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밤중, 감사의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조상께 감사하고 나를 알고 있는 모든 이에게 감사 합니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도 아니고 오밤중에 이 무슨 생뚱맞은 소리냐고 하실 겁니다.
오늘 낮에 친정에서는 두 번째 조상님 묘를 이장하였습니다. 산소 이장은 윤달에 많이 옮기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그렇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고향에 저수지가 생기는 바람에 옮겨야 했고 두 번째는 산소를 옮긴 곳에 인곡 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또 이장을 해야 했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정부에서 하는 산업개발공사라고 하니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옮겨야 했습니다.
여긴 사십 년 전 이곳 한 부분에 아버지께서 고향을 떠나면서 조상님들을 모시고자 마련하신 터였고 아버지 당신도 이곳에 묻히셨습니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여기도 이번 년도까지는 모두 옮겨야 한다 하니 어쩔 수 없이 좋은 날을 택해 화장하여 조상님들이 계실 또 다른 안식처로 가셨습니다. 이럴 땐 조상님들도 이해해주실 거라 믿고 아버지가 계셨어도 이렇게 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얼굴도 모르는 임 씨라고만 적혀있는 증조할머니 유골함을 모시고 갔습니다. 차 안에서도 바닥에 놓지 말고 안고 가라 하여 무릎 위에 얹고 가는 동안 그 따뜻한 기온이 전해져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이 세상에 왔다 가는 것은 몇 백 년도 아닌 것을 우리는 영원히 살 것 같이 허세와 욕심을 부리고 온갖 것에 집착을 하며 사네 못 사네 야단을 하며 살고 있구나. 물론 사는 날이 긴 시간일 수도 있지. 참 이상하게 나이가 들면 고집이 더 세지는 것 같고 통찰력은 대단한데 인내심은 부족하다. 영원한 삶이 아니기에 주어진 삶은 후회 없이 살아야 한다고는 하지만 어디 삶 이란게 마음대로 돼야 말이지. 모든 것을 연습이라고 생각하며 살면 더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이제부터라도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그래 그래 하면서 상대를 존중해주면 결국 내 삶이 아름다워질거야.”
머릿속은 계속 잡념에 사로잡혀서 운전하는 사촌동생이 듣던 말던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조상님들의 안식처로 가는 동안 ‘넌 잘 해 낼 거야. 그치? 저쪽에서 아버지 음성이 들리는 듯 하였습니다. 생전에 인정 많은 아버지는 늘 긍정적이셨고 무엇을 잘하건 못하건 무조건 저를 응원해주셨지요. 오늘도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하셔서 아버지 기분이 어떨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아버지마음보다 자식을 더 걱정하고 계실 것 같아서 더 미안하고 감사한 날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잘하고 살 수 있음에도 조상님 음덕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감사한 날이지요.
엊그저께는 아이들에게 감사데이라는 것을 해 봤습니다.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실수나 사소한 오해 등에 대해 먼저 사과하고 감사함과 고마움을 전달함으로써 서로의 소중함을 느껴보는 날이었습니다. 요지는 평화롭고 사랑이 넘치는 행복한 학교문화를 이루고자 함이지요.
또래상담자들은 한지로 감을 오려 붙여 홍보 포스터를 만들었고 단감을 사서 한 개씩 포장하였고 캠페인 진행이 아침 이른 시간이라 춥기도 하여 따뜻한 호빵을 준비했습니다. 단감을 학생들에게 나누어 줄 때마다 “감사합니다”를 외치고 그들에게 “감사합니다”를 들으려고 애썼습니다. 평소 ‘감사’라는 말이 습관이 되지 않은 아이들은 어설프게나마 소리를 냈습니다. 이런 경험으로라도 아이들 입에서 불평보다는 감사라는 말을 더 많이 하길 바라봅니다.
저도 그동안 무디어져 가는 내 일상에서 고마운 일이 있어도 입으로만 감사하다고 말한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때론 험담도 했지만 그들로 인하여 행복함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라는 존재도 그들에게 감사하다고 느끼는 사람, 작은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이 시간 감사한 일들을 둘러보는 깊은 밤인데, 우리 조상님들은 오늘 우리가 한일에 대해 감사하신지 아님 어떠하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감사합니데이.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