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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양과 교양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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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12.16 14:40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도운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김도운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교양’이란 말을 즐겨 쓰면서도 이 말의 유래나 의미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학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 말은 일본을 통해 들어왔고, ‘품격 있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교양교육’은 ‘품격 있는 사람을 만들기 위한 교육’ 정도의 의미로 사용된다. 품격 있다는 것은 품성과 인격이 고매(高邁)해서 위엄이 느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교양은 이렇듯 좋은 의미를 갖고 있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교양 있는 삶, 존경받는 삶을 살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갖고 있다. 교양교육은 사람들의 이 같은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길을 제시하는 교육이다.

그러나 ‘교양교육’이란 말을 영어로 옮기면 다소 생소한 의미가 된다. ‘Liberal Arts’라 해서 ‘자유로운 예술’ 또는 ‘자유로운 학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art’는 현대어로 미술이나 예술을 지칭하는 말로 의미가 축소됐지만 고어에서는 인공, 인조, 인위 등의 뜻으로 쓰이기도 했다. ‘Liberal Arts’는 고대 그리스에서 자유민의 교양에 필요한 것으로 여겨 가르쳤던 과목이다. 그 일곱 가지는 문법(文法), 수사학(修辭學), 변증법(辨證法), 산술(算術), 기하학(幾何學), 천문학(天文學), 음악(音樂)의 7가지이다. 중세 때는 신학(神學) 이외의 학문을 ‘Liberal Arts’라고 일컬었다.

현대에 이르러 교양교육이 갖는 의미는 광범위해져 다양한 학문을 종횡으로 오가며 수학할 수 있는 기초교육을 의미한다. 그래서 교양교육은 전문지식 전달보다는 기초학문 분야로 편성된다. 체력으로 치면 기초체력이고, 반찬으로 치면 밑반찬이 학문에 있어서의 교양교육이다. 그래서 대학에 입학하면 저학년 때 교양과목 위주로 수강하게 되고, 고학년이 되면 비로소 전공과목에 집중하게 된다. 교양과목은 ‘대학교육을 받았으면 이 정도 상식은 갖고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정도의 기초지식을 주문한다. 인문과 자연을 넘나들지만 아무래도 인문 위주로 편성된다.

요사이 젊은 대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교양상식이 부족함을 느낀다. 나만의 생각인줄 알았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들의 교양과 상식이 부족한 것은 대학에서 교양과목 수강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과목이 부실해서는 아니다. 가장 큰 원인은 불문가지 독서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디지털 영상매체에 길들여진 젊은 세대는 누구랄 것 없이 책 읽기를 힘들어 하고 그런 만큼 잘 읽지 않는다. 그렇다고 신문이나 교양잡지를 읽는 것도 아니다. 교양과목을 바라보는 시각도 그저 대학을 졸업하기 위한 통과의례이며 최소의 에너지를 소모해 때우기만 하면 되는 과목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사람의 품격은 전문지식에서 좌우되지 않는다. 기본적 소양을 얼마나 두루 갖추고 있고 사고의 수준이 얼마나 견고한가에 따라 평가된다. 더불어 얼마나 아는 만큼 실천하며 살고 있는가와 얼마나 여유를 갖고 살아가는가도 그 사람의 품격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한 해가 다 가도록 전시장이나 공연장 한 번 가지 않고 오로지 일만 하면서 사는 사람을 교양인이라고 칭할 수는 없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떠한 비판의식도 없이 오로지 수용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을 지식인이나 교양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래서 교양교육은 어떤 교육보다 중요하지만 실상 교양교육을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시각은 여전히 통과의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살아감에 있어 자신의 생계수단이 되고 자아실현의 통로가 되는 것이 전공지식이라면, 인간관계를 맺어가며 소통하고 상대를 이해하고 공통의 관심사항을 찾아낼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은 교양교육이다. 전공지식은 내가 밥을 먹고 살게 해주는 도구라면, 교양교육은 내가 사람답게 사는 길을 일러주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교양지식은 중요도 면에서 전공지식과 비교해 결코 뒤진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먹고사는데 직접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젊은이들에게 푸대접을 받고 있다. 풍요롭게만 살면 되지 교양인으로 사는 데는 별 관심이 없다는 젊은이들의 생각이 참으로 아쉽다.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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