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기자수첩] 공주시, 선거캠프의 논공행상과 제 옷 입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8.12.27 15:52
  • 기자명 By. 정영순 기자
공주주재 = 정영순 국장
공주주재 = 정영순 국장
김정섭 공주시장이 최근 조직개편과 아울러 대대적인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취임 이전부터 앞으로 공주시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상당한 구상을 했으리라 믿는다.

그런 구상들이 모두 실행되면 참으로 좋겠지만 4년의 임기 동안 완벽하게 이뤄내기란 사실 불가능한 구석이 많다. 그래서 큰 돌탑을 쌓는 과정에 돌 하나 더 얹는다는 마음으로 욕심 없이 일했으면 한다.

역대 공주시장이나 시의원들 가운데 누가 존경 받고 누가 비난을 받았는지는 충분히 보아 왔을 것이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일을 한다면 바랄나위 없다. 수장이라는 자리는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매사에 항상 찬·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로부터는 욕을 먹기 쉬운 자리다. 바깥사람들은 의사결정 과정이나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탓도 있다.

이번 인사에서는 선거를 치르는 동안 캠프에서 보필했던 사람들에게 논공행상에 따라 자리 배치를 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논공행상이 분명한 원칙에 따라야 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자리든 그 자리에 알맞은 옷을 입은 사람을 선임하는 것이 옳다.

자격도 되지 않고 걸맞지 않은 사람을 무리하게 앉히려다 ‘인사 망사’ 를 일삼은 전임자들의 꼴을 보지 않았는가. 캠프 사람을 선임하더라도 제 옷을 입은 사람이면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그리고 캠프 사람이 없는 경우는 정말 제격인 사람을 선임해야 한다.

다만 그 과정에 “내가 얼마나 도왔는데 ‘토사구팽’ 하다니” 라며 서운해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여기에 2700여 년 전 이야기를 잠깐 곁들인다. 중국 진나라의 문공(文公, BC 697~628)이 왕위에 오른 후 19년 동안 자신을 보필했던 사람들에 대한 포상은 논공행상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19년 동안 문공을 밤낮으로 보필한 호숙이 포상을 받지 못한 일화(壺叔愧服而退)가 있다.

문공이 올려준 논공행상의 순위는 인덕을 베풀어 자신의 마음을 넓게 열어주고 편안히 해준 자, 지혜로운 행위로써 자신을 망신스럽지 않게 만들어준 자, 어려운 상황에서도 죽음을 무릅쓰고 용감히 싸운 자를 보상의 1, 2, 3위에 올렸다.

그저 분주히 왔다 갔다 하며 숟가락만 올린 필부의 노고(若夫奔走之勞匹夫之力)에는 금, 은, 동 메달을 수여하지 않았다.

신상필벌의 논공행상과 함께 사리가 분명하고 어떤 자리에 적합한 옷을 입은 사람을 선임하는 원칙이 중요하다. 그렇게 한다면 낙하산 인사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수장이 자신의 여러 가지 인연과 친불친(親不親)으로만 선임한다면 분명 전임자의 잘못을 답습하는 꼴이다.

때로는 문공이 유랑 중 허기에 지치자 자신의 넓적다리 살을 잘라 바치기도 했다는 개자추(介子推)가 논공행상에 빠졌지만 문공에 대한 실망감을 가진 채 소리 소문 없이 궁을 빠져 나와 자신의 홀어머니와 함께 면산(綿山)으로 숨어 평생을 살았다는 일화도 있다.

이제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는 마무리 됐다. 자리 다툼인 인사에 급급했던 캠프 사람들도 자신이 지지했던 수장이 욕먹지 않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게 주군을 모시는 참모의 덕이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