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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논산 황산벌을 찾아서…

이재준 문학박사(한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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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3.21 15:40
  • 기자명 By. 충청신문

백제 하면 많은 사람들은 황산벌과 계백장군을 떠올린다. 계백장군이 5천 결사대로 황산벌에서 김유신의 5만 신라군사와 맞서 싸운 뒤 백제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비록 패한 전투였지만 계백과 5천 결사대의 충의정신은 오늘날까지도 잊혀 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당시의 정황을 살펴보자. “660년 7월 신라군과 당군이 이미 탄현과 백강을 지났다는 소식을 들은 의자왕은 계백에게 5000 결사대를 주어 황산(黃山)에 나가 싸우도록 하였다. 김유신이 황산지원(黃山之原)에 들어서니 계백이 험한 곳에 삼영(三營)을 설치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김유신이 삼도(三道) 즉 세군데 길로 나누어 4번 공격했으나 모두 패하였다.” 

전투에 임하기 전 계백은 “나의 처자가 사로잡혀서 노비로 될까 염려되니 살아서 치욕을 당하는 것보다 차라리 통쾌히 죽는 것이 낫다”고 하며 자기의 처자를 죽여 버리고 황산지야(黃山之野)에 나갔다. 그리고 군사들에게 말하였다. “옛날에 월왕 구천은 5천 명의 군사로 오나라 군대 70만 대군을 격파하였다. 오늘 우리들도 각자가 용기를 내어 승리를 쟁취함으로써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자.”

백제군 1명이 신라군 10명을 상대하여 4번이나 승리하였다. 김유신은 비장의 카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어린 화랑들이다. 그러나 계백은 관창을 사로잡고 보니 너무 어려서 차마 죽일 수 없어 살려 보냈다. 하지만 또 다시 공격해 오자 이번에는 관창의 목을 베어 말안장에 실어 돌려보냈다. 어린 관창의 피를 본 신라군이 분기충천하여 총 공격함으로써 백제군은 중과부적으로 패하고 말았다. 계백도 죽었다.

이와 같이 5천 결사대와 계백장군이 황산벌에서 보여준 충의(忠義)와 인의(仁義)정신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내용이다. 그래서 부소산성의 삼충사와 부여읍 동남리 의열사에도 계백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황산벌 전투의 의미와 정신을 되새기게 한다.

그런데 계백이 진을 친 삼영과 실제 전투가 벌어진 황산벌의 위치가 고고학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삼영으로 추정되는 백제산성 유적도 고증이 안 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학자들에 따라서 그 위치를 각각 다르게 비정하고 있어 혼란스러운 면도 있다. 그러다 보니 2015년에 공주시, 부여군, 익산시 소재 왕도 등 백제유적 8곳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으나 계백장군의 삼영이나 황산벌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삼영과 황산벌을 세계문화유산 추가등록 목록에라도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향토사학자가 있다. 바로 논산시 연산면 출향인 이명현 선생이다. 그는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황산전투 관련 책을 자비로 발간하고 여러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또한 삼영과 황산벌에 위치에 대한 학자들의 서로 다른 견해를 통일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행정관서나 연구기관 등을 찾아다니며 황산전투 유적지 재조사와 세계문화유산 추가등록 우선과제로 선정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1359년 전의 전투지역을 찾아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뚜렷한 유적이 없는 상태에서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쉽지 않다. 하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유적 지구에 들어가는 예산과 노력의 1/10이라도 기울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전적지 발굴 및 조성으로 정신문화의 높은 가치를 창출해주는 문화컨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논산시 연무읍 일원의 국방클러스터 조성과 함께, 아니 그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행정관서와 관련 연구기관 및 학자들의 관심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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