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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해 의원들에 거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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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1.09 16:17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상호                         천안아산 경실련 공동대표
이상호 천안아산 경실련 공동대표

# 수령 노릇을 하는 자는 반드시 자애로워야 하고 자애로워지고 싶은 자는 반드시 청렴해야 하며 청렴하려는 자는 반드시 검약해야 한다. 씀씀이를 절약하는 것은 수령의 으뜸가는 임무이다.

# 영조 때 유정원이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마다 의복이나 그릇, 가구는 조금도 더 늘어나지 않았다. 경상도 자인현(慈仁縣)에서 후임자와 교체되어 집에 돌아왔는데 현아(縣衙)에 있던 그의 아들이 헌 농짝을 집으로 돌려보낼 때, 짚으로 빈 농짝 속을 채워 보냈다. 마을 아낙네들이 몰려와 농짝 속을 보았지만, 농짝 속에 짚단뿐인 것을 보고 한바탕 웃고 갔다. 

# 정만화는 여러 곳 감사를 했는데 가는 곳마다 물자를 저축하여 물자가 처음 부임 때보다 더 많았다. 남는 것이 아주 많아지자 탄식하며 말했다. “내가 빼돌리고 사기하는 것을 막은 지 1년 사이에 남는 것이 이렇게 많으니 절약해서 쓰는 것이 어찌 백성을 사랑하는 근본이 아니겠는가?”

이상은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율기 육조)에 나오는 글이다. 다산은 왜 수령의 으뜸 임무로 절약을 강조했을까? 나라의 재물은 모두 백성의 피땀 어린 것이다. 

재정을 낭비하여 모자라면 세금을 만들거나 올려 백성을 힘들게 한다 하여 재정을 절약하여 합리적으로 쓰는 것은 그만큼 백성을 이롭게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수령을 대통령을 포함하여 나라 살림을 관장하며, 혈세를 녹봉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칭해 보자. 

특히 주요 임무가 예산승인과 감사, 입법 활동인 의원들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자. 세종시 의원들이 내년 의정 활동비를 현행 4200만 원에서 5328만 원으로 28.86%라는 파격적 인상으로 말썽을 빚고 있다. 

천안시 의회 의원 25명 전원은 떼를 지어 미국 연수를 떠나 많은 빈축을 샀다. 

경북 예천군 의원들이 미국 연수에서 보여준 추태는 국가적 망신이 되었다.

의원들의 이런 현상은 전국적인 행태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인데 그 고양이를 감독할 국민은 무관심한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 

국민의 주머니는 갈수록 얄팍해지고 세금은 늘고 있다.

많은 중소 상공인들이 도산하고 일자리는 줄어들고 실업자는 늘어 간다. 

그런데 국민의 주머니 사정을 가장 먼저 헤아리고 솔선해야 할 의원(국회의원들 비롯한 모든 의원)들은 자기들의 세비와 활동비는 거리낌 없이 올리고, 연수 명목의 해외 나들이도 서슴치 않는다. 

다산의 말로 되돌아가 보자. 수령된 자의 으뜸 임무가 예산 절약이다. 

녹봉을 함부로 올리지 않는 것도 예산 절약의 중요한 하나이다. 따라서 지도자들이 예산을 절약하는데 솔선하여 자기들의 녹봉과 세비를 동결하면 국민은 더욱 신뢰하게 된다. 

의원들도 일한 만큼 녹봉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모두가 어려운 지금은 때가 아니다. 

그런데 의원들은 염불에는 관심이 적고 잿밥에만 관심이 큰 것 같으니 이를 어찌할까. 용기 있게 세비 인상과 관광성 해외 연수를 반대할 의원은 진정 없는가? 

새해 벽두에, 같은 당이라도 옳지 않은 일은 NO(아니)라고 할 줄 알며,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어 혈세를 아끼며 절용(節用)을 으뜸 덕목으로 실천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의원이 나오기를 희망해 본다.

이상호 천안아산 경실련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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