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문화 속으로] 선택과 집중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8.12.17 16:45
  • 기자명 By. 충청신문
한기연시인. 평생교육강사
한기연시인. 평생교육강사

이른 아침임에도 대전역은 많은 사람이 자신이 정해 놓은 길을 찾아 빠르게 걷고 있었다. 나도 목적지인 KT연수원을 향해 움직였다. 시간이 애매해서 첫 기차로 오다보니 예정된 교육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오게 되었다. 전 날 숙박하고 일찍 오신 선생님들이 여러 명 계셨다. 두리번거리다가 열심히 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앞줄에 자리를 잡았다.

이민자가 우리말과 문화를 익혀 원활한 의사소통을 함으로써 지역사회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법무부에서는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그 과정 중에서 마지막 단계인 ‘한국사회 이해’를 가르치는 다문화사회전문가보수교육이 이틀 간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활동 중이거나 강사등록을 하신 선생님들이 백 여 명 넘게 강의실을 채웠다. 

옆자리에 앉은 분께 먼저 내 소개를 하며 인사를 건넸다. 나와 동갑이었는데 올해 공부를 마치고 봉사수준의 한국어수업만 하고 계셨다. 지난번에도 보수교육을 받았는데 이번에 또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분은 언제까지 공부만 계속해야 하는지 회의감에 젖어 있었다. 작년에는 우울증까지 와서 1년 동안 약도 복용하고 고생하셨다며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하셨다. 이번 교육은 망설임 끝에 오게 되었는데, 이제는 벌지도 못하면서 공부 하는 게 가족들 눈치가 보인다고 하신다. 나와는 사정이 많이 다르지만, 끊임없이 공부하는 거에 대한 의구심은 비슷했다. 늘 불안한 직업에 안정적으로 대처하고자 끊임없이 분야를 막론하고 배웠다. 이젠 내가 필요한 부분을 배우고 나니 그 분야별로 심도 깊은 보수교육이 많았다. 강사시급은 낮은데 그나마 강사활동을 계속하려면 보수교육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버렸다. 

첫째 날 교육장소 안에 있는 숙소에서 두 명이 함께 방을 썼다. 저녁에 안산, 대구, 정읍에서 오신 선생님들과 맥주 한 잔 마시며 서로의 얘기를 나누고 좀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졌다. 교육보다 숙소가 마음에 들었고, 끼니마다 다른 이가 차려주는 맛있는 밥상이 좋다며 입을 모아 말했다. 나이 들면 넉살이 는다고 낯선 곳에서 낯선 이와의 하룻밤을 편하게 보냈다.

교육내용은 솔깃하게 와 닿는 것도 있었고, 강의자의 미흡함이 보이면서 지루한 것도 있었다. 현직 교수진의 강의보다 현장에서 실제 강의를 하고 계시는 나와 같은 사람들의 사례에 집중하였다. 다른 사람의 강의를 보면서 말의 속도, 표현, 강의 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교육을 받으면서 능력과 역량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사전적 의미를 보면 능력(能力)은 일을 감당해 낼 수 있는 힘이고, 역량(力量)은 어떤 일을 해 낼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실제로 특정상황에서 필요한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의 비중을 고민해 봤다. 2004년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신어 자료집에 등록된 스펙(Specification)은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학력 · 학점 · 토익 점수 따위를 합한 것 을 이르는 말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구직자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요소이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의 부담도 가중되었다.

내가 하는 일도 1년마다 공개 모집으로 면접을 보는 과정을 겪으면서 늘 불안하고, 재계약시즌이면 신경이 예민해진다.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배운 것도 나의 스펙 쌓기였다. 그런데 이제는 가지고 있는 많은 능력을 어떤 부분으로 전문성을 키우고 역량을 발휘해야할 지 고민이 되었다. 이제는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인정받고 싶었다. 올해 자격과정을 끝내신 선생님께 앞으로 선택과 집중의 혜안으로 가시라고 응원해 드려야겠다.

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