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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항거:유관순 이야기’를 보고

변정순 음성문인협회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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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3.05 15:40
  • 기자명 By. 충청신문

오늘은 백 번째 봄을 맞는 삼일절,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를 봤다.

예전에는 소이면 한내장터 만세운동에도 더러 참여했었지만 이번에는 3.1운동 100주년기념으로 나도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어서였다.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개봉한지 며칠 안 된 영화 치고는 관객이 많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 이 영화를 선택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분들과 함께 나눴다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내용인즉슨 죽음을 무릎 쓰고 세평도 안 되는 서대문 감옥 여 옥사에서 자유와 해방을 외치는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의 이야기다.

1919년 3월 1일 서울 종로에서 시작된 만세운동 이후, 고향 병천에 내려와 4월 1일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유관순이 서대문 감옥에 갇힌다.

포대를 뒤집어쓴 채 들어간 곳은 8호 여 옥실, 나이든 여성들은 앉아있고 나머지 여성들은 모두가 서있다. 그들은 콩나물시루처럼 서서 원을 그리며 빙빙 돌고 있다.

그곳에는 유관순과 수원기생, 다방에서 차를 나르던 이옥이, 유관순의 이화학당 선배와 시장통에서 장사를 하다 아들을 잃고 만세운동을 시작한 만석모와 아이를 가진 임산부도 있다. 이 여인은 갖은 고생 속에서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8호실 옥사에 있는 여성들이 자신의 누비옷에 들어있는 솜을 꺼내어 아기 옷을 만들어 입히기도 한다.

누워서 잘 수도 없는 공간에서 이들은 서로 다독이고 몸으로 소통하며 지낸다. 사계절을 한 벌의 옷으로 버텨내고, 누워서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작은 공간에서 발이 붓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동그랗게 걷는다.

옥중에서 아리랑을 부르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 이모든 것을 주도한 죄로 여러 번 독방을 오간 유관순은 고문과 핍박을 견디면서도 끝까지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어두운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자유와 해방을 향한 꿈을 굽히지 않았던 유관순의 삶, 그 자체였다.

슬프지만 당당함을 담고 있는 눈빛에 뜨거운 울림이 느껴졌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그것도 17살의 소녀, 역사에서 배웠던 지식보다 알려지지 않았던 부분에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또한 자유를 위한 갈망을 고스란히 담아낸 100년 전의 여성 독립운동가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끝까지 일제에 굴복하지 않고 항거한 그들의 용기 있는 외침은 경외감을 느끼게 하였다.

내가 그 시절에 살았으면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강인하여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는 이미지로 알고만 있었는데 그들은 특별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옥사에서 함께 있던 동료들은 모두 석방되고 혼자 감옥에 남아있을 때 오빠가 면회 와서 동생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그는 괜찮다고 하다가 “맞아, 나 아파” 하고 말했던 평범한 여자였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고 독립운동을 누구나 다 한 일은 아니지 않나. 그는 차별과 차이가 없는 세상을 위해 만세를 외친 것이라고 동료들을 위로하지만 자신이 옳은 일을 했던 걸까 하고 괴로워하며 이내 눈물을 흘리다가도 눈물을 닦으며 ‘그럼에도 하겠다’는 평범하지만 꼭 이루고자 하는 열망을 다부지게 행동으로 옮겼다.

여자가 감히 만세를 외치냐는 조롱에 삶 자체로 대답한 그 시대를 살아낸 여성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그 법정에서 자신은 죄가 아니라고 말했던 그녀였다. 그녀에게 “왜 그렇게 까지 해야 합니까” 남자가 물으니 “그럼 누가 합니까” 그녀의 당찬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그에게 한없이 미안하고 미안했다.

그리고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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