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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밑천 없는 장사

이혜숙 음성수필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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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2.11 16:3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수필공부를 시작했을 때 선생님이 늘 말씀하셨다. 밑천 없는 장사를 하지 말라고. 글 쓰는 사람의 밑천은 독서라면서 늘 책을 많이 읽으라고 독촉했다. 글 쓰는 사람은 독서가 기본이요 밑천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글쓰기에만 해당되는 말일까. 삶의 전반에 적용되는 값진 말이지 싶다.

그녀가 나를 보고 방긋 웃는다. 나도 같이 웃음으로 화답했다. 우리는 낯선 사람을 보면 그냥 모른 체 지나가는데 외국인들은 낯선 사람에게도 웃으며 인사한다. 사우나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데 노랑머리 외국 여인이 들어온다. 사우나에 들어와 자연스럽게 땀을 흘리는 그녀를 보고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러시아에서 왔단다. 그녀는 한국어를 하지 못하고 나는 러시아어를 모르니 영어로 물어봤다. 영어를 조금만 한다는 그녀와 서로에 대해 조금씩 물어봤다.

어설프게 대화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러시아에서 한국에 온 지 일 년 정도 되었다는 것과 모스크바에서 왔다는 것. 한국의 사우나시설은 크고 좋다면서 부산과 울산에 갔을 때 아주 큰 사우나가 있어서 좋았다는 것. 러시아는 아주 작은 사우나 밖에 없다며 한국 사우나가 제일이라고 엄지 척을 한다.
서로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영어로 대화도 안 되고 상대의 언어를 모르니 대화가 단절될 수밖에 없었다. 저번 중국으로 체험 학습을 갔을 때도 간단한 단어만 할 줄 알았지 제대로 된 대화는 하지도 못했다.

붕어빵 장사를 하려해도 돈이 든다. 땡전 한 푼 들이지 않고 성공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망상이요 주제넘은 착각이다. 돈을 벌려면 그만큼 돈과 시간과 정열을 쏟아 부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한다.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에 나오는 허생은 오막살이에 살면서 글만 읽는 선비다. 책만 읽다보니 가난하다는 것은 당연하다. 아내가 삯바느질을 하여 살림을 꾸려나갔다. 굶주리다 못한 아내가 과거도 보지 않으면서 책은 무엇 때문에 읽으며, 장사 밑천이 없다고 도둑질도 못하느냐고 푸념을 한다. 허생은 책을 덮고 탄식하며 나가서 한양에서 제일 부자라는 변씨를 찾아가 돈 만 냥을 꾸어 가지고 안성에 내려가 매점매석으로 과일 장사를 하여 폭리를 얻는다.’ 

책만 읽던 선비가 갑자기 장사를 해서 폭리를 얻고 빚을 갚는다는 것은 책을 읽으며 세상을 읽었다는 말이다. 돈은 없지만 지식이 밑천이 되었던 것이다. 대동강을 팔아먹었다는 김삿갓 역시 지식이 있었기에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지 싶다.

외국을 다니면서 제일 답답한 것이 대화가 안 되는 것이다. 중국어라도 열심히 했다면 이번 여행에서 제대로 된 대화를 구사할 수 있었을 텐데. 늘 책가방만 들고 폼으로 다닌 결과 짧은 대화로 답답한 여행을 하고 올 수 밖에 없었다.

글을 쓰면서도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예전보다 독서량도 줄었다. 신문사로 원고를 보내면서도 늘 부끄럽다. 멋진 글을 쓰고 싶은데 같아 보내야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이다. 그러면서도 게으른 나를 보며 채찍을 해보지만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오늘은 아는 동생이 영어를 배우자고 한다. 나이 들어도 여행가서 제대로 대화를 해 보자는 것이다. 요즘은 인터넷 발달이 잘 되어있어서 굳이 돈들이지 않고도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설명을 잘하고 가르치는 것도 우수한 인터넷강사들이 많아서 배우기 쉬울 것 같다. 

이곳저곳을 보면서 내게 맞는 강사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는 강사를 발견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당장 강의를 들어봤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시작을 했으니 언젠가는 유창하게 대화 할 날을 기다리며 돋보기를 피로해진 눈을 감싸가며 뚫어져라 화면을 응시하고 칠판에 있는 단어를 노트에 옮겨 적는다.

젊을 때보다는 늦겠지. 그렇더라도 쉬지 않으면 언젠가는 나아가리라. 백세 시대인데 아직도 젊다는 생각으로 임하려 한다. 어느 개그우먼의 말이 생각난다. 거북이가 토끼의 경주하자는 제의를 거절하지 않는 것은 거북이는 자격지심이 없을 뿐 아니라 자기 길을 묵묵히 가는 자존감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나이가 들면서 무슨 일이든 힘들 거라는 생각이었다. 무엇 때문에 안 될 거라는 자격지심을 버리고 묵묵히 내 길을 걸어가서 자신을 발전시키는데 게으르지 말아야겠다. 힘이 솟으며 무지개가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 같다. 배움을 밑천으로 발전된 나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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