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공주] 정영순 기자 = 공주예술회관 리모델링 사업에 8억 원을 쏟아 붓겠다는 공주시 계획에 반발해 단식농성으로 맞선 이창선 시의회 부의장과의 갈등이 출구전략을 찾지 못한 채 10일 만에 ‘치킨게임’ 으로 끝났다.
이 부의장은 26일 오전 11시께 단식에 따른 부작용으로 또 다시 호흡곤란을 일으켜 병원에서 긴급 처치를 받았다.
급거 현장을 찾은 정진석 국회의원의 방문과 “원내에서 해결하라”는 건의를 받아들여 이 부의장은 중동4거리 농성텐트를 전격 철거 했다.
쟁점의 현안에 대한 공주시는 ‘거중조정시스템’ 부재(不在)라는 큰 문제를 남겼고, 김정섭 시장은 판단 지연에 따른 실기(失期) 책임과 함께 정무라인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김 시장은 또 ‘매몰비용 오류’ 에 따른 손실을 안고 가야 할 처지에 놓였고, 양측이 나눠 가진 상처로 인한 후유증이 앞으로 심각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리모델링을 통해 예술인회관으로 사용하려는 417㎡(126평) 규모의 옛 중동별관은 지난 1987년에 건립된 낡은 건물이다.
사업비 8억 원을 들여 손볼만한 가치가 없다는 게 시민, 언론, 공무원들은 물론 대부분의 예술인들이 갖고 있는 공통된 시각이다.
그런데도 굳이 리모델링 계획을 세운 공주시, 지난해 11월 30일 이 예산을 승인 해준 의회, 본인 스스로 예산통과에 일조한 이창선 부의장 모두 ‘원죄’ 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보는 가장 큰 문제는 공주시가 리모델링 사업 강행이든 혹은 포기나 축소든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된 ‘시그널’ 을 의회와 이 부의장에게 전하지 않은 채 ‘희망고문’ 만 했다는 점이다.
전직 공주시 공무원 출신 A씨는 “공주시가 리모델링 부적절 결론을 낸 후 예산을 줄여 쓰고 나머지는 불용처리 하면 되는 일”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부의장의 단식농성 계속 여부는 본인이 ‘알아서’ 하면 된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김정섭 시장의 ‘수 싸움’ 과 함께 공주시의 행정잘못이 아니라는 자존심도 함께 존재하는 가운데 이런 ‘결단’ 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 못한 시장 정무라인의 감각부족을 우려스럽게 보는 시각은 숙제로 남게 됐다.
박병수 의장을 비롯한 의회 내부의 중재노력 부족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의장은 이 부의장의 단식 돌입 이틀 뒤인 지난 18일 필리핀으로 업무출장을 떠났다 21일 귀국했다. 하지만 박 의장에게서는 귀국 9일이 지나도록 눈에 띄는 중재안 마련의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박 의장이 귀국 후 이 부의장 농성장은 물론 그가 후송돼 가료중인 병원에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자 리모델링 반대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박 의장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민들과 언론 및 일부 공무원들은 ‘4대4’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리모델링 사업비용 8억 원 중 양측이 절반씩 양보해서 4억 원 정도에 맞춰 진행하자는 의미다.
한편, 이 부의장이 두 번째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단식농성은 종료됐지만 교착상태에 빠진 현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해법이 언제쯤 나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