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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태국 교사들과 함께한 3개월

박종용 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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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11.25 15:59
  • 기자명 By. 충청신문
박종용 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박종용 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회자정리(會者定離). 만나면 반드시 헤어진다더니, 우리 학교에서 9월 7일부터 근무했던 태국 교사들이 11월 30일에 고향으로 돌아간다. 아침마다 교장실에서 그들에게 1시간씩 한국어를 가르쳤기에 정이 많이 들었다. 그랬던 그들이기에 마음이 허전하다.

우리 학교는, 교육부에서 주최하고 유네스코 아태교육원(APCEIU)에서 주관하는 ‘다문화가정 대상국가와의 교육교류사업’에 2016년부터 3년 연속 참여하고 있다. 2016년과 2017년에 베트남에서 각각 2명의 교사가 3개월 정도 근무하다가 귀국했고, 올해에는 태국에서 3명의 교사가 배치되어 근무하고 있다.  

태국 방콕의 타뷔다피세크(Taweethapisek) 고등학교에서 오신 Jaturong Watthanamethanee 선생님, 치앙라이의 매라오위타야콤(Maelaowittayakhom) 중학교에서 오신 Jinnita Pongjakthanachot 선생님, 아유타야의 왓참파(Wat Chumpa) 초등학교에서 오신 Nattapong Konmang 선생님이다. 그들 스스로 이름이 길다고 생각했는지, 뚜(TOO) 눈(NOON) 죠(JOE)라는 애칭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우리는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한 달 전부터 바삐 움직였다. 우선 숙박 문제 해결이 시급했다. 그동안에는 베트남 교사들이 모두 여성이라 본교 담당 교사의 자택에서 함께 머물렀다. 이번에는 남성 2명에 여성 1명이라 3개의 원룸을 구해야 했다. 숙소는 월평동 근처로 결정했다. 학교까지 102번 버스로 15분이면 출퇴근이 가능하고, 그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근처에 사는 학교장과 주무관이 도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담당자가 공인중개사의 도움을 받아 몇 군데 물색했다. 나도 행정실장님과 후보지를 둘러봤다. 사글세 기간이 3개월이라 방을 쉽사리 구할 수 없었다. 다행히 발품을 열심히 판 덕분에 가전제품과 가구까지 완벽하게 갖춘 신축 원룸을 구했다. 우리 학교를 방문한 태국 교육부의 Somkiat Sankhapong 수석 고문과 아태교육원의 홍솔·김지아 전문관도 숙소를 둘러보고 매우 흡족해 했다.  

우리 학교는, 최근 3년간, 2차례의 교육부 교육교류사업 외에 러시아 학생들과 수업 교류도 하고, 20명의 언론인과 중국 교장단도 맞이했다. 중국의 학생과 학부모 420명이 참여하는 한⋅중 문화교류 한마당도 3차례에 걸쳐 실시했다. 이렇게 다양한 국제교류 활동이 접목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기에, 태국 교사들은 무리 없이 연착륙(軟着陸)하였다. 게다가 그들 모두 영어를 전공하여 의사소통까지 원활했다.

그들은, 일주일에 15시간씩, 다문화이해수업을 비롯하여 영어와 체육 수업을 맡았다. 학생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그림과 노래 외에 퍼즐까지,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을 활용했다. 학습발표회가 열린 날에는, 10명의 학생들과 직접 무대에 올라가 태국 전통춤인 코코넛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전교생이 해마다 한 권씩 책을 만들어 전시회를 갖던 날에는, 태국 부스를 별도로 요청하여, 학생들에게 등불과 물고기를 만드는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본교 선생님들도 그들을 형제·자매처럼 따뜻하게 챙겼다. 교직원들의 서울 나들이도 함께하고 연극도 관람했다. 수요일마다 배구를 하며 친선도 도모했다. 주말에는 그들이 심심하지 않도록 조기 축구회에 함께 나가고, 김장 만들 기회도 제공했다. 저녁에는 영화를 보러 다니기도 했다. 급식실에서는 태국 음식 먹는 날을 특별히 정하여 전교생에게 제공했다.  

나는, 영어가 서툴지만 휴대폰의 어플리케이션에 의지하여,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계족산 산행을 비롯하여 충남 부여의 궁남지와 서동요 테마파크에도 다녀왔다. 학생들에게 태국 요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기에 본교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해결했고, 다른 학교의 학생들도 만나고 싶다기에 그렇게 하도록 했다. 한복(韓服)과 다도(茶道) 체험을 하며 한국의 멋을 느낄 수 있도록 대전평생학습관의 협조도 받았다. 대전의 맛집도 안내했다.

중간성과보고회 날에, 우리 학교를 방문한 교육부 박형민 주무관은, 정해진 예산의 한계를 넘어 한가족이 되어 펼치는 화정초의 글로벌한 교육과정이 널리 일반화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이런 사업 덕분에 우리 학교 교육가족이 국제 감각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높은 국제 감각 덕분에 다문화 감수성이 뛰어난 세계 친화적인 학교로 거듭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발 벗고 나서준 모든 이에게 감사드린다.

박종용 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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