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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때로는 느린 것이 아름답다

이지숙 수필가·대전문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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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1.28 17:37
  • 기자명 By. 충청신문

새해가 되면 우리는 항상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에 꼼꼼히 계획을 세우고, 부푼 희망을 안은 채 계획 실행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계획처럼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냐마는, 목표완수가 그렇게 쉬운 게 아니고 녹록하지 만은 않은 것을 느낀다. 그럴 때 문득 거북이와 토끼의 우화가 생각난다. 

거북이와 토끼의 경주에서 느린 걸음으로 쉬지 않고 제 몫을 다한 거북이가 꾀 많고 빠른 걸음의 토끼를 예상외로 이겼다는 우화는 비단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이야기로 어린이에게 메시지를 준 것뿐만 아니라, 어른인 우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무척 크다고 느껴진다. 

아가가 첫걸음마를 할 때도 우리는 걸음마가 다른 아이들보다 늦을 경우 불안한 마음에 속을 태우기도 한다. 긴 人生의 마라톤에서 스타트가 조금 늦었다고 조바심을 낼 것도 걸음마를 빨리했다고 우쭐할 이유도 없다. 지금 잘 나간다고 반드시 내일 잘 나가는 것도 아니고, 지금 행복의 속도가 늦다고 내일도 느릴 것이라는 예측은 때로는 빗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엎어진 김에 쉬었다 가라”는 말이 있듯 때로는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지나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관조하며 人生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너무 빨리 과속으로 운전하다 보면 우리가 놓치는 아름다운 것들이 많듯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건강, 우정, 사랑 등 살아가는데 무척 소중한 것들을 놓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조급함과 욕심을 버리게 되면 여유가 생기고, 일을 그르칠 염려도 적어진다. 소망하는 것을 이루고 싶어 때로는 과속도 해 보고, 범칙운전도 해 보지만 결과는 접촉사고와 사고로 인한 후유증인 것을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절실히 알게 된다.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기를 내려놓은 삶이 되면 비로소 보이게 될 것이다. 진정한 삶의 의미를….

남보다 빨리 출세하고 싶고,

남보다 빨리 돈 많이 벌고 싶고,

남보다 빨리 안정되고 싶은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느려도 상관없다는 여유를 갖고 生의 목표를 향해 운전해 보자. 오히려 느린 것이 아름답다는 ‘느림의 美學’이 사랑도 초스피드 시대인 요즘에 더욱 절실히 그리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급해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한 계단 한 계단 천천히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원하는 人生의 목적지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경쟁자인 다른 사람보다 지금 느린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그때 느리게 출발한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고, 人生의 긴 터널로 보면 그다지 늦지 않고 오히려 빨랐던 것임을 알게 될 날도 있을 것이다. 

지금 출발이 느리다고 결코 내일 도착이 느리지 않음을 알게 되는 그날! 우리는 그동안 많이 아파보고 허우적거렸음을 그래서 거기서 이제는 벗어났음을 인지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라는 것을….

살면서 남을 앞지르기 위해 과속도 해보고 서둘기도 해보지만, 서두른다고 안될 일이 되고 불가능한 일이 가능한 일로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한해의 목표, 아니 나아가 전반적인 우리 인생의 목표완수를 위해 잠시 쉬어보는 여유와 함께 중간 점검을 해보는 치밀함을 발휘해 보자. 그리고 안전운전을 해보자. 침착하고 담담하게...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원하는 목표물에 성큼 다가와 있을 것이다. 

지금 잘 나가는 사람도 잠깐의 실수로 엎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가슴에 새기며 매사에 조심하고, 지금 잘 나가지 않는 사람은 툴툴거리지 말고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고 천천히 기다리다 보면 반드시 기회는 올 것이다.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아쉬움을 만회할 기회가...

人生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고 마라톤 경기라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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