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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박사 위에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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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1.06 16:00
  • 기자명 By. 충청신문
정관영공학박사·우석대학교 겸임교수
정관영공학박사·우석대학교 겸임교수

대한민국 최초의 박사는 1904년 미국 워싱턴 대학에서 세균학을 전공하여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서재필 박사이다. 그는 독립신문을 창간하고 독립 협회를 창설해 대한민국의 독립과 국민의식 계몽활동으로 더불어 잘사는 우리나라를 만들기 위해 헌신한 공헌 활동의 표상이기도 하다.

유년시절 벽보에 큰 글자로 사진과 함께 대통령 이승만 박사, 부통령 이기붕이라고 붙여있던 것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된다.

교과서에는 우장춘 박사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에서 출생한 그는 극심한 빈곤과 주위의 학대에도 굴하지 않고 일본에서 중학교를 마쳤다. 1916년 동경제국대학 농학실과에 들어가 졸업과 동시에 일본 농림성 농업 시험장에 취직하여 육종학에 대한 2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육종 연구에 몰두하였다.

1936년 배추속(Brassica)의 식물에 관한 게놈분석을 시도하여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 “종(種)의 합성”은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무엇보다도 일본에 의존하던 채소 종자를 국내에서 자급할 수 있도록 하고, 우리나라 육종과 원예 발전에 크게 기여한 육종박사이다.

내 어린 마음에 ‘박사’는 모든 것을 척척 아는 만물박사이고, 지위는 보통사람을 뛰어넘는 훌륭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분들을 정신적지주로 동경하고 부러워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는지도 모른다.

박사(博士, Doctor)는 어떤 일에 정통하거나 숙달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그보다도 알려지지 않았던 문제를 발굴하거나, 여태껏 해결되지 못했던 문제의 정답이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만큼의 학식을 갖추었다고, 제도적으로 인정받은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가장 높은 학위이다.

다만 요즘은 전 세계적인 학력 인플레 경향에 따라 많은 숫자의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매년 쏟아지고 있다. 그러기에 예전보다는 그 희소성이 퇴색되어가는 감이 없지 않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일부 대학에서는 박사학위를 “한 명의 학자로서 홀로설 수 있는 독립적 연구자” 에게만 수여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듯 피나는 각고 끝에 이루어낸 박사학위 소유자들은 사회인류공영을 위해 곳곳에서 공헌하고 있다.

요즘 세상에는 ‘박사 위에 밥사’, ‘밥사 위에 술사’, ‘술사 위에 감사’, ‘감사 위에 봉사’, ‘봉사 위에 천사’라는 말이 풍자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밥사’는 동료들과 가난한 이웃을 위해 기꺼이 밥을 사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결코 권력자에게 환심을 사기위해 사는 밥이 아니라 약자에게 사는 밥을 말한다. 밥은 생명이다. 생명을 이어주는 거룩한 행위이며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행복이다.

‘밥퍼 인생’ 30년 최일도 목사는 “밥에 평화가 있고, 밥에 답이 있다”고 했다. 1988년부터 청량리역 광장에 쓰러져있던 노인에게 제공한 밥 한 끼. 그 한 끼가 평생의 소명이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거리 무상급식 ‘밥퍼 운동’은 30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어졌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밥심’의 힘을 믿는다고 했다. 지난 4년간 ‘밥’을 매개로 화해와 평화 운동을 전개해오기도 했다. 2015년 시작한 민간 통일운동인 ‘밥피스메이커’가 그것이다.

‘술사’는 술을 사면서 남의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을 일컫는다. ‘감사’는 매사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사람이다. 존 헨리 박사는 감사가 최고의 항암제요 해독제요 방부제라 했다. 탈무드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사람은 칭찬하는 사람이요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감사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가장 주목할 것은 남과 더불어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봉사하는 사람이 최고의 덕목이라는 점이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의 말씀을 교훈삼아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선행과 봉사를 하는 많은 분들이 있기에 마음 뿌듯하다.

우리 국민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마다 선행과 기부활동이 나비효과가 되고, 기부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포항에서 자연재해를 입은 시민들을 돕기 위한 범국민적 솔선수범이 물의 파장처럼 잔잔하게 퍼지면서 큰 울림을 줬다.

인간사가 그렇듯이 똑똑한 것보다 남에게 나누고 베푸는 사람이 더 좋은 평판을 얻고 인정을 받는다.
누가 진정 박사인가.

국내외는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인류공영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 봉사의 영역을 국내에서 해외로 넓히고 있는 최일도 목사는 “세계에서 원조 받던 나라가 원조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하나뿐이다”라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한해를 시작하는 기해년 차가운 바람이 매섭다. 감사와 봉사로 헐벗고 굶주린 이웃을 섬기는 따뜻함이 그늘진 곳곳에 피어나기를 소망해 본다.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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