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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꼰 대

김대열 부여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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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1.31 17:51
  • 기자명 By. 충청신문

“머리 올리려면 정식골프장에서 티칭프로한테 지도를 받아야지 이런 곳에 오면 어떡해요.” 

얼마 전 골프를 시작한지 4개월 쯤 된 부부가 필드에 나가고 싶다 해서 머리 올려주러 논산 T·Hcc에 갔었다. 9홀을 2바퀴 도는 코스지만 정식 골프장 못지않게 잘 설계 된 곳이다. 또 캐디가 있지만 캐디 없이도 칠 수 있어 경비 절감에도 좋다. 거기다 실수 했을 때 한 번 더 쳐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골프 초보자 머리 올리는 장소로는 안성맞춤이다. 참고로 골프에서 머리 올린다는 말은 처음 필드에 나가서 지도받는 것을 뜻하는 용어이다. 

필자는 생활체육골프지도자 2급 자격증이 있기 때문에 정식 티칭프로다. 하지만 따로 직업이 있어서 골프 지도 시 사례비는 받지 않는다. 그늘집에서 음료수 한잔 하는데 앞 팀의 중년쯤 되어 보이는 사람이 “여기 자주 오냐?”고 물어서 “오늘 머리 올리러 왔습니다” 했더니 하는 말이 “머리 올리려면 정식골프장에서 티칭프로한테 지도를 받아야지 이런 곳에 오면 어떡해요.” 라면서 넌지시 핀잔을 한다. 순간 “내가 티칭프로다. 여기가 어때서? 그러는 당신은 그 나이 먹고 이런 곳에 오냐?” 많은 말들이 머릿속을 스쳐갔지만 다 흘려버리고 대꾸 하지 않았다. 

남이 들어 기분 나쁠 것 같은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그런 사람하고 언쟁하고 싶지 않아 그냥 넘어 갔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사람은 자기는 시시하게 배우지 않고 품격 높은 곳에서 정식으로 배웠다고 자랑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요즘은 실속형 골프장도 많이 생겼고 스크린골프장도 많이 생겨서 옛날과는 골프 환경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 ‘왕년에 나는’ 하는 식의 태도를 고수하는 사람들은 전형적인 꼰대의 모습이다. 

최근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회식자리가 있었다. 방학이라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가 마주한 얼굴들이라 반갑기도 하고 할 얘기도 많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때 한 선생님이 “죄송하지만 조금 일찍 일어날게요.” 하니까 몇 살 더 먹은 선배가 “왜 가려고 그래?” 라고 물었다. “아 예 집에 일이 좀 있어서” 그러니까 또 “뭔 일인데?”하고 되물었다. 마지못해 요즘 술 문제로 아내랑 싸워서 오늘은 술 안 먹고 일찍 들어오기로 약속했다는 사정 이야기를 했다. 하기 싫은 얘기를 하니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그 후배를 보내고 나서 “왜 가려고 그래?”까지는 그냥 그럭저럭 반사적으로 물을 수 있다지만 “뭔 일인데?”까지 나가면 꼰대가 된다는 취지의 말을 동료들에게 해줬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미숙한 상태로 보기 때문에 자세히 묻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이 습관을 주변 사람들한테까지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이 문제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학생들은 정말 미숙한가에 대한 판단도 재고해봐야 하겠지만 상대방의 상황을 자세히 묻는 습관은 전형적인 꼰대 짓이라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렇게 회식을 마무리 할 때 쯤 전골국물에 공기밥을 볶기 위해서 내가 주걱을 잡았더니 앞 선생님이 자기가 하겠다고 해서 주걱을 양보했다. 고추장과 참기름 나물을 적당히 넣고 볶은 다음 김 가루를 첨가하더니 계속 밥을 뒤집는다. “이제 그만 좀 뒤집어라 넓게 깔아서 아래쪽이 약간 눌어야 맛있지.” 했더니 주걱으로 밥을 넓게 편 다음 더 이상 젓지 않았다. 한데 막상 먹어보니 아래는 눌었고 윗부분은 죽이었다. 야! 이거 맛이 이상하다 했더니 “물이 많아서 수분을 증발시키려고 계속 저었는데 선생님이 그만하라고 해서 그렇게 된 것 같다”는 것이다. 순간 뒤통수를 한방 맞은 것같이 머리가 띵 했다. ‘아! 내가 또 꼰대질을 했구나!’ 선생님들이 모이니 서로가 돌아가면서 꼰대질을 하고 있다. 그래서 옛날에 선생님을 꼰대라 불렀나 보다.

꼰대란 상대방의 생각이나 상황을 모르면서 조언이랍시고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사람으로 좋은 말이 아니다. 따라서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소통에 힘쓰고 시대 변화에 맞추어 자기개발을 해야 한다. 개인의 경험을 일반화하려는 사람, 임시방편을 정상인 냥 말하는 사람, 아랫사람의 도리만 얘기하는 사람, 남 얘기 하듯 하는 사람, 칭찬보다 꾸중이나 충고를 많이 하는 사람, 말의 양을 n분의 1로 나눌 줄 모르는 사람, 물어는 보는데 대답에는 관심 없는 사람, 지난 다음에 조언하는 사람, 뻔한 얘기를 심각하게 하는 사람, 지나치게 꼬치꼬치 물어보는 사람, 왕년의 얘기를 자주하는 사람, 자기가 윗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사람, 묻지 않았는데 가르치려는 사람, 옳고 그름이 분명하고 주장이 강한 사람은 모두 꼰대 소리 들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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