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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막말은 드라마가 아니다

김정호 백제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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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2.27 17:16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인간은 언어생활을 하는 동물이다. 언어는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고 의사를 소통하기 위한 소리나 문자 등의 수단이다. 인간은 언어공동체이다. 언어생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네 가지를 필수과목으로 가르치고 배운다.

말은 자체가 인격이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은 당나라 시대 인재전형방식에서 유래했지만, 지금도 유효하다. 몸은 풍채가 늠름해야 하며, 말은 조리 있고 정직해야 하며, 글씨는 아름다움을 다해야 하며, 판단은 사리를 분별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언행일치는 보편적 덕목이다. 장부일언중천금은 자기가 한 말을 책임진다는 의미다. 일구이언(一口二言)을 경계했다.

말조심은 귀가 닳도록 들어온 소리이다. 말은 입 속에 있으면 통제가 가능하지만 일단 밖으로 나오면 자기통제가 불가능하다. 말이 일단 입 밖으로 나가면 그것은 다른 사람의 소유다. 혀를 다스리는 것은 나이지만, 밖으로 나오면 말이 나를 다스린다. 험한 말은 부메랑으로 결국 자신을 해친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요즘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게 아니라 전파를 탄다. 유튜브나 SNS를 통해 천 리뿐 아니라 지구를 돌고 돈다. 가짜뉴스도 마구 퍼 날라진다. 

우리 사회에는 말장난이 많았다. 공약이나 정책을 보면 말장난이 허다하다. 말로 떡을 하면 조선 사람 다 먹이고도 남는다. 실속이 없는 쓸데없는 말을 그럴 듯하게 늘어놓는다. 허언은 병적이다. 실언, 말꼬투리잡기는 일상화되었다.

말싸움은 모든 싸움의 단초가 된다. 부부싸움도 말다툼에서 시작된다. 사소한 말다툼이 폭력으로 번진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가벼운 인식은 위험하다. 말싸움도 위법에 이르면 언어폭력이 되고 폭행과 모욕죄가 성립한다. 

불교에서는 십악(十惡) 중 하나로 망어(妄語)를 꼽는다. 남을 속이려고 진실하지 못한 말을 하는 일이다. 이간질 하는 말, 험한 말, 꾸며내는 말은 악이다. 악을 악이라고 알고 배척하며, 선을 선이라고 알아 행하여야 한다. 

기독교에서는 말을 높여 “말씀”이라고 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자를 목회자로 받든다. 사랑과 평화, 그 말씀만큼 귀한 것이 어디 있으랴. 그럼에도 낮은 곳으로 임하지 아니하며 스스로 믿는 자로 내세우는 이들도 있다. 

언어폭력은 여러 분야에서 도를 넘고 있다. 성희롱 중에는 언어에 의한 불쾌감이나 비하가 압도적이다. 언어폭력은 갑질의 주범이다. 말은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 그래서 육신의 상처보다 더 깊고 오래 갈 수 있다. 직장에서의 언어폭력은 많이 줄고 있지만 아직도 여전하다. 

막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웬만한 것은 막말 취급도 받지 못한다. 요즘 정치판은 막말의 일상화를 넘어 망언 각축장이 되었다. 여야가 따로 없다. 인간의 기본 소양이 의심될 정도다. 

오일팔 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군침투 폭동으로 조작하는 행위는 범죄다. 이념이나 지지층을 떠나, 이건 아니다. 표현의 자유나 다양한 해석으로 두둔할 사안이 아니다. 구설수(口舌數)를 자초하는 이들,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 구설수를 고의로 일으켜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노이즈 마케팅이다. 상처를 남기는 말, 공감과 배려를 저버린 말, 무지와 편견에서 오는 말, 모두 다 그치게 하여야 한다. 망언망동, 잘못된 말에는 그릇된 행동이 따른다. 망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휩쓸리면 아니 된다. 그리하면 망발은 계속 이어진다.

잘못된 언어문화는 사회를 붕괴시킨다. 지도층은 솔선수범해야 하는데, 나이 먹은 이들은 품격을 지켜야 하는데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가치관이 흔들린다. 광기가 창궐하면, 전염병보다 무섭다. 저급한 막말은 사회를 뒤집어 놓는다.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다. 계층 간, 지역 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나라를 해치는 일이다. 우리 세대의 파멸은 물론, 선조들께 욕이 되고 자식에게 부끄러운 짓이다. “제 말로 상처받은 사람이 있다면 사과하겠습니다,” 사과도 아니고 반성도 아니다.

삼일운동 100주년이다. 우리는 일본의 망언에 대해 분노한다. 역사왜곡은 물론 인간성을 상실한 억지에 어이가 없다. 사죄와 망언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한 일본은 우리의 이웃이 될 수 없다. 그래서 과거를 잊고 미래로 가자는 말에 선뜻 동의하지 못한다. 

옛 시조가 있다. “말하기 좋다하고 남의 말을 말을 것이/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그렇다고 사람이 말을 않고 살 수는 없다.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말은 해야 맛이다.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랬다. 범부들의 말조차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언어폭력, 막말, 망언은 드라마가 아니다. 예술 창작품이 아니다. 악역 배우인 양 설치지 마라.

학생들의 대화를 들으면 거의 상스럽고 욕이고 짧은 말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로 올라갈수록 더욱 거칠다. 남녀 구분도 없다. 

말을 가다듬어야 세상이 더 아름다워진다. 고운 말, 바른 말을 하자. 좋은 말을 하고 살면 좋은 사람이 된다. 내가 오늘 이웃에게 한 첫말이 무엇이었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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