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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아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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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11.28 15:56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종구 수필가
이종구 수필가

올해 4월 1일 기준으로 올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학생 수는 630만 9000여 명으로 전년 대비 15만 8000여 명 줄었고, 이 가운데 특히 고등학생은 13만여 명이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고 교육부는 밝히고 있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문제는 학교의 입학생수 감소로 가장 먼저 체감되고 있다.

유엔 경제사회국이 발표한 예측으로 우리나라는 2034년 이후 점차 인구가 감소하여 2100년에는 3800여 만 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보다 2000여 만 명이 줄어든 수치이다. 올해 8월의 출생아 수도 3만 명 이하로 떨어져 그 감소 추세가 1981년 출생아수 집계 이후 최저의 수치를 기록했다고 통계청은 발표했다. 인구 감소가 심각한 상태로 들어서며 65세 인구가 많아져 이젠 우리 사회를 초고령화 사회라고도 한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정당에서도 인구 절감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각종 인구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하고자 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출산하는 가정에 몇 푼의 출산 장려금 지원이라는 구태적인 정책은 벗어나야 한다. 

무엇보다도 젊은 부부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 특히 여성의 일자리 정책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출산 관련 축하금과 장려금·보육 수당 등은 미봉책일 수 있다. 아이를 마음 놓고 기르는 사회, 엄마가 일을 해도 육아 부담이 되지 않는 시회가 되어야 한다. 요즘 같이 여성의 일자리가 다양해지고, 사회 진출이 보편화 된 시대에 아이를 갖고 출산하고 양육하는 시기에 대한 확실한 보상책이 있어야 한다.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이 출산과 양육에 빼앗긴 기간이 경력 단절이 되지 않도록 승진·보수 등에서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가정의 책임이 아니라 이제는 사회 공동의 책임이라는 의식 전환도 필요하다. 내 자식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우리나라의 자식이라는 개념 정립이 뒤따르도록 정책을 개발하고 인식시켜주어야 한다. 이제 아이들은 개인이 가정에서 양육해야 한다는 관념을 벗어나 사회와 국가가 양육해야 한다는 관념으로 바뀌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의무 무상교육처럼 아이가 아프면 기본적인 모든 치료는 국가가 해주어야 하고 먹여주고 입혀주어야 한다. 그래서 걱정 없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요즘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고, 교복 지원을 하는 등 복지 혜택을 넓히고 있다. 조금만 눈을 돌려, 적어도 태어나면서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의 양육에 관한 복지를 국가가 전담하면 좋겠다. 정부는 소득과 관계없이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아동수당 지급이라는 작은 부분이 아니라 양육 전반을 국가가 맡아야 한다.

불과 2년 전인 2016년, 당시 교육부 장관은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이 편성해 달라는 부탁만 했고, 교육감들은 정부에서 해결해 달라고 각자의 주장만 하면서 보육대란을 겪었다. 그 때에 확실한 유아교육 정책이 세워졌다면 요즘의 유치원 관련 사태가 오지 않았을 것은 아닌가 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후회를 해 본다.

우리의 자녀들이 어느 나라 아이들인가? 지난 10월 20일 모방송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소아과 병원과 유치원을 비교했다. 둘 다 개인 사업이라고 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을 이야기 했다. 어찌 질병의 치료와 교육이 동궤의 선상에서 비교될 수 있을까?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이 나라 미래의 기둥이다. 요즘은 유치원 폐원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아이들을 불모 삼아 교육부와 사립유치원연합회간에 줄다리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급기야 정부는 내년에 유치원 1000학급 증설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말 많은 사립유치원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그 많은 교사들의 수급, 시설 확충 등 뒤따르는 문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발 이런 문제들이 잘 해결되어 어렸을 적에 불렀던 “우리나라 좋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라고 했다. ‘아이가 먼저’였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울음소리가 흘러넘치는 마을이 됐으면 좋겠다.

성경 창세기 1장에서 하나님은 자기 형상대로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고 복을 주고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라고 했다. 노자는 “인구가 작은 나라에 많은 인재가 있어도 등용하지 않도록 하라. 국민의 죽음을 소중하게 여기고 멀리 이사 가는 일이 없게 하라. 배와 수레가 있어도 타는 일이 없고, 갑옷과 병장기가 있어도 내보이지 말라”(小國寡民 使有什伯之器 而不用 使民重死而不遠徙 雖有舟輿 無所乘之 雖有甲兵)라고 하여 그의 이상국가론을 설파했다. 국민이 나라를 사랑하고 이 땅에서 즐겁게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아이를 양육하는 일은 인생의 가장 큰 보람이며 나라를 지탱하는 첫 원동력이다. 그 보람을 채워주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이종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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