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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가을의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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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12.02 15:56
  • 기자명 By. 충청신문
허영희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허영희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짧은 거리이지만 출퇴근길에 창문을 훑고 지나가는 나뭇잎이 유독 진한 여운을 남기는 11월이다. 원래 가을은 나뭇잎 본연의 자태를 드러내는 계절이며 또한 나뭇잎 본색을 보여주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나무에서 떨어져 내리는 나뭇잎들을 보면서 한해의 아쉬움을 생각하기도하고 내년의 푸름을 그려보기도 한다. 

가을이 되면 나뭇잎은 단풍으로 탈색을 한다. 단풍을 영어로 표현하면 fall foliage, 혹은autumn colors, 혹은 Maple로 기억을 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우리들은 의심도 해보았을 것이다. 왜 나뭇잎의 색깔이 가을이 되면 더러는 노란색, 혹은 빨강색으로, 갈색으로 변할까? 내가 기억하는 단풍의 원리는 이러하다. 기온과 습도가 내려가는 가을이 되면 나무는 성장을 멈추고 겨울을 준비한다. 따라서 가을이 되면 나뭇잎은 나뭇잎과 가지 사이가 떨어져 물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지만 가을날의 강한 햇빛으로 인하여 광합성이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원리로 뿌리에는 남아있는 당이 존재하고 또한 햇빛으로 인하여 엽록소가 파괴된다. 그리고 잎에 남아 있는 산성 성분이 된 당들이 산성에서 붉은색을 띠는 안토시아닌과 반응해 잎이 붉게 물들게 된다. 물론 단풍 색을 결정하는 색소는 엽록소와 카로티노이드, 안토시아닌이다. 그러나 엽록소는 태양광선으로 인하여 가장 먼저 파괴됨으로 제일 먼저 초록색이 사라지고 그 다음에 카로티노이드와 안토시아닌에 의해 본연의 단풍 색이 결정된다.

나뭇잎의 화려한 변색은 나무에서 나뭇잎이 떠나갈 때 비로소 알게 된다. 사람도 똑 같지 않을까!!. 늘 함께 있을 때는 내 주변 누군가의 존재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하였는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누군가에 의해 상처받고 내가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을 때는 떠나가 주기를 매일 기도하였던 사람도 존재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들은 서로의 관계로 인한 결과일 것이다. 이별에도 아름다운 이별과 추한 이별이 있다. 그것은 비로소 떠나갈 때 본연의 색을 드러내기 때문에 단풍처럼 아름다운 변색만을 기대할 수는 없게 된다. 그러므로 사람 사이에는 언젠가 가을이라는 계절이 존재 할 것이고 우리는 수많은 긴 시간의 태양광선에 의해 광합성 작용을 경험할 것이다. 그때의 나의 산과 나의 나무에 대한 책임감을 당연히 생각하면서 긴 인생의 나만의 숲을 아름답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캐나다의 국기에는 단풍잎이 들어져 있어 캐나다를 단풍국이라고 하는데, 더러는 단풍잎 자체가 캐나다의 식민 역사가 시작될 때부터 캐나다의 상징으로 쓰여 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단풍이 캐나다의 국기까지 된 계기는 캐나다 지역에 단풍나무(메이플 나무)가 매우 많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미국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캐나다 퀘벡까지 이어지는 800km의 메이플 로드(maple road)는 세계적인 단풍 명소이다. 단맛이 많이 나서 사탕단풍, 설탕단풍으로 불리는 단풍나무에서 추출되는 메이플 시럽은 다이어트에 매우 좋다고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로 나랑 우리 집 두 딸은 집에서 오븐을 이용하여 만든 수제 팬케이크를 자주 즐긴다. 팬케이크에 흘러넘치도록 메이플 시럽을 듬뿍 발라서 커피와 곁들어서 먹을 때는 스트레스가 메이플 시럽에 녹아 사라지는 것 같아 속이 편안해진다. 

오늘 오후에 가을이 제철인 석화가 먹고 싶어 오랜만에 수산물 시장으로 발걸음하게 되었는데 단풍잎과 또 닮은 가리비를 접하게 되었다. 신기한 맘에 생각 없이 생선가게 주인께 여쭙게 되었는데 “가리비가 꼭 단풍을 닮았는데 단풍가리비라 해도 될 것 같네요”했더니 주인장께서 “원래 이름이 단풍 가리비이고 모양에 따라 홍가리비, 비단가리비가 있습니다” 심장까지 뜨거워지는 이 묘한 부끄러운 기분이 진짜 단풍이 되어 나의 가을 끝자락에 왕림하신 것 같다.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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