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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학교 밖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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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1.03 15:56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대열신동엽문학관 이사
김대열신동엽문학관 이사

우리나라에서는 한 아이가 일단 학생이 되면 교육, 보육, 직업체험, 사회적응 활동 등 거의 모든 것을 학교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한데 실상은 그 아이가 학교 안에 있을 때만 학교에서 책임질 뿐이고 학교 밖에서는 부모들이 알아서 해왔다. 한 아이가 학교 안에 있으면 학생이고 학교 밖에 있으면 청소년으로 분류한다. 또 온 마을이 한 아이를 가르친다는 말이 있다. 종합하면 한 아이를 교육하는데 있어 가정, 학교, 사회(행정)가 모두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가정과 학교와 행정이 같이 해야 할 교육을 그동안 우리나라는 가정과 학교에만 의존해 왔다. 이제는 교육에 행정(지자체)도 같이 나서야 할 때이다. 유아, 청년, 노인문제에 지자체가 신경 쓰듯 학교 밖 청소년의 교육 문제에도 신경 써야 한다. 여기서 학교 밖이라 함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이 활동하는 곳 또는 방과 후에 학생들이 활동하는 곳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교육자치와 행정자치가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다. 그래서 시·군에서는 교육에 거의 관여하지 않고 성의 표시만 하는 정도이다. 약간의 교육예산을 세워 학교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제는 시·군이 주체적으로 청소년에 대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육아시설, 청년창업센터, 노인복지회관, 평생학습관을 지원하는 것처럼 청소년복지회관, 청소년센터, 청소년쉼터 등을 만들어야 한다. 언뜻 들으면 많이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매우 적다. 

부여에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한 곳에서 청소년들을 수용하고 있다. 수많은 학교 밖 학생들을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논산에는 논산시청과 논산교육청이 함께 지원하는 ‘벌개’라는 사회적협동조합이 있다. 이곳에서 학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나온 아이들에게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제공한다. 비밀공작실을 만들어 청소년 문화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 마을도서관을 만들어 “마을이 아이를 키우는 마을 속 학교, 학교 속 마을”이라는 마을교육공동체 연수도 하고 있다. 

전북 완주에는 완주군에서 지원해주고 청소년운영위원회에서 직접 운영하는 청소년센터 ‘고래’가 있다. 지역주민들이 합심하여 방과 후 아이들이 자유롭고 편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농협 창고를 개조한 공간이다. 노래방, 북카페, 학습실, 요리실, 휴게공간, 공작실 등을 갖추었다. 공간 조성을 위해 청소년들이 직접 설계와 리모델링에 참여하였다. 또 주기적으로 새 단장을 하는데 그 중심에 항상 청소년위원회가 있다. 

충남 아산에는 민속마을 맞은편에 농어촌개발 공모사업으로 마련한 송악 마을공간 ‘해유’가 있다. 아산시의 협조와 송악 동네사람들이 운영하는 해유에는 세미나, 운동, 잔치를 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추고 있다. 또 아동센터, 청소년공간을 마련하여 청소년문화예술교육, 진로교육, 마을공동체교육을 하고 있다. 이 마을에서는 청소년과 함께하는 마을축제, 체육대회, 영화제 등 다양한 청소년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어 사람들이 모여드는 시골이기도 하다.

일본의 경우 공민관(커뮤니티 스쿨)이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평생학습관과 학부모회,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합해 놓은 형태이다. 대부분 학교 안에 있으며 교사를 도와 수업에 참여한다. 구구단을 못 외우는 학생을 도와주기도 하고 축제나 체육대회 직업체험 등의 학교행사에 직접 참여한다. 코디네이터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이 있어 학교 교육계획을 작성하는데 관여하고 자원봉사, 강사섭외, 방과 후 연계활동 지원 등 학교와 지역사회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수당은 교육위원회와 국가에서 받고 있다. 

커뮤니티스쿨은 연어선생님(학교를 퇴직한 후 다시 학교로 돌아와 학교를 도와주는 선생님)의 활동 공간인 동시에 지역주민들의 모임 터로 활용하고 있다. 또 방과 후 학생들의 활동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종합하면 커뮤니티스쿨을 통하여 학교는 지역 주민들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은 문화 활동과 체육활동 등 소통공간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 
일본은 학교에서 어떻게 지역주민들과 함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커뮤니티스쿨을 만들었는데, 우리나라는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학교 밖의 아이들과 함께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시장이나 군수는 선거직으로 임기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 마련이나 좋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제안 한다면 수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용도 폐기된 창고를 개조하거나 공공기관의 남는 별관을 개조하거나 새로 짓는 건물에 청소년센터를 만들어 청소년들에게 제공하자. 학교 밖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 편의점 야외테이블이나 PC방에 아이들이 모여 있으면 어른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눈에 띄지 않는 빈집 등의 후미진 곳을 찾게 되고 또 눈에 띄지 않으니 이탈하게 된다.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청소년들이 맘 놓고 소통하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주변에 있는 지 둘러보고 그런 곳이 있다면 리모델링 시안과 운영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자체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 이제 지자체에서도 갈 곳 없는 학교 밖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대열 신동엽문학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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