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동영상을 봤는데 화질이 영 별로더라."
대전시청 점심시간, 엘레베이터 앞에서는 각종 가십거리들이 공유된다. 개인적인 일부터 시작해 그날 신문에 보도된 사건들까지 각종 이야깃거리를 풀어놓으면서 '만원' 표시가 사라진 엘레베이터를 기다린다.
하지만 '정준영 동영상'은 이야기가 다르다. 이들의 '어긋난 관심'으로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양산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저는 피의자 얼굴까지 다 나오는 거 봤는데 못보셨어요? 화질도 선명해요." 아주 흥미로운 주제라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요즘은 공유가 불법이라 동영상이 나오는 화면을 직접 카메라로 찍는 형태의 '새로운 공유법'이 인기라고 한다. 그래서 화질이 좋지 않은 동영상이 많아졌다는 전언이다.
최근에는 대학 교수들의 '정준영 동영상' 발언이 도마위에 올라 결국 징계로 이어지기도 했다. 경찰도 불법촬영물로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늘어난 만큼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시민들을 위해 일한다는 공무원들이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남이 하는 행동은 범죄고, 내가 하는 행동은 단순한 호기심인가.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시청은 민원인들이 쉼 없이 드나드는 곳이다. 1층 로비가 아니더라도 각양각색의 이유로 민원인들은 항상 붐빈다. 때문에 더욱 '입조심'을 해야 한다.
지난 1월 허태정 시장은 '성인지정책담당관' 부서를 신설했다. 부서만 신설해 놨다 뿐이지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아닐 수 없다. 직원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민원을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을 지 심히 우려된다.
공무원은 국민 일부의 봉사자가 아니라 국민 전체에 대한 '공익'을 추구하는 봉사자다. 일반 국민이나 기업 근로자보다 더 높은 윤리 기준이 요청되기 때문에 '공무원 윤리'도 따로 존재한다. 겉으로는 '공익'을 추구하면서 뒤로는 죄의식 없이 동영상 '공유'를 운운하는 시청 공무원들의 두 얼굴에 씁쓸해지는 점심시간이다.