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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삼사일언(三思一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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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11.27 16:32
  • 기자명 By. 충청신문
강희진음성예총 부회장
강희진음성예총 부회장

요즘 카카오 톡으로 아침을 열어주는 나이 많은 제자가 있다. 아침 7시면 어김없이 “카톡 카톡 카톡”하고 울리는 그 소리에 또 그 사람이구나. 오늘은 무슨 말을 전했을까 하는 생각으로 핸드폰을 집어 든다. 언제부터인가 카톡을 보내는 일도 공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잘 보내지 않는데 3년여를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이것도 보시인데 성의가 고마워 즐거운 마음으로 읽으려고 노력한다. 아무리 바빠도 이모티콘 답장이라도 거르지 않는다. 

오늘 아침 보낸 ‘삼사일언(三思一言)’이란 제목의 글은 몇 번을 읽었다. 말하기 전에 3번을 생각하고 말하라, 즉 어떤 말이든지 신중하라는 뜻일 것이다. 평범한 이 말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요즘 말로 인한 고통을 받고 있어서였다.

속담에 ‘말이 말을 만든다’고 했고 ‘말이란 발이 달리기 마련이다’라고 했다. 이 평범하고 당연한 진리를 잠깐 잊고 살아가는 바람에 화가 발생한 듯하다.

참 좋은 사람 편안한 사람이었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하면서 무엇을 물으면 참 솔직하게 대답을 했다. 그러고는 잊어 버렸는데 아시는 분이 아주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전하는 말은 이미 내 말이 발이 달려 강을 건너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묻는다면서 꺼내 놓은 얘기는 당황스러웠다. 모두 다 내가 한 말이었다. 그런데 상황과 정황을 고려하지 않고 내가 했던 얘기를 각색과 윤색을 하고 뚝 떼다가 다른 곳에 붙여서 전해졌다. 언젠가 매스컴에서 언론중재위원회에 가장 많이 제소된 것 중 하나가 앞 뒤 정황 뚝 자르고 그 말만 녹음했다가 엉뚱한 상황에다 붙여 내보낸 것이라고 본 적이 있다. 이런 상황이 그런 것이구나. 소심한 나는 밤새 앓았다. 당장 가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었지만 그 말은 또 어떻게 전해질까 생각하니 쉽게 찾아 갈 수가 없었다. 

내 말에 상처 받은 분을 찾아가 정중히 사과하고 앞 뒤 그 말을 하게 된 상황을 설명하고 오해를 풀 수 있었다. 하지만 어찌됐든 그 분도 나도 상처를 받았다. 내가 너무 고민이 돼 잘 아시는 분께 상담을 요청했다. 그 분 말씀이 자기도 그 사람의 성향을 잘 안다고 하면서 그래도 억울해 하지 말라 했다. 어떤 의도가 있어 한 말은 아니었지만 그 말은 결국 내가 한 말이니 신중하지 못한 내 잘못이라 했다.

성인군자가 아닌 평범한 우리는 친한 사람들과 가끔은 수다도 떨고 뒷담화도 적당히 하면서 그리 살아간다. 그런데 이렇게 사는 것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났더니 오늘 아침 카톡에 올라온 얘기가 가슴 절절히 다가왔던 것이다. ‘말이 많으면 허물이 많다’ ‘돈을 아끼면 부자가 되고 말을 아끼면 성자가 된다’ ‘입을 떠난 말이 어떻게 돌아올지는 생각 못하는 바보가 많다.’ 다 맞는 말이다. 아마 살아오면서 수십 번은 더 들어 본 글귀다. 그럼에도 ‘그래 맞아, 좋은 말이지’했지 말의 품격을 높이려 하지 않았다.

이해인 수녀님의 ‘말을 위한 기도’의 한 부분으로 내 참회의 기도를 대신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언어의 집을 짓기 위해/ 언제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도를 닦는 마음으로 말을 하게 하소서/ 언제나 진실하고/ 언제나 때에 맞고/ 언제나 책임 있는 말을/ 갈고 닦게 하소서/ 내가 이웃에게 말을 할 때에는/ 하찮은 농담이라도/ 함부로 지껄이지 않게 도와 주시어/ 좀 더 겸허하고/ 좀 더 인내롭고/ 좀 더 분별 있는/사랑의 말을 하게 하소서.’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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