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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꽃등을 밝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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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12.03 16:48
  • 기자명 By. 충청신문
한기연시인. 평생교육강사
한기연시인. 평생교육강사

강물위로 소원을 띄운다. 수많은 강과 운하로 덮인 물의 나라 태국에서 두 손을 모은다. 강가로 나온 현지인들 사이에 우리 일행도 함께 서 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현지인들이 하는 대로 초에 불을 밝히고 경건한 마음을 담아 의식에 참여했다.

해외 축제 벤치마킹으로 태국의 대표적인 명절 가운데 하나인 러이 끄라통((Loi Krathong)을 보게 되었다. 태국력으로 열두 번째 달 보름 저녁에 열리는 민속 축제인 ‘러이 끄라통’(Loi Krathong)에서 ‘러이’(Loi)는 ‘띄워 보내는 행위’를, ‘끄라통’(Krathong)은 ‘떠 있는 배’, ‘떠 있는 장식’ 등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끄라통 위에 불을 밝힌 초와 동전 등을 실어 강이나 호수, 운하에 띄우고 촛불이 꺼지지 않은 채 멀리 떠내려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이 축제는 방콕, 수코타이, 치앙마이, 아유타이 등 태국 전역의 강가에서 열린다. 특히 치앙마이에서는 사람들이 모두 나와 풍등을 날리는 장관이 펼쳐지기도 한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방콕의 짜오 프라야(Chao Phrya)강을 따라 끄라통을 띄워 보내려고 이동했다. 교통이 혼잡하여 축제의 중심부에는 운영진만 가기로 해서 아쉬움은 있었으나, 사람들의 행렬 속에서 들뜬 기분이었다. 좁은 길을 따라 끄라통을 파는 노점상이 줄지어 있었다. 리어카 하나 정도의 노점상 뒤에서는 바닥에 앉아서 끄라통을 부지런히 만드는 어린 소녀들이 있었다. 우리는 바나나 잎으로 만든 연꽃 모양에 꽃장식이 예쁜 끄라통을 하나씩 샀다. 저녁 무렵 끄라통을 하나씩 손에 들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강가로 다가갈수록 끄라통은 다양한 사람들만큼 화려하고 다채로웠다. 형형색색의 빵모양에 장식을 하거나 아이스크림콘으로 드레스를 입은 공주인형도 있었다. 

강 옆에 있는 난간으로 가서 불을 붙일 수 있도록 준비된 촛불에 향을 피웠다. 끄라통을 강물에 띄울 수 있도록 뜰채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 건넸다. 옆에서는 경사진 면에 끄라통을 미끄럼틀 태우고 있었다. 빵으로 만든 끄라통을 띄우자 팔뚝만한 물고기가 떼로 몰려들었다. 물고기 밥으로 줄 식빵도 팔고 있었다. 시커멓게 파닥거리는 물고기떼 사이로 내가 띄운 끄라통이 보였다. 멀리 가기 바라며 가족의 건강과 평안함을 빌었다. 오래도록 응시하면서 품바 축제의 성공도 기원했다.

내년이면 20주년이 되는 음성품바축제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군이 주관이 된 행사가 아니라 열악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 예총회원들이 한마음으로 내 일처럼 시작하였다. 나도 어린 아들들에게 품바분장과 옷을 입혀 함께 무대에 오르는 열정을 쏟았고, 그 때는 회원 모두가 스스로 발 벗고 나섰다. 거지축제라는 지역 주민들의 시선 속에서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축제로 성장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 결과 지금은 최귀동 할아버지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사랑과 나눔의 축제로 자리매김하였다. 또한 올해 문화관광부 유망축제로 진입하는 쾌거가 있었다. 이제 축제를 위한 준비는 연중 계속되고 있다. 음성군민을 대상으로 축제아카데미를 열어 지역민들과 함께 고민해 보기도 하고, 벤치마킹의 영역을 해외로까지 넓혔다. 

방콕에서 본 러이 끄라통 축제는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지역 곳곳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즐기고 있었다. 소원을 빈다는 신앙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자발적인 모습이 인상 깊었다. 무언가 홀린 듯 이끌리듯 강가로 몰려나오는 사람들처럼 품바축제에도 모든 사람들이 그러했으면 좋겠다. 보름달 아래 흐르는 강물을 따라 연꽃 등불이 흔들리며 떠내려간다. 저 강물에 띄워진 수많은 바람 속에 스무 살 성년식을 앞둔 축제의 등불도 흘러간다.

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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