 왠지 마음만은 훈훈하다.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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