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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화' 빠진 대전 '특화거리'… 빈 점포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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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3.24 16:10
  • 기자명 By. 박진형 기자
월평동 패션월드의 한 빈 점포 유리문에 '임대문의'공고문이 붙어있다. (사진=박진형 기자)
월평동 패션월드의 한 빈 점포 유리문에 '임대문의'공고문이 붙어있다. (사진=박진형 기자)

[충청신문=대전] 박진형 기자 = #. 월평동 패션월드의 한 패션브랜드 매장 안으로 들어가자 순간 당황했다. 당연히 있어야 할 의류 상품들은 온데간데없고, 파티션이 쳐진 일반 사무실 모습이 펼쳐졌기 때문. 다른 곳은 각종 용품들로 채워진 창고로 활용됐다. 의류 브랜드 간판을 내걸고 일반 사무실이나 창고로 활용되는 곳이 부지기수다. 빈 점포도 눈에 밟힐 정도다. 여길 패션특화의거리라고 불러야 할까…?

특화거리에서 ‘특화’가 빠지고 있다. 동일 업종이 한 곳에 밀집돼야 고객 확보에 경쟁력이 생기지만 한 점포 한 점포 빠지면서 그야말로 악순환의 연속이다.

물론 특화거리의 부침이 하루아침의 일은 아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 지원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새 인물로 교체되는 가운데 대전 지역의 영세업자들의 현주소를 되짚어 봤다. 소상공인 대출상품인 ‘노란우산공제’ 지원 사업을 실시하는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도 최근 충청권 인사로 교체됐다.

22일 월평동 패션월드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총 점포 183곳 중에 공실인 곳이 무려 53곳이다. 나머지 점포 상당수도 의류매장이 아닌 일반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1층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2층은 참담한 수준이다. 지오**와 루이*** 등 의류매장 두 곳이 전부다. 공인중개사 A씨는 “의류매장 오픈하려고 상가 문의하는 고객은 모래사장에서 진주 찾는 꼴”이라고 전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경기가 없으니까 사람들이 지갑을 안 연다”며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대로 상권이 거의 죽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성온천 쪽에 ‘골든하이 아웃렛’이 들어서면 이어져 온 명맥도 끊길 것”이라고 토로했다.

1000여개의 업체가 있는 정동 인쇄특화거리에서도 ‘잉크 냄새’가 사라지고 있다. 서울 충무로와 대구 남산동과 함께 전국 3대 인쇄거리로 불릴 만큼 명성이 자자했지만 지금은 ‘옛 영광’이 됐다.

특히 인쇄조합에 가입된 320여 곳의 업체들은 최대 고객인 대덕연구단지 연구소들이 발주량을 줄이면서 매출액이 3분의 1토막이 났다. 보통 10월부터 5월까지는 철야작업을 할 정도로 주문량이 많았지만, 지금은 기계들이 놀고 있다. 5년 전부터 이런 상황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전세종충남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비회원사 인쇄업체들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 등으로 달력이나 음식점 전단지에 대한 주문량도 줄어서 많이 힘든 편”이라고 했다. “조합 가입 인쇄업체들은 대부분 정부 기관에 발주를 많이 받았는데, 연구단지도 종이 형태의 연구보고서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고 했다. 조합에 따르면 폐업한 인쇄업체 수는 2016년 4곳, 2017년 6곳, 2018년 10곳이다.

 

둔산전자타운 상가 3층에는 셔터문이 닫혀진 곳들이 즐비하다. (사진=박진형 기자)
둔산전자타운 상가 3층에는 셔터문이 닫혀진 곳들이 즐비하다. (사진=박진형 기자)

둔산동 컴퓨터가전특화거리도 상인들이 떠나 ‘앙상한 뼈’만 남은 모습이다. ‘중고PC 총판’이라는 간판을 내건 업소 맞은편에는 몇 년 전쯤만 해도 전자제품 가게였다. 현재는 청과물점을 거쳐 대패 삼겹살집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전자제품 판매 업종이 타 업종으로 바뀐 곳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이마트 등 전자제품 전문쇼핑몰 등장과 인터넷으로 전자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전국 6대 전자상가로 이름을 날렸던 둔산전자타운 상가는 ‘둔산전자타운 번영회’와 ‘상가 관리단’이 대규모점포관리자 자격을 두고 마찰음을 내면서 건물 관리가 엉망이 됐다. 여름과 겨울에 냉난방 시설이 작동을 멈춘 지는 오래다. 이때 많은 업주들이 짐을 쌌다. 상가 3층에는 불 켜진 곳보다 셔터 내린 점포(대부분 창고로 활용)가 배로 많았다. 올해 1월부터는 엘리베이터 작동까지 멈춘 상태다.

한 상인은 “둔산동에서 16년째 살았고, 특호거리에서 중고 컴퓨터를 판매한 지는 4년 정도 됐는데 특헤 전자타운 건물 관리가 안 되면서 상권이 직격탄을 맞았다”면서 “월평동 패션타운이랑 거의 비슷한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번영회 관계자는 “다만 거기 패션타운처럼 공실률은 많지 않고 대부분 창고로 활용하고 다른 데서 장사를 한다”고 전했다.

선화동 전문음식특화거리도 사정이 좋지 않다. 이곳에서 27년 째 미용실을 운영한 A씨는 “곳곳에 빈 점포들이 늘고 있다"면서 "단골손님을 받으면서 버티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점심시간에 찾아간 한 만둣국 집에는 대부분이 빈자리였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의 입에서도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다들 경기가 없어서 장사가 안 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객관적 수치로 이들의 어려움을 짐작해 볼 수 있다. 18일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2015년 음식·숙박서비스 등을 포함한 ‘소비자서비스’의 부가가치율은 역대 최저인 40.6%로 나타났다. 부가가치율이 감소했다는 것은 개별 가게들의 수익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2년 간 급격하게 올린 최저임금 영향이 컸을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대출이 많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지갑도 잘 열지 않고, 최저임금 등으로 영업비용은 껑충 뛰었다. 박리다매로 수익을 내는 정부가 지정한 ‘착한가격업소’마저 이탈하는 이유다. 대전 지역의 경우 착한가격업소는 ▲2015년 320곳 ▲2016년 310곳 ▲2017년 293곳 ▲2018년 289곳으로 최근 4년간 감소했다.

영세 상인들의 해뜰날은 언제쯤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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