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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클래식 음악의 현장과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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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11.22 16:03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상균 다트기획 대표·전 대전예술의전당 홍보팀장·전 대전문화재단 사무처장
김상균 다트기획 대표·전 대전예술의전당 홍보팀장·전 대전문화재단 사무처장

1988년도에 창단한 대전 최초 민간오페라단인 대전오페라단 총무를 맡으면서 공연 제작하는 일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당시 총무라는 직함이야 허울이고 서류 작성은 기본에 연습장 정리부터 인쇄물제작, 홍보마케팅, 티켓관리, 연습일정 관리 등을 했고 공연이 시작되면 로비와 객석, 매표소 관리, 무대전환 등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하는 시기였다.

대전엑스포가 열렸던 93년부터는 음악협회 사무국장을 겸했다. 엑스포를 치르면서 많은 행사와 공연을 진행했고 음악협회가 매년 펼쳤던 여러 가지 사업을 도맡았다. 오페라가 열리는 가을에는 학생음악경연대회와 대통령상전국합창경연대회 등 굵직한 음악협회 사업들이 겹쳐있었기에 어떻게 시간이 흐르는지 못 느낄 정도로 바빴다.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었고 알아서 일을 챙겨야했지만 필자에게 그런 일을 시킨 선생님들을 존경했고 일 자체도 싫지 않았다.

존경할 수밖에 없었던 선생님들에 대한 기억이다. 당시 음악협회 지부장이었던 故 유영길 선생님을 창단추진위원장으로 뜻이 있는 몇몇 선생님들이 모여 오페라단을 창단했다.

오페라 공연이 끝나고 중심이 됐던 몇몇 선생님들이 시민회관 뒤 어느 여관방에 모였다. 정산을 하기 위함이다. 수치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수입과 지출을 정리한 표를 내놓으면서 “얼마가 적자니까 얼마씩 내라”며 갹출로 부족분을 채우셨다. 또 다른 한 기억. 30만 원 가량의 시지원금을 청구하기 위해 타자기로 서류를 만들고 있는 필자의 모습을 보고 한 선생님이 이리 소리 치셨다. “야! 쥐꼬리만한 지원금 받으려고 그 고생을 하냐? 그냥 내비둬라!”. 물론 지원금을 잘 받았지만 필자는 그런 선생님들의 모습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

그때부터 필자의 인생은 잘못(?) 됐다.

7년 동안 클래식 전문 기획사를 운영해왔던 친구가 건강상의 이유로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대전 유일의 클래식 기획사였고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운영상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곁에서 지켜봤었다.

그 친구는 그 회사를 이어받아 운영할 수 있는 적임자로 필자를 낙점했고 그러기를 권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의미 있는 사업이었지만 경제 논리에 잘 맞지 않는 것이 클래식 기획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필자는 얼마간을 도망(?)다니기도 했다.

1999년 10월. 우여곡절 끝에 그 기획사를 인수했다. 필자가 운영한 첫 번째 기획사이고 이 회사는 지금도 대전클래식계 중심이 되어 있다.

두 번째 기획사는 대전예술의전당을 퇴사한 2007년 1월에 창립했다. 역시 클래식 전문 기획사이고 지금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현재. 대전문화재단을 퇴사하고 2015년 10월에 설립한 다트기획을 운영하고 있다. 대전 음악계에 필자의 손을 거친 세 개의 기획사가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은 기획사가 하는 일에 대해 아시는가? 아니 질문이 잘못됐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클래식 기획사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아시는가?

공연기획사라 하면 일반적으로 대중공연기획사와 순수공연기획사로 구분된다. 간단히 설명하면 대중성 있는 작품을 사와서 홍보마케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공연사업을 펼치는 곳이 대중공연 기획사이고 지역예술가나 단체들의 일을 대행하는 곳이 순수공연기획사이다.

현재까지 순수예술분야에서 클래식을 전문으로 하는 기획사밖에 없으니까 그냥 ‘클래식 전문 기획사’로 통칭하겠다.

클래식은 순수예술 또는 기초예술이라 한다. 음악회를 하면서 수익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음악가들의 행위이기에 저런 단어를 쓰는 것이다. 통섭의 시대에 ‘절대’라는 단어를 쓰기가 불편하지만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바로 예술가이고 그 중 음악가가 있는 것이다.

클래식 전문 기획사들은 그런 음악가들을 돕는다. 음악가는 연습에 전념하고 대관과 인쇄물 제작, 홍보마케팅, 티켓관리, 공연장과의 소통, 공연진행 등 총체적인 일을 의뢰받아 진행함은 물론이고 음악가들이 잘 모르는 무대메커니즘을 조언하며 수준 높은 음악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동반자가 된다. 연주자 위치와 어쿠스틱, 프로그램을 섬세하게 체크하기도 하고 프로필과 홍보 카피도 작성한다.

한마디로 음악가가 대충 던져놓으면 제대로 된 프로그램과 음악회를 만드는 곳이 바로 클래식 전문 기획사이기에 음악과 무대에 대한 전문성이 필수다. 따라서 클래식 전문 기획사 종사자들은 예술가로서의 자부심을 갖는다.

최근 대전시의회 행정감사에서 한 의원이 대전예술의전당 대관 운영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기획사 대관 특혜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고, 지역 언론사에서 전당 대관에 대한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며 그 의혹을 증폭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음악가들의 활동에 도움을 주는 대행업무가 주를 이루는 클래식 전문 기획사들의 대관 횟수가 그 의혹의 한 축이 됐다.

그런데 의혹의 대상이 된 세 개의 기획사가 모두 필자의 손을 거친 기획사인 것 같음에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지역 음악 발전을 위해 모두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에 박수가 쳐지는 것이 아이러니이다.

모쪼록 본질이 왜곡되지 않고 음악계의 현장과 생태계에 대한 깊은 이해로 의혹이 파헤쳐지길 기대해 본다.

故 조석준 대전예술의전당 초대관장이 직원들과 대관심의를 하는 운영자문위원들 앞에서 이런 말을 자주했다. “지역의 기획사가 같이 성장해야 대전공연계가 더욱 발전합니다.”

김상균 다트기획 대표·전 대전예술의전당 홍보팀장·전 대전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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