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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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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12.04 15:55
  • 기자명 By. 충청신문
변정순음성수필문학회 회장
변정순음성수필문학회 회장

“축하해요 축하해요 축하해요 축하해요. 

오늘은 그대의 날, 여기 그대를 위해 가난한 내 손으로 빨간 촛불 하나 밝히네.

그대 어느 어둠 앞에 서더라도 혼이 빛 잃지 않기를 그대 고운 눈 속에 별 하나 반짝이기를 소나기 지나간 들녘에 무지개다리 놓이듯 그대 작은 가슴속에 예쁜 꿈 간직하기를” 

법당에는 백창우님의 곡 ‘그대의 날’ 축하곡이 울려 퍼졌다. 

문경문장사합창단을 초대하여 우리합창단과 함께 올린 음성공양이 한층 돋보인 첫 법회였다. 그간 주지스님의 지지에 힘입어 열심히 연습을 했지만 아직 음성공양을 올리기에는 미숙하다고 생각되었는데 고운 모습의 지휘자 선생님의 불도저 같은 열정으로 먼저 묘정사 합창단이 새로 만들어진 의미에서 축하곡으로 선보였다. 문장사합창단과는 호흡을 한 번도 맞춰보지 않았으나 예쁜 피아노 선생님의 반주와 서로의 음색에 맞추어 소리를 냈다. 사실 프로 같은 문장사 합창단원들이 우리에게 맞추느라 적잖이 애썼으리라. 관현악이 여러 악기가 조화로움 속에 울려 아름다운 소리를 내듯 합창도 여러 사람이 다른 음빛깔로 어우러진 화음을 내어 아름다운 하모니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듯 합창이나 관현악에서는 독불장군처럼 혼자 튀어서는 안 된다. 합창은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 알토와 베이스 등의 조화로 창조되는 것이다. 모두들 개성 있는 음으로 높낮이가 있지만 같이 모여 화음을 이루기 위해서는 겸손함과 자제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자기의 음악적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합창인 것이다. 음악 중 아마 으뜸일 것 같다. 째지는 소리든 텁텁한 소리든 경쾌한 소리든 함께 다듬어 서로에게 음 높낮이를 맞추어 같이 나가는 것이 합창이라고 생각하니까. 이번 음성공양은 그런대로 합창이란 구색을 갖춘 것 같았다. 

법문시간 주지스님께선 아직 연습생인 우리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고, 듣는 내내 쑥스러운 마음이었지만 더 잘할 수 있는 용기를 주셨다. 

십년 전, 합창단을 창단하여 한 두 해 동안은 찬불가며 가곡 등을 열심히 연습하여 행사 때마다 음성공양을 올렸다. 하얀 저고리에 옥색 치마의 한복을 입고 법회에 설 때면 가슴이 벅찼다. 평소에 말 할 때는 작은 목소리로 말하다가도 노래 부를 때는 목청이 어디서 나오는지 당차게 불렀다. 그때는 신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오신 분 들 과도 팀을 이루어 노래를 불렀다. 그러던 중 몇 간이 목소리가 커지면서 개성이 너무 강해선지 서로 뜻이 맞지 않아 합창단은 해체가 되었고 다시 이 자리에 서서 노래 부르기까지는 긴 시간이 지나왔다. 우리는 ‘우리’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면서도 각자 지역이기주의로 함께 라는 배려가 없었던 것 같았다. ‘우리’에 담긴 진정한 의미는 사랑이라는 이해와 배려가 담겨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우리네 삶도 합창 하는 것처럼 살면 얼마나 평화로운 삶이 되겠는가. 

그때의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와 가라앉히며 며칠 전에 배운 찬불가 가사를 음미해본다. 합창하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 함께 어울리는 삶의 자리가 되길 응원하며 기도해본다. 합창으로 다시 만남을 축하하며.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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