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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백발가(白髮歌)

김정호백제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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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1.30 16:43
  • 기자명 By. 충청신문

한 달에 한 번 꼴로 염색을 한다. “옅은 갈색 톤으로 할까요?” 머리 색깔 선택을 요구한다. 헤어스타일은 미용의 기본이다.

머리카락은 머리털의 낱개를 말한다. 머리칼은 머리카락의 줄임말이다. 머리털은 그냥 머리라고도 한다. 이발하는 것을 ‘머리 한다’고 한다. 머리 감기, 머리 자르기, 머리 올리기 등으로 표현한다.

머리카락은 체모의 일종이다. 털은 포유류의 상징이다. 인간은 진화하면서 털을 버렸다. 수염, 눈썹, 속눈썹, 겨드랑이 털, 코 털, 귓속 털, 가슴 털, 팔 털, 손등, 발등, 종아리 심지어는 항문에까지 털이 존재한다. 어린아이에게는 솜털이 보송보송하다. 털이 없어 고민하는 이도 있고, 무성한 털로 부끄러워하는 이도 있다. 규모가 축소된 다른 털들과는 달리 머리카락은 현재가지도 유일하게 풍성하게 긴 털이기도 하다.머리카락은 다의적이다. 삭발 농성을 한다. 상고머리, 스포츠머리, 빡빡 밀면 반항의 뜻도 있다. 

머리카락은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는 용도이기도 했다. 시집 안 간 여자는 댕기머리를 하고, 결혼한 남자는 상투를 틀었다. 요즘은 남녀 구분이 모호하다. 헤어스타일이 짧은 여성도 있고, 길게 늘어뜨린 남성도 있다. 머리카락을 관리하는 사람도 남자는 이발사, 여자는 미용사였지만 요즘은 남자들도 미용실에 많이 간다. 

백발은 나이가 들어 하얘진 머리카락이다. 주로 노인들 흰머리를 나타내는 소리다. 노년층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흑발 다음으로 많은 머리색이 되었다. 일본에서는 실버라는 용어를 정립시켰다. 노인 아파트는 실버타운, 노인석은 실버시트, 노인용 전화는 실버폰, 보험도 실버보험, 실버는 노인의 대명사가 되었다.

노인성 백발은 보통 50대를 넘기면 나타나는 노화현상이다. 노화는 옆머리, 앞머리, 정수리, 뒷머리 순으로 진행된다. 노화로 인해 일반적으로 희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검은 머리에 드문드문 섞인 흰머리, 새치를 뽑는다. 머리카락은 잘라도 아프지 않다. 머리카락은 모낭에서 자란다. 표피 바깥으로 나온 것은 사실상 죽은 것이다. 그래서 머리카락은 뿌리부터 하얘진다.

모발은 인종에 따라 사람마다 숫자와 형태와 색이 천차만별이다. 검은색, 갈색, 빨간색, 금색, 흰색, 은색, 파란색, 분홍색 모두 있다. ‘빨간 머리 앤’이라는 캐나다 소설도 있고, ‘금발의 제니’라는 노래도 있다. 

흑인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는 반문했다. “왜 성모마리아와 예수 그리스도, 천사들은 금발에 파란 눈이며, 왜 악마와 흑인은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란 말인가?” 

머리카락은 수량이 많다. 한 사람에게는 9~12만 올 정도의 머리카락이 있다고 한다. 한 줄로 이으면 굉장히 길다. 1㎝라고만 해도 10만 개를 연결하면 1㎞가 된다. 머리카락은 단백질 섬유라 쇠줄보다도 오히려 질기다. 머리카락을 무기로 사용하는 게임도 있다. ‘백발마녀전’ 무협영화도 있다.

무서운 경험을 했다든지 뼈에 사무치는 고통을 겪었다든지 하는 이유로 엄청난 쇼크를 받고 하룻밤 사이에 백발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전해진다. 천자문은 백수문(白首文)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천자문을 저자는 사형을 면하기 위해 하룻밤 만에 천자문을 지어야 했는데, 이 때문에 고심하다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머리는 차게 하고 발은 따뜻하게 하여야 건강에 좋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가 뜨거워진다. 건강에 좋으려면, 스트레스를 줄일 일이다. 

염색의 원리는 의도적으로 머릿결을 상하게 해서 머리카락이 변하게 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일시적인 검은 머리는 진짜 검은 머리가 아니다. 염색하지 않고 흰 머리를 검은 머리로 만들려는 노력이 지난하다. 흰 머리카락이 생기는 원인은 과산화수소라고 한다.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고 원래대로 복원시키는 치료물질을 개발한다면 “100세 흑발노인의 시대”가 올까? 

머리카락은 일정 주기 동안 성장하고 자라고 빠진다. 머리카락이 가늘어진다. 나이를 먹을수록 머리카락이 엄청 빠진다. 머리카락은 사람에게 붙어 있으면 괜찮은데, 떨어지면 그 때부터 골칫거리다. 침대, 방바닥, 식당, 화장실 세면대, 배수구 등등 도처에서 엉킨다.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를 읊는다. 공무도하/공경도하/타하이사/당내공하. (님아 물을 건너지 마오/임은 그예 물을 건너시네/물에 빠져 돌아가시니/이제 임을 어이 할꼬). 백수광부(머리가 하얗게 센 미치광이 사내)가 머리 풀어 헤치고 술병을 들고 강물에 뛰어드는 장면이 선연하게 그려진다. 

당나라 시인 이백은 온갖 시름에 쌓여 늙어가는 것을 비유해서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이라고 했다. 흰 머리털의 길이가 삼천 장(약 9990m)이라니 과장법의 극치다. 

우리나라 판소리 단가에 백발가가 있다. 백발이 섧고 섧다. 시간을 헛되게 보낸 한탄조다. 백발은 지름길로 온다. 

그러나 흰머리는 지혜를 상징한다. 학식이 풍부한 원로를 연상케 한다. 찬란함으로 받아들이자. 모 여성 장관의 은발 카리스마는 멋지다. 백발가를 고쳐 부르고 싶다. 백발이 좋고 좋다. 백발을 찬양하라. 

설 명절이다. 서로 머리카락을 한 번 바라보자. 부모와 자식, 또는 부부간,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사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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