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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아름다운 그들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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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2.25 17:22
  • 기자명 By. 충청신문

아이들이 서울에 있어 가끔씩 올라간다. 지난주 토요일에도 서울에를 갔다가 딸과 점심을 먹고 헤어져 터미널에 도착했다. 언제부터 터미널 양쪽으로 먹거리가 생겼다. 혼자 밥을 먹지 못하는 성격이라 음식이 있는 쪽에는 관심이 없는데 차안에서 목이 마를 것을 대비해 물은 하나씩 산다.

터미널 입구 쪽 목 좋은 곳에는 대형 체인점 마트가 하나 있고, 더 외진 곳 화장실 들어가는 쪽으로 일반가게가 하나 있다. 체인점 마트 앞에는 줄을 서서 물건을 사는데 안쪽의 가게에는 늘 사람이 없다. 그게 안타까워 물을 살 때 꼭 안쪽 가게에서 사고 잠시 머물러 있었다.

토요일에도 역시나 체인점 마트 앞에는 사람이 많았다. 안쪽 가게에 가서 물을 사고 계산을 하고 나오려는데 젊은 사장이 나오더니 "안녕하세요?" 했다. 나한테 인사를 하리라고는 생각을 못해서 서 있었더니 또 "안녕하세요?"한다. 주위를 둘러 봐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어 "저한테 인사하시는 거예요?"했더니 "네"한다. 그러면서 가끔 오셔서 물을 사갔잖아요 하더니 "감사합니다"하고 머리 숙여 인사를 했다. 가끔이지만 이 가게를 애용하는 내 마음을 알았을까? 아니면 내가 가게 앞에 머물러 있으면 손님들이 오는 것을 느껴 날 기억 했을까? 뭔지 모를 뜨거운 것이 마음을 채웠다.

때때로 아는 가게에 손님이 없어 사장과 이야기라도 하려고 들어가면 손님이 계속 와서 이야기를 못하고 나온 경험이 많다. 시장에 갔다가도 노점상에서 아이들 머리핀이나 목걸이 이런 것들을 사려고 구경하면 주위로 사람들이 곽 찼다. 가끔 주인아저씨한테 공짜로 선물을 받아온 적도 있고, 물건을 사러 갔다가 사람들에게 밀려 계산을 맨 뒤에 하는 적도 있다. 그럴 때는 꼭 덤을 주던지 더 깎아 주던지 했던 경험이 많아 이제 그러려니 한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잠시 쉰 적이 있다. 그래서 내가 나도 장사를 해 보고 싶다고 했더니 나 같은 사람이 가게를 내면 망한다고 했다. 내 사주가 남을 도와주는 사주라 사람들을 도와주지만 정작 내 자신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생각을 거두기도 했다. 이야기가 잠시 가지를 쳤는데 그 젊은 사장은 앞으로 꼭 성공 할 것 같다. 자주도 아닌 가끔 가는 손님을 여성의 섬세함으로 기억하고 인사를 건네는데 어찌 또 찾아가지 않겠는가?

최근 가장 큰 이슈는 청년 일자리다. 정부에서 몇 년째 청년일자리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다. 

얼마 전 오랜만에 큰아이 초등학교 때 자모회를 같이 했던 분을 만나 근황을 물었다. 과수원을 하고 계신 분인데 아들이 둘이 있다. 아이들 이야기가 나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했더니 농사는 짓기 싫다고 과수원은 쳐다보지도 않더니 지금 두 아들이 모두 내려와 과수원에서 일을 한다고 했다.

대학을 나와 중소기업에 취업을 했는데 그만두고 내려왔다고 한다. 작은 과수원에 두 아들이 매달려 있는 것이 처음에는 남 부끄러웠는데 지금은 아들들을 보면 대견하다고 했다. 평생을 사과 농사를 지었는데 가격이 떨어져도 당신은 계속 사과 한 가지만 고집 했단다. 사과가 전부인 줄 알았고 분신 같은 사과나무를 어찌 할 생각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두 아들이 와서 농사를 지어보더니 과감하게 사과나무를 뽑아내고 새로운 과실수를 심고 있다면서 역시 젊으니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했다.

예전에는 도시로 나가 대기업을 다녀야 성공한 사람이라고들 생각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니 많은 분야에서 과수원집 아들과 같은 청년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것이 시대의 조류에 밀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도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청년들이 아름답다. 스스로의 선택을 믿고 앞으로 나가라고 격려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바로 자신들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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